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어떤 물건'은 타임머신 같은 역할을 한다. 어떤 물건 하나로 인해, 어린 시절 또는 젊은 시절로 순식간에 되돌아가 추억에 잠길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6일) tvN '응답하라' 시리즈 세 번째 작품인 '응답하라 1988'이 첫 방송되는 가운데 전작인 '응답하라 1997', '응답하라 1994'는 장면 곳곳에 추억의 물건을 기막히게 배치해 시청자들을 타임머신에 태워보내곤 했다. 그렇다면 그 시절을 겪어보지 않은 세대는? 그들은 처음 접하는 물건에 궁금해하고 신기해했다. 그래서 준비했다. tvN '응답하라 1988'에 등장하는 '추억의 아이템', 그 시절을 보낸 시청자에게는 추억을, 그 시절 얘기가 마냥 신기한 시청자에게는 처음 보는 재미를 선사할 아이템에 대한 '시청 안내서'를 작성했다.


▲ 마이마이, 1988년 청소년들의 머스트 해브 아이템


'마이마이'는 일본 소니사가 개발한 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 '워크맨'을 당시 한국의 대표 전자기업 삼성이 벤치마킹해 만든 제품이다. 워크맨은 1980년대 당시 전 세계적인 열풍을 불러일으킨 히트아이템으로 미국 팝음악의 전성기를 만끽하고 싶어한 젊은이들의 문화를 바꿔놓았다.


당시 젊은이들에게 '마이마이'는 혁신적인 아이템이었다. 몸통만 한 카세트 데크로만 음악을 접하던 이들에게 한 손에 쥐거나, 허리에 차는 등 휴대가 간편한 작은 크기의 '마이마이'는 신기원 자체였다. 또한, 헤드폰이나 이어폰을 꽂으면 혼자만의 음악 공간을 만들 수 있었기에 '마이마이'는 당시 중, 고등학생들의 희망 선물 1순위였다. 이제는 휴대전화의 보급으로 MP3플레이어도 사라져가고 있지만, MP3플레이어도 없던 그 시절 '마이마이'는 지금의 휴대폰 만큼이나 없어서는 안 될 물건이었다.


▲ 연탄보일러, 서민들의 마음까지 데웠다


1988년 당시 도시가스가 보급되고 있었지만, 여전히 연탄보일러는 서민들에게 없어선 안 될 난방용품이었다. 없던 시절 연탄보일러는 몸은 물론이고 마음까지 훈훈하게 데워준 생활필수품으로 사랑 받았다. 지난달 30일 방송된 '응답하라 1988' 0화 '시청 지도서'에서 이번 시리즈의 히로인 혜리가 소개했듯이 연탄보일러를 통해 따뜻한 온수도 사용할 수 있었다. 까만 연탄 두 장이면 추운 겨울 하루를 따뜻하게 지낼 수 있었기에 연탄보일러는 작은 행복이었다.


▲ 곤로, 어머니들의 필수 주방용품


연탄불을 때던 시절, 어머니가 관장하던 부엌 필수품은 '곤로'였다. 가스레인지가 없던 시절 곤로는 아궁이나 연탄보다 빨리 불을 붙여줘, 어머니의 식사준비를 돕던 주방용품이었다. 곤로는 석유를 이용해 불을 붙여야 했다. 석유를 적신 심지를 통해 불이 붙었고, 이 불이 밥이며 찌개가 담긴 냄비를 데웠다. 간혹 심지를 오래 사용해 불을 붙일 수 없을 때는 심지를 바꿔야 했다. 당시 어머니들은 가족들에게 따뜻한 밥을 지어주기 위해 곤로에 불을 켤 때마다 확 올라오던 석유냄새를 기꺼이 참아내곤 했다.


▲ 못난이인형, 지금 뽀로로 정도 인기?


못난이 인형은 세 아이가 한 세트로, 까무잡잡한 얼굴에 우는 아이, 인상 찌푸리는 아이, 웃는 아이로 이뤄져 못난이 삼형제, 세자매로 불렸다. 80년대 당시 못난이 인형은 집집마다 한 세트씩은 꼭 있던 필수품에 가까운 장식품이었다. 인형이 흔하지도 않던 시절, 못난이 인형은 각 집의 장식장, 옛날 TV 위, 책장 등에 진열해 놓는 장식용으로 이용됐다. 그뿐인가, 어른들은 고집 부리거나 투정 부리며 우는 아이들에게 "너, 꼭 못난이 인형같다"며 놀리기도 했다.


▲ 우뢰매, 동심 사로잡은 한국판 히어로물


'우뢰매'는 1986년 개봉된 심형래 주연의 어린이 영화다. 우뢰매는 최첨단 공상과학영화를 표방한 작품으로 와이어 액션이나 특수효과가 지금 보면 눈에 띄게 허술했지만, 당시 어린이들에게는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는 꿈과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게 해줬다. 이 영화를 통해 현재는 과학박사나 공학도가 된 이도 있을 것이다. 당시 우뢰매가 어느 정도 인기 였냐고? 아마 2015년의 ‘뽀로로’ 인기에 모자람이 없을 정도로 어린이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 전화번호부, 이제는 추억이 된 책자


전화번호부는 한때 베스트셀러였다. 매년 새 전화번호부가 나오면 집집마다 '상호편' '인명편'을 펼쳐보곤 하던 풍경도 어느새 추억이 됐다. 전화번호부는 전화기가 대중화되고, 114안내서비스가 자리를 잡기 전에는 관공서나 병원 등 필요한 전화번호를 확인하던 유일한 수단이었다. 이후 휴대폰이 빠르게 보급되면서 한동안 공중전화 부스에 걸려 있던 전화번호부는 이제는 그마저도 자취를 감췄다. 한가지 물건 소개를 더 한다. ‘응답하라 1988’의 '시청 지도서'에는 전화번호부와 함께 '백색전화기'도 모습을 드러냈다. 한때는, 아이보리의 뽀얀 색상 만으로도 몸값 귀한 물건이었다.


뉴미디어팀 이용수기자 purin@sportsseoul.com


사진=방송화면,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