[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한때 드라마의 성적표는 단순했다. 다음 날 아침 시청률 숫자가 모든 걸 설명했다. 몇 퍼센트를 찍었는지에 따라 흥행과 부진이 갈렸다. 그런데 요즘 안방극장은 이러한 공식으로는 읽히지 않는다. TV 앞에 앉는 사람은 줄었는데, 작품을 둘러싼 말은 더 많아졌다. 시청률은 차갑지만 화제성은 오히려 뜨거운, 낯선 풍경이 주말드라마판에 펼쳐지고 있다.

tvN 토일드라마 ‘대한민국에서 건물주 되는 법’(이하 ‘건물주’)은 간극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하정우의 19년 만의 안방 복귀작이라는 상징성과 임수정, 정수정, 심은경 등 화려한 라인업으로 출발부터 주목을 받았다.

첫 회는 전국 4.1%로 시작했고 2회는 4.5%까지 올랐다. 하지만 5회는 2.6%로 떨어지며 자체 최저를 기록했다. 6회가 3.5%로 반등해 케이블·종편 동시간대 1위를 지켰지만, 기대치를 단숨에 끌어올리기에는 부족한 수치였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여기서 끝이 아니다. 시청률은 흔들렸지만 화제성은 살아 있었다. ‘건물주’는 3월 4주차 펀덱스 조사에서 토일드라마 화제성 1위를 2주 연속 기록했고, 웨이브 주간 드라마 시청자 수 1위도 지켰다.

본방송 앞에서는 망설인 시청자가 방송 뒤 클립과 OTT로 유입됐다는 뜻이다. 예전 같으면 “시청률이 안 나오니 반응도 없다”고 정리됐을 작품이 지금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소비되고 있는 셈이다.

ENA 월화드라마 ‘클라이맥스’는 이런 흐름을 더 또렷하게 밀어 올린다. 3월 31일 기준 전국 시청률 3.5%, 수도권 3.3%를 기록했다. 절대적인 숫자만 놓고 보면 폭발적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전혀 다르다. 2049 타깃 시청률 0.9%로 월화드라마 1위를 기록했고, 디즈니+ 국내 15일 연속 1위, 펀덱스 TV-OTT 드라마와 TV 드라마 화제성 1위, ENA 드라마로는 2022년 이후 처음인 화제성 정상 기록까지 세웠다. 주지훈은 출연자 화제성 1위, 하지원은 2위에 올랐다.

답은 시청 방식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제 시청자는 드라마를 꼭 방송 시간에 맞춰 보지 않는다. 본방으로 확인하는 사람보다, 클립으로 입소문을 접하고 OTT로 따라잡는 사람이 많아졌다.

특히 ‘클라이맥스’처럼 권력 카르텔, 생존극, 파격 설정, 배우들의 강한 충돌이 중심인 작품은 “어제 몇 퍼센트가 나왔느냐”보다 “지금 다들 무슨 장면을 이야기하느냐”가 더 중요해졌다.

검색량, 커뮤니티 반응, 출연자 이슈, OTT 순위, 클립 확산 속도가 작품의 생명력을 대신 설명한다. ‘건물주’는 시청률 하락에도 화제성으로 버티고 있고, ‘클라이맥스’는 3%대 시청률에도 시장의 중심 화제로 올라섰다. 두 작품 모두 예전 잣대로만 보면 애매하지만, 지금 문법으로 보면 충분히 살아 있는 드라마다.

안방극장의 성적표가 달라졌다. 예전에는 숫자가 전부였지만, 이제는 숫자만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 거실 TV 앞에서 놓친 드라마가 휴대전화 안에서 다시 살아나고, 낮은 시청률의 작품이 더 뜨거운 대화의 중심에 서기도 한다. 주말드라마의 반전은 거기서 시작된다. 차가운 숫자 아래, 더 뜨거운 전장이 이미 열려 있다. khd998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