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야수성이 있다. 옳은 말을 해도 왠지 나쁜 의미가 함의됐을 것 같은 퇴폐미도 존재한다. 배우 주지훈의 연기엔 ‘본능적’이라는 평가가 따른다. 음지에서 피어오는 퇴폐미와 날티, 강렬한 아우라는 날것의 매력을 그린다. 그 이면엔 치열하게 쌓아올린 철저한 계산이 있다.
ENA ‘클라이맥스’에서도 마찬가지다. 흙수저 검사이나 야망은 큰 방태섭을 연기하는 주지훈은 작품 전체 판을 읽으려고 집중했다. 보호해줄 사람이 없는 가운데 스스로 커나가야 하는 위치에서 발버둥친 방태섭의 진정성을 담아내려 했다. 어떤 악행이든 열린 마음으로 받으려 했다.
주지훈은 최근 서울 마포구 ENA 사옥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제 삶에는 ‘어떻게 인간이 저럴 수 있지?’라고 할 만한 밑바닥 인생이 널려 있다. 드라마에서 아무리 악한 짓을 해도 그렇게 어렵지 않게 받아들여진다. 방태섭도 나쁜 짓을 반복하는 나쁜 사람이지만 ‘그럴 수 있다’고 인식됐다. 현실이 더 진흙탕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주지훈은 충무로에서 알아주는 ‘투머치토커’다. 작품에 들어가기 전 감독, 작가와 최소 서너 시간씩 회의를 주도한다. 연출에 욕심이 있어서가 아니다. 이야기의 맥락과 자신이 맡은 인물의 ‘쓰임새’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다.
“오해가 있으신데, 저는 일할 때 말이 많아요. 제가 대본을 볼 땐 캐릭터뿐 아니라, 내가 나오지 않는 앞뒤 장면의 흐름을 보며 이 신에서 제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맥락을 찾으려 해요. 어떻게 하면 관객들이 ‘무슨 말인지는 정확히 몰라도 감정의 흐름은 알겠다’고 느끼게 할지 고민하는 거죠.”
스스로가 가진 선입견과 이미지를 영리하게 역이용할 줄도 안다. ‘클라이맥스’의 방태섭 역시 그의 철저한 계산 아래 탄생했다. “신뢰를 줘야 할 정치인이 오히려 러프한 점퍼를 입고 나타났을 때 생기는 이질감, 덩치 큰 남자가 파워 있게 밀어붙일 때 나오는 야수성 등 대중이 저에게 기대하는 선입견을 극성으로 활용했어요.”

주지훈의 넥스트 스텝은 끊임없는 의심과 호기심에서 출발한다. 차기작으로 선택한 디즈니+ ‘재혼황후’가 대표적이다. 데뷔작 ‘궁’ 이후 오랜만에 왕족으로 돌아오는 주지훈은 ‘재혼황후’를 선택한 이유로 ‘이해하지 못해서’를 꼽았다.
“사람들이 다 재밌다고 하고 꼭 저여야만 한다는데, 솔직히 그 특유의 감성이 잘 이해되지 않았어요. 그런데 주변에서 엄청나게 푸시를 하더라고요. ‘도대체 이게 무슨 맛일까?’ 너무 궁금해졌어요. 주위 사람들이 열광하는, 내가 모르는 그 맛을 직접 부딪히며 알아보고 싶었어요.”
맹렬한 탐구욕은 이제 연기를 넘어 제작으로까지 뻗어 나가고 있다.

“법인을 하나 만들었습니다. 초저비용으로 제가 좋아하는 이야기들을 세상에 내보이려고요. 경상비를 다 줄이고 신뢰할 수 있는 감독이나 작가와 함께 일종의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만들어보려 합니다. 그게 재밌더라고요.” intellybeast@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