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로 방송부문 남자 조연상 수상

첫 후보에서 첫 트로피…진짜 배우의 시간이 마침내 빛났다

[스포츠서울 | 임재청 기자] 배우 유승목이 마침내 백상 무대 위에서 가장 값진 이름으로 호명됐다.

유승목은 지난 8일 열린 제62회 백상예술대상에서 JTBC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로 방송부문 남자 조연상을 수상했다. 모든 시상식을 통틀어 처음 후보에 오른 자리에서 생애 첫 수상까지 이뤄낸 순간이다. 그래서 이번 트로피는 단순한 수상 이상의 의미를 남긴다. 오랜 시간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켜온 배우에게, 마침내 가장 품위 있는 박수가 도착한 밤이었다.

유승목의 수상이 더 크게 다가오는 이유는 분명하다. 그는 늘 화려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배우가 아니라, 작품 안에서 장면의 밀도를 바꾸는 배우였다. 대사를 내뱉는 방식 하나, 인물의 감정을 붙드는 눈빛 하나만으로도 극의 결을 바꿔놓는 힘이 있었다. 그래서 유승목은 언제나 ‘눈에 띄는 배우’라기보다 ‘끝까지 남는 배우’에 가까웠다. 그리고 이번 백상은 그런 시간을 가장 정확하게 증명한 결과다.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에서 유승목이 맡은 백정태 상무는 결코 단순한 인물이 아니었다. 자칫 익숙한 회사 속 권력자로 소비될 수 있는 역할이었지만, 유승목은 그 틈에 사람의 얼굴을 남겨뒀다. 냉정해야 하는 순간에도 쉽게 지워지지 않는 관계의 흔적을 담아냈고, 선택의 순간마다 인물 안에 남아 있는 현실적 갈등과 인간적인 결을 놓치지 않았다. 그 결과 백정태는 전형적인 악역이 아니라, 시청자가 끝내 이해하게 되는 입체적인 인물로 살아났다.

유승목이 직접 밝힌 캐릭터 해석은 그 연기가 왜 특별했는지를 더 또렷하게 보여준다. 그는 백상무를 연기하며 단순한 빌런이 아니라, 김부장과 쌓아온 우정과 끈끈한 관계, 그리고 현실 속에서 누군가를 내쳐야 하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이 말에는 유승목이 인물을 대하는 태도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선악의 구도로 쉽게 밀어붙이지 않고, 결국 사람의 사정과 감정까지 끝까지 들여다보는 배우. 유승목의 연기가 오래도록 신뢰를 받아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수상 소감 역시 유승목다웠다. 그는 모든 시상식을 통틀어 후보에 오른 것 자체가 처음이라며 귀한 상을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벅찬 순간이었지만 말은 담담했고, 그래서 더 진심으로 다가왔다. 여기에 유승목 특유의 겸손과 진솔함은 현장의 분위기를 더욱 뭉클하게 만들었다. 상을 받은 사람의 기쁨만이 아니라, 긴 시간을 견디며 여기까지 온 사람의 마음이 함께 전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수상은 ‘늦게 피어난 영광’이 아니라, ‘이제야 제대로 도착한 인정’에 가깝다. 유승목은 오래전부터 좋은 배우였다. 다만 빠르게 소비되는 이름들 사이에서 늘 조용히, 그러나 흔들림 없이 자신의 연기를 쌓아왔다. 유행보다 내공으로, 화제성보다 신뢰로 버텨온 시간. 그 시간이 있었기에 이번 수상은 더 묵직하고, 더 뭉클하다. 한 장의 트로피가 아니라 한 사람의 시간이 상을 받은 듯한 장면이었다.

마지막 인사는 더욱 오래 남는다. 유승목은 함께해준 이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긴 시간 자신의 곁을 지켜준 사람에게도 진심을 건넸다. 화려한 수식보다 짧고 진심 어린 한마디가 더 깊이 남는 법이다. 그 말 속에는 배우라는 길이 결코 혼자 걸어가는 시간이 아니었다는 사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함께 견뎌준 마음들에 대한 감사가 담겨 있었다.

유승목의 첫 백상은 한 배우의 수상 소식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오랜 시간 연기의 본질을 붙든 사람이 결국 어떤 순간으로 증명되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쉽게 주목받고 또 쉽게 잊히는 시대 속에서도, 진짜 배우는 결국 자기 시간으로 말한다. 그리고 유승목은 이번 백상으로 그 사실을 가장 조용하고도 강하게 증명해냈다.

한편 유승목은 현재 ENA 월화드라마 ‘허수아비’에서 차무진 역으로 열연을 이어가고 있다. 첫 백상 트로피를 품에 안은 지금, 대중은 비로소 한 배우의 현재만이 아니라 그가 지나온 시간까지 함께 돌아보게 됐다. 그리고 그 끝에서 다시 확인하게 된다. 좋은 배우는 어느 날 갑자기 탄생하지 않는다. 오래 버티고, 깊이 쌓고, 끝내 자기 자리를 지켜낸 사람만이 그렇게 불릴 수 있다. pensier3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