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
아르헨티나 리오넬 메시가 코파아메리카 준우승에 머문 뒤 시상식을 기다리며 눈물을 보이고 있다. 캡처 | 유튜브, 폭스스포츠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칠레의 승부차기 마지막 키커 프란시스코 실바의 슛이 골망을 흔들며 우승이 확정되자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는 그라운드에 드러누웠다. 장내 시상식 준비 관계로 벤치로 이동한 메시는 그라운드 주변을 뛰어다니며 기쁨에 젖은 칠레 선수들을 바라보더니 끝내 눈물을 흘렸다.

‘우승의 여신’은 또 메시를 외면했다. 메시의 아르헨티나는 27일(한국시간) 미국 뉴저지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6 코파아메리카 결승에서 칠레를 맞아 전후반 연장까지 득점 없이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2-4로 졌다. 이로써 메시가 중심이 된 아르헨티나는 2년 전 브라질 월드컵과 지난해 코파 아메리카에 이어 3년 연속 메이저 대회 준우승에 머물렀다. 메시는 연령별 대표팀과 클럽에서 30차례 우승컵을 들어 올렸으나 성인대표팀에선 한 번도 메이저 우승을 이루지 못하는 ‘결승전 징크스’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좋은 기운을 불어넣는다며 대회 내내 유지한 ‘턱수염 부적’도 소용이 없었다. 시상식에서 은메달을 꽁꽁 싸맨 뒤 한숨을 내쉰 메시는 현지 언론에 충격발언을 했다. “우승하지 못해 슬프다. 내 국가대표 경력은 여기까지”라며 대표팀 은퇴를 전격 선언했다. 지난해 준우승 이후에도 한 차례 은퇴 암시 발언을 한 메시는 “이미 (대표 은퇴를)결심했다. 많이 노력했으나 여러 번 결승을 치르니 대표팀이 내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연이은 우승 실패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는 의지였다. 아르헨티나축구협회도 메시의 발언을 트위터에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칠레
2016 코파 아메리카 센테나리오 정상에 등극한 칠레 선수들이 우승 세리머니하고 있다. 캡처 | 코파 아메리카 페이스북

반면 지난해 자국에서 열린 코파 아메리카에서 사상 첫 우승을 차지한 칠레는 100주년을 기념해 열린 ‘코파 아메리카 센테나리오’ 특별 대회에서도 왕좌에 올랐다. 1년 전엔 같은 장소에서만 경기를 치러 이동이 잦은 타 팀보다 개최지 이점을 지나치게 입었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개최국 미국을 비롯해 북미 지역 6개국이 참가해 16개국으로 역대 최다 참가국을 자랑한 이번 대회에서 ‘디펜딩 챔프’의 저력을 과시했다. 남미를 넘어 아메리카 통합 챔피언의 위상을 떨치게 됐다. 또 칠레 우승으로 1983년부터 이어져 온 ‘코파 2연패 법칙’도 이어졌다. 우루과이 2연패(1983 1987) 이후 브라질이 우승(1989),다시 아르헨티나 2연패(1991 1993)를 시작으로 이번 대회까지 14개 대회에서 ‘2연패 배출~다른 국가 우승~2연패 배출’ 주기가 반복됐다. 최근엔 브라질 2연패(2004 2007) 이후 우루과이 우승(2011) 칠레 2연패(2015 2016)가 완성된 것이다.

결승전은 롤러코스터를 방불케 했다. 리턴매치답게 양 팀은 신경전도 뜨거웠다. 전반에 퇴장을 한 명씩 주고받았다.칠레 수비수 마르셀로 디아즈가 메시의 돌파를 막다가 경고누적, 아르헨티나 수비수 마르코스 로호가 아르투도 비달에게 거친 태클을 했다가 즉각 레드카드를 받았다. 10대10의 싸움이 됐다. 아르헨티나가 전반 슛수 6대0으로 칠레를 몰아붙이는 듯했으나 후반 들어 알렉시스 산체스와 에두아르도 바르가스 등 칠레 공격진이 거세게 반격했다. 하지만 양 팀은 0의 균형을 좀처럼 깨지 못했고 연장 승부로 들어갔다. 팽팽한 흐름을 이끈 건 양 팀 수문장이다. 칠레 클라우디오 브라보, 아르헨티나 세르히오 로메로가 한 차례씩 결정적인 선방으로 팀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디아즈 퇴장
칠레 마르셀로 디아즈가 경고 누적으로 주심으로부터 레드카드를 받고 있다. 캡처 | 코파아메리카 트위터

메시
칠레 수비진 사이로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는 아르헨티나 리오넬 메시. 캡처 | 2016 코파아메라카 페이스북

얄궂은 운명처럼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승부차기로 승부를 가려야 했다. 칠레 첫 번째 키커 비달이 실축했다. 아르헨티나 첫 번째 키커로 나선 건 메시다. 그러나 부담이 컸을까. 왼발 슛이 허공을 갈랐다.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 우승컵에 목이 마른 그는 경기 내내 스스로 해결하고자 무리한 동작을 일삼았다. 승부차기마저 실축하자 고개를 떨어뜨렸다. 양 팀은 2,3번 키커가 모두 성공한 가운데 네 번째 키커에서 승부가 갈렸다. 칠레 장 보세주르가 성공한 반면 아르헨티나의 루카스 빌리가의 슛은 가로막혔다. 칠레 마지막 키커 실바의 ‘우승 골’로 120분 사투를 끝났다.

한편 대회 최우수선수인 ‘골든볼’은 산체스가 차지했고 득점왕인 ‘골든부츠’는 6골을 넣은 바르가스에게 돌아갔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