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김종철 기자] 프랑스의 전설적인 가수 에디트 피아프와 독일 음악가 요하네스 브람스의 생명을 앗아간 질환으로 알려진 간암은 여전히 높은 사망률을 보이는 대표적인 암이다. 국내 암 발생 순위에서는 7위를 차지하지만 사망률은 2위에 이를 만큼 예후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일 방송된 KBS2 ‘셀럽병사의 비밀’ 59회에서는 분당차병원 종양내과 전홍재 교수가 출연해 ‘침묵의 암’으로 불리는 간암의 위험성과 최근 치료 환경의 변화를 소개했다.
간암은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거의 없다. 질환이 상당히 진행된 뒤 복부 팽만감이나 체중 감소, 심한 피로, 소화불량 등이 나타나지만 이러한 증상은 다른 질환에서도 흔하게 발생한다. 이 때문에 상당수 환자들은 암이 다른 장기로 전이된 이후에야 진단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간암은 대부분 만성 간질환을 배경으로 발생한다. 국내 환자의 약 72%는 B형 간염, 12%는 C형 간염, 9%는 알코올 관련 간질환과 연관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성 간염은 간세포 손상을 반복적으로 유발해 간경변으로 진행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간암 발생 위험도 높아진다.
문제는 이러한 기저 질환이 치료 시작 전부터 간 기능을 떨어뜨린다는 점이다. 간은 체내 독소를 해독하고 다양한 대사 과정을 담당하는 핵심 장기인 만큼 기능 저하는 치료 선택 폭을 좁히고 후속 치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때문에 간암 치료는 종양을 효과적으로 억제하면서도 간 기능을 유지해야 하는 ‘균형의 치료’로 평가된다. 간 기능이 유지돼야 장기적인 치료 전략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존 1차 치료로 사용돼 온 표적항암제 또는 면역항암제-표적치료제 병용요법은 일부 환자에서 간 기능 저하 위험이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생존기간 연장과 간 기능 보존을 동시에 기대할 수 있는 치료 옵션에 대한 요구가 꾸준히 이어졌다.
이 같은 배경에서 주목받고 있는 치료법이 이중면역항암요법인 STRIDE 요법이다. 지난 3월 급여 기준이 마련된 STRIDE 요법은 CTLA-4 억제제 이뮤도와 PD-L1 억제제 임핀지를 병용하는 치료 전략으로, 기존 치료와 차별화된 면역학적 기전을 기반으로 한다.
HIMALAYA 연구 결과에 따르면 STRIDE 요법은 간암 치료 옵션 가운데 최초이자 유일하게 6년 장기 생존 가능성을 입증했다. 72개월 시점 전체생존율은 17.1%로 기존 표준치료인 소라페닙 단독요법의 8.9%보다 약 2배 높게 나타났다.
간 기능 유지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결과가 보고됐다. STRIDE 요법은 치료 과정에서 ALBI 점수와 Child-Pugh 등급을 안정적으로 유지했으며, 간 기능이 저하된 ALBI 2·3등급 환자군에서도 치료 지속 가능성을 확인했다.
전홍재 교수는 “이중면역항암요법의 발전으로 간 기능이 많이 저하된 환자나 고령 환자, 수술이 어려운 환자에서도 장기 생존과 완치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소개된 사례에서는 직경 20cm에 달하는 거대 종양과 폐 전이를 동반한 고령의 4기 간암 환자가 STRIDE 요법을 약 2년간 시행한 뒤 완전관해에 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STRIDE 요법은 순차치료 전략에서도 강점을 보인다. 최근 간암 치료에서는 생존기간 연장에 따라 서로 다른 기전의 치료제를 순차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이 중요해지고 있다. VEGF 억제제를 포함하지 않는 STRIDE 요법은 이후 렌바티닙 등 VEGF-TKI 계열 치료제를 사용할 때 기전 중복을 최소화해 후속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편, 의료계에서는 B형·C형 간염 환자나 간경변 환자와 같은 고위험군의 경우 정기적인 초음파 검사와 혈액검사를 통해 조기 발견에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조기에 발견된 간암은 치료 성적이 상대적으로 우수해 생존율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전 교수는 “간암은 예방 가능한 암 중 하나”라며 “정기 검진과 예방접종, 절주 등 건강한 생활습관을 통해 간 건강을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간이 보내는 작은 신호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jckim99@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