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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크볼 그립. 잠실|최재원기자shine@ 2009.08.09

[스포츠서울 배우근기자] 야구도 유행을 탄다. 올 시즌 시범경기를 지켜보고 있노라면 한때 유행했던 포크볼을 찾아보기 힘들다. 포크볼의 시대가 지고 체인지업 시대가 도래한지는 이미 오래다.포크볼을 주무기로 사용하는 투수가 줄어드는 이유는 부상 때문이다. 포크볼은 다른 구종과 달리 팔이 지지대 없이 회전하는 것과 비슷하다. 손가락 사이에서 공이 빠져나가는 구종이기 때문에 팔관절과 인대에 부담이 많이 간다. 모 프로야구 투수는 “포크볼을 던지면 팔의 모든 관절이 빠지는거 같다”라고 토로했다.

학구파 사령탑인 LG 양상문(55) 감독은 어린 선수들의 포크볼 사용을 반대하는 입장이다. 양 감독은 “포크볼은 프로에 입단해서 배울 구종이 아니다. 당장은 효과를 볼 수 있겠지만, 그런식으로 편하게 야구를 해서는 안된다”라며 “사는 것도 마찬가지로 누구나 히든 카드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건 감춰두어야 한다”라고 했다. 양 감독이 볼 때, 포크볼은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꺼내는 ‘히든 카드’인 셈이다. 많은 투수 전문가들은 어린 투수들에게 포크볼이 아닌 기본을 강조한다. 속구, 커브, 슬라이더와 같은 기본적인 구종을 연마해서 타자와 상대하라는 조언이다.

누구나 포크볼이 다른 구종에 비해 부상 위험이 높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포크볼의 마력에 빠져드는 이유는 있다.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과 같은 변화구 계열은 아래로 떨어지면서 타자의 방망이를 피해간다. 이는 포크볼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속구와 같은 방식으로 던지는 포크볼은 상대적으로 익히기 쉽다. 그리고 다른 변화구에 비해 잘 떨어진다. 회전이 적게 걸리는 포크볼은 속구와 같은 궤적으로 날아오다가 홈플레이트 앞에서 뚝 떨어진다. 허공을 가르는 타자의 방망이를 보면, 마운드의 투수는 포크볼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메이저리그에서도 한때 포크볼(스플릿 핑거드 패스트볼:포크볼의 개량형으로 미국에서는 같은 구종으로 분류. 일명 스플리터)은 유행했다. 스플리터는 태생적으로 팔꿈치 등에 무리를 주기 때문에, MLB에서는 대체 구종을 개발하게 됐는데 그게 바로 서클 체인지업이다.

‘팔색조’ 투구로 한 시대를 풍미한 KIA 조계현(52) 수석코치도 포크볼을 아껴두었다가 활용했다. 그는 학창시절 MLB관련 서적에서 각종 그립을 독파해 실전에서 사용했다. 포크볼 역시 탐구대상이었다. 실전에선 연세대 3학년 재학시절 처음 사용했는데, 조 수석은 그 날을 생생하게 기억했다. “완투를 했는데, 그야말로 대학시절 최고의 피칭을 했다”라고 했다. 그런데 그날 이후 그는 포크볼을 숨겼다. 최고의 피칭을 완성하게 해준 구종을 스스로 봉인했다. 조 수석은 “포크볼은 아주 위력적이지만, 던지고 보니 약간 팔에 (안좋은) 느낌이 오더라. 그래서 4학년 때는 던지지 않았다. 프로 입단 후 싱커와 적절히 조합해 던지지 시작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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