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풍경의 흔적을 색으로 복원하다…황찬수, 감성과 기억의 추상 세계

[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갤러리 마리가 황찬수 작가의 개인전 《Space & Memory – 감성과 색채의 추상표현》을 오는 6월 5일부터 7월 31일까지 개최한다.

서울 종로구 갤러리마리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기억과 감정, 자연과 인간의 흔적을 추상적 색채와 리듬으로 풀어낸 회화 작업들을 선보인다. 설명보다 감각이 먼저 다가오는 화면을 통해 관객들은 기억과 존재의 깊이를 마주하는 시간을 갖게 한다.

황찬수의 작품은 지나간 시간과 사라진 풍경에서 출발한다. 숲길과 징검다리, 눈 위의 발자국, 설산 아래 작은 집, 푸른 하늘을 가르는 비행기 등 자연 속에 남겨진 인간의 흔적은 작가에게 그리움과 희망, 삶의 온기를 환기시키는 소재다.

작가는 문명을 자연 위에 잠시 남겨진 ‘작은 스크래치’로 바라본다. 언젠가 사라질 흔적이기에 더욱 애틋하고 간절한 기억으로 남는다는 것이 그의 시선이다.

황찬수는 여행과 일상 속에서 마주한 감동과 영감을 사진, 메모, 짧은 글귀로 기록한다. 이후 오랜 시간 내면에서 숙성된 감정들이 자연스럽게 색채와 붓질로 드러난다. 때문에 그의 추상은 형식적 실험보다 삶을 통과한 감각의 흔적에 가깝다.

작품 속에는 구체적인 재현 대신 색채와 붓질의 흐름이 존재한다. 적·청·황의 원색은 서로 충돌하고 스며들며 긴장과 해방, 질서와 혼돈 사이를 오간다. 반복적으로 덧칠되고 지워지는 화면은 풍경의 묘사가 아닌 기억의 리듬과 감정의 결을 드러낸다.

전시 제목인 ‘Space & Memory’에서 ‘Space’는 단순한 물리적 공간이 아니다. 기억과 감정이 머무는 내면의 장소를 의미한다. 작가는 “화면은 상하좌우로 확장할 수 있지만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깊이(Depth)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 깊이는 시간과 감정, 색채가 중첩되며 만들어지는 정신적 공간이다.

작가노트에서 황찬수는 “모든 것은 사라진다. 그리고 그리움을 남긴다”며 “다시 돌아갈 수 없어 더욱 간절한 기억과 추억, 감동과 경험을 소환해 시각적으로 구체화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한성대학교 전완식 교수는 “황찬수의 작업은 순수한 기억의 가치를 환기시키며 감정과 시간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숙성시켜 화면 위에 펼쳐낸다”고 평가했다.

이번 전시는 언어 이전의 감정을 색채로 만나는 자리다. 어떤 그리움은 노을빛으로, 어떤 슬픔은 푸른 어둠으로, 어떤 희망은 떨리는 빛으로 다가온다. 황찬수의 화면은 관객들에게 기억과 시간, 존재의 깊이를 사유하는 감각의 여정을 제안한다.

한편 전시는 서울 종로구 경희궁1길 35 마리빌딩 갤러리마리에서 열리며, 화요일부터 토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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