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지, Sh수협은행 MBN 여자오픈 우승
KLPGA 투어 역대 세 번째 통산 20승 고지
“내년에 시드 없다는 부담도 있었다” 털어놔

[스포츠서울 | 김민규 기자] “사실 올해 우승이 없으면 내년에 시드가 없다는 부담도 있었다.”
마침내 웃었다. 길었던 무관의 시간과 부담감, 그리고 다시 정상에 서기까지 과정이 한꺼번에 떠오른 듯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박민지(28·NH투자증권) 얘기다.
박민지는 31일 경기 양평 더스타휴 골프앤리조트(파72)에서 열린 Sh수협은행 MBN 여자오픈(총상금 10억원) 최종 3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8개를 몰아치며 8언더파 64타를 기록했다. 최종 합계 10언더파 206타를 적어낸 박민지는 2위 김지윤2(9언더파 207타)를 1타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2024년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스 이후 약 2년 만의 우승이다.
무엇보다 이번 우승은 단순한 1승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박민지는 KLPGA 투어 통산 20승 고지를 밟으며 고(故) 구옥희, 신지애에 이어 역대 세 번째 20승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이제 단 1승만 추가하면 KLPGA 최다 우승 기록 경신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우승 과정은 더 극적이다. 박민지는 2라운드까지 2언더파 142타로 공동 10위였다. 선두와는 무려 5타 차였다. 사실상 우승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러나 최종 라운드에서 예상을 뒤집었다.
박민지는 전반에만 버디 3개를 잡으며 추격을 시작했고, 후반에도 거침없이 버디를 쓸어 담았다. 16번 홀(파4)에서는 두 번째 샷을 1m에 붙이며 공동 선두로 올라섰고, 마지막 18번 홀(파5)에서는 4.6m 버디 퍼트를 집어넣으며 단독 선두로 경기를 마쳤다.
이후 클럽하우스에서 챔피언조 경기를 지켜봤다. 김지윤2가 마지막까지 추격했지만 역전은 없었다. 우승이 확정되자 박민지는 동료 선수들의 물세례를 받으며 환하게 웃었다.

우승 후 방송 인터뷰에서 박민지는 “연습할 때 20승을 하면 어떤 소감을 말할지 늘 생각했는데, 오늘은 정말 예상하지 못한 우승이라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승하기까지 약 2년의 시간은 쉽지 않았다. 2025시즌 우승이 없었던 그는 처음으로 시드에 대한 부담까지 느껴야 했다.
박민지는 “많은 분들이 웃을 수도 있지만 지난해 우승이 없어서 시드에 대한 부담을 처음 느꼈다”며 “우승을 다시 하기 위해 책도 많이 읽고, 내게 필요한 것과 불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계속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오랜 기다림 끝에 얻은 우승이기에 더욱 특별했다. 박민지는 “18번 홀과 16번 홀이 쉬운 홀이어서 계속 연장전을 생각하며 준비했다”며 “2등이어도 충분히 잘했다고 생각했다. 우승으로 가는 과정이라고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2017년 신인 시절 박민지는 막연하게 ‘20승을 하고 은퇴하겠다’는 꿈을 품었다. 그 꿈은 예상보다 훨씬 빨리 현실이 됐다. 박민지는 “이제는 후배들이 나보다 더 훌륭한 길을 걸을 수 있도록 좋은 선배, 모범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5타 차 열세. 우승 확률은 높지 않았다. 그러나 박민지는 끝까지 자신을 믿었다. 그리고 그 믿음은 결국 KLPGA 역사상 세 번째 통산 ‘20승’이라는 찬란한 기록으로 돌아왔다. 이제 박민지는 더 이상 우승을 쫓는 선수가 아니다. 역사를 쓰는 선수가 됐다. kmg@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