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손해보험
강성형(왼쪽) KB손해보험 감독이 13일 인천 하버파크 호텔에서 열린 외국인선수 드래프트에서 2순위 지명권을 얻어 아르투르 우드리스를 선택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제공 | 한국배구연맹

[스포츠서울 이정수기자]남자 프로배구에 첫 시도된 트라이아웃이 13일 인천 하버파크 호텔에서 열린 드래프트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구슬추첨을 통해 결정한 지명순서에 희비가 교차했다. 생각지도 못한 결과에 낙담하게 된 팀도 있고, 회심의 미소를 지능 팀도 있었다.

가장 충격에 빠진 것은 역시 우리카드다. 지난 시즌 최하위를 기록한 우리카드는 새로운 외국인 선수를 선택하는 드래프트에서 1순위가 될 확률이 가장 높았다. 전체 140개의 구슬 가운데 35개의 구슬을 확보해 우리카드의 구슬이 뽑힐 확률은 25%였다. 순위의 역순으로 KB손해보험(30개) 한국전력(25개) 대한항공(20개) 삼성화재(15개) 현대캐피탈(10개) OK저축은행(5개) 순서로 구슬의 갯수가 5개씩 줄어든다.

하지만 확률은 확률일 뿐 절대적인 것이 아니었다. 가장 먼저, 적어도 두 번째로는 뽑힐 것으로 예상됐던 우리카드는 5번째가 되서야 선수를 지명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먼저 대한항공, KB손해보험, 한국전력, 삼성화재가 선수를 선택한 뒤였다. 앞순위를 얻을 확률이 높았던 만큼 3명이 넘는 선수를 지명 후보군에 두지는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 와중에 5번째까지 순위가 밀려 어떤 선수를 선택해야할지 짧은 시간동안 굉장한 고민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대한항공은 14.3%의 낮은 확률이었는데도 1순위로 지명권을 얻는 행운을 누렸다. 낮은 확률을 뚫고 1순위 지명권을 얻은 대한항공이 최고의 행운아로 꼽히지만 구단 관계자들은 남모를 고민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대한항공은 구슬 갯수가 네번째로 많은 만큼 나름대로 트라이아웃 참가자들의 순위를 매기면서 3순위 이후를 대비했을 가능성이 높다. 운이 좋아 순위가 당겨지더라도 한 계단 정도를 예상하지 1순위까지는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런 와중에 가장 먼저 선수를 고를 수 있게 돼 당초 현실적인 선택으로 택한 답안지가 아니라 최상의 답안지를 새로 작성하느라 오히려 혼란을 겪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트라이아웃 현장에서는 가스파리니가 가장 주목을 받았는데 설사 대한항공이 다른 선수를 우선 고려하고 있었다 하더라도 1순위 지명권을 받은 상황에서 안 뽑을 수도 없었을 것이다.

이번 드래프트의 숨겨진 승자는 2순위 지명권을 얻은 KB손해보험으로 볼 수 있다. KB손해보험은 당초 예상했던대로 두 번째로 지명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계획에 큰 차질을 빚지 않았다. 1순위가 됐더라면 오히려 수많은 선택지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하기 때문에 부담이 있다. 1순위로 뽑은 선수가 새 시즌 맹활약을 떨쳐준다면 모를까 기대 이하의 경기력을 보여준다면 ‘선수 고르는 눈이 없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 다른 구단에서 잘하는 선수를 지목하며 ‘1순위 지명권을 얻어놓고 왜 저 선수를 안 뽑았나’는 비난도 더해질 수 있다. 트라이아웃 참가자들의 기량으로 꼽는 1, 2위는 대체로 거의 모든 감독들이 동일하다. KB손해보험 입장에서는 2순위 내로 지명권을 얻을 가능성이 높았던 만큼 참가자 1, 2위 가운데 한 명을 다른 팀에서 골라가고, 남은 한 명을 택하는 것이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최상의 시나리오였다. 그렇게 KB손해보험의 유니폼을 입게 된 선수가 210㎝의 장신에 센터와 라이트 포지션을 오갈 수 있는 벨라루스 국가대표 출신의 아르투르 우드리스(26)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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