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솔루션 예능인데, 오히려 위기가 찾아왔다.

한때는 위로였다. 누군가의 무너진 일상을 들여다보고 말을 건네는 방식이었다. 싸움 끝에 등을 돌린 부부도, 통제되지 않는 반려견 앞에서 지친 보호자도, 방송을 통해 다시 삶의 방향을 물었다. 시청자도 그 자리에 함께였다. 남의 사연을 구경하는 마음보다, ‘저 집의 균열이 결국 우리 사는 일과 다르지 않다’는 공감이 먼저였다.

솔루션 예능이 힘을 가졌던 이유는 분명했다. 정답을 내리는 대신, 문제를 함께 들여다보는 태도 때문이다. 가정 안의 침묵, 누적된 불신, 반복되는 다툼, 훈육과 돌봄의 실패 같은 익숙하지만 쉽게 말하기 어려운 현실을 끌어올렸다. 방송은 상처를 드러내는 창구가 됐고, 전문가는 그 상처를 해석하는 언어가 됐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이다. 갈등을 겪는 부부의 일상을 관찰한 뒤 스튜디오 솔루션을 제시하는 구조로 출발했다. JTBC ‘이혼숙려캠프’도 이혼을 고민하는 부부가 관계 회복 또는 판단의 시간을 갖는 포맷을 내세웠다. 채널A ‘개와 늑대의 시간2’ 역시 문제 행동을 보이는 반려견과 보호자의 관계 회복을 핵심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더 많은 시선을 붙잡기 위해 더 자극적인 사연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누가 더 크게 무너졌는지, 누가 더 잔인한 말을 뱉었는지, 어디까지 관계가 망가졌는지가 방송의 긴장을 끌고 갔다. 회복의 과정은 충격적인 장면 뒤에 짧게 배치됐다.

시청자는 점점 해결을 보기 위해 프로그램을 켜는 것이 아니라, 이번에는 얼마나 센 장면이 나올지를 예감하며 보게 됐다. 이때부터 솔루션 예능은 위로의 장르가 아니라 피로의 장르가 됐다. 남은 것은 ‘솔루션’이라는 간판과 ‘도파민’이라는 운영 방식의 불균형이었다.

한 제작 관계자는 “결국 제작진 입장에서는 더 눈에 띄는 사례, 더 자극적인 장면을 찾게 되고, 그게 반복되면 시청자도 금방 공식처럼 받아들이게 된다. 공감의 언어보다 충격의 언어가 앞서기 시작하면 피로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때부터는 프로그램이 주려던 진정성도 함께 흔들리게 된다”고 말했다.

변화는 이미 제도권의 경고로도 확인됐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2월 ‘이혼숙려캠프’에 대해 법정 제재인 ‘주의’를 의결했다. 음주 상태의 남편이 아내에게 폭언하는 장면, 성관계 요구를 지나치게 노골적으로 다룬 장면 등이 선정적으로 방송됐다는 지적이 이유였다.

물론 솔루션 예능은 한 시대를 분명하게 통과한 장르다. 누군가의 문제를 방송으로 끌어올려 사회적 대화의 장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도 있었다. 다만 지금 필요한 건 더 자극적인 사연이 아니다. 더 느린 접근이다. ‘왜 관계가 저 지경에 이르렀는가’ 끝까지 설명하는 힘이다. 상처를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상처를 다루는 방식까지 책임질 수 있을 때만 솔루션 예능이 다시 설 자리를 얻을 수 있다. khd998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