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가을, 아스톤 빌라에서 일주일간 특별한 경험을 한 황준철 씨)
[버밍엄(영국)=스포츠서울 이성모 객원기자] "어떻게든 EPL 클럽에서 일해보고 싶다"
언젠가는 꼭 축구계에서 일하고 싶다는 꿈을 품고 축구의 본고장 잉글랜드를 찾아오는 많은 유학생들이 갖는 꿈이다. 그들 중 상당수는 학사, 석사, 혹은 박사 과정을 밟는 과정에 수시로 EPL(혹은 2, 3, 4부) 클럽에서 일할 기회를 얻기 위해 가지각색의 방법으로 잉글랜드 클럽의 문을 두드리곤 한다.
안타깝게도, 그들 중 실제로 근무할 경험을 얻는 이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 소수의 한국인들 중에는 잉글랜드 클럽들 중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아스톤 빌라에서 1주일간 특별한 경험을 했던 황준철 씨가 있다. 비록 그가 아스톤 빌라에서 머문 기간은 길지 않았지만, 그는 그곳에서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을 했다.
아스톤 빌라의 홈구장 빌라 파크에서 만난 황준철 씨를 통해 그가 어떻게 아스톤 빌라에서 일할 기회를 얻게 됐는지, 짧은 시간이지만 그 기간 중 어떤 경험을 했는지를 들어봤다.
1. 아스톤 빌라와 인연을 맺기까지
중학교 시절부터 학교 동아리를 통해 축구를 즐겼던 황준철 씨는 대학에서 경영학, 신문방송학 등을 공부했다. 두 학문을 공부하던 중에도 스포츠, 그 중에서도 축구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그는 대학 졸업 후 마케팅을 좀 더 전문적으로 공부하기 위해, 또 축구 산업에 대해 더 자세히 공부하고 싶은 마음으로 영국행을 결심했다.
그가 선택한 진로는 리즈 대학교의 국제마케팅 과정. 그는 이 과정 중에 마케팅의 세부적인 분야들(광고, 세일즈 프로모션, 소셜 미디어 마케팅, PR과 스폰서십, 서비스 마케팅, 마케팅 리서치 등)을 공부했고 영국 석사과정의 마지막 단계인 논문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아스톤 빌라와 처음 인연을 맺게 됐다.
그는 자신의 논문에 현재 잉글랜드의 구단에서 실무를 맡고 있는 마케팅 직원들과의 인터뷰를 게재하려고 했고 인터뷰 대상을 찾기 위해 잉글랜드 1, 2부 리그에 소속되어 있는 40여개 구단에 직접 전화, 이메일을 보내며 연락을 시도했다.
총 3개 팀(토트넘, 브라이튼, 아스톤 빌라)로부터 답변을 받은 황준철 씨는 그 중 비즈니스 소셜미디어인 '링크드인'을 통해서 아스톤 빌라 직원과 지속적으로 연락을 취하게 됐다. 그리고 결국 6월 말에 아스톤 빌라의 홈구장 빌라 파크를 방문해서 해당 직원과 인터뷰를 가졌다.
2. 버밍엄->부산->버밍엄, 아스톤 빌라에서 보낸 일주일
6월 말에 가진 인터뷰 이후에도 해당 직원과 지속적으로 연락을 주고 받던 황준철 씨는 한국으로 귀국하기 3일 전에 '아스톤 빌라에서 단기간이라도 실무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데 관심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문제는 클럽 측에서 제안한 근무기간이었다. 황준철 씨가 한국으로 돌아가기로 예정한 이후였고, 추석이 지난 이후이기도 했다.
결국 잠시 한국으로 돌아왔던 황준철 씨는 고민 끝에 버밍엄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당시 그 결정에 대한 그의 말이다.
"이런 기회는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거라고 느꼈고 무조건 그 기회를 잡고 싶었습니다."
버밍엄으로 돌아온 그에게 놀라웠던 두 가지가 있다. 당시 아스톤 빌라가 2부 리그로 강등을 당해서 직원 구조조정 절차를 하고 있는 와중에도 그런 경험을 할 수 있었다는 것, 그리고 아스톤 빌라의 공식 페이스북 팔로워 중 한국인 팔로워가 아시아에서 중국, 태국 다음으로 많으며 천 명이 넘는 한국인 축구팬들이 아스톤 빌라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소식을 챙겨보고 있다는 점이었다.
황준철 씨는 일주일 동안 아스톤 빌라에서 일하면서 겪은 경험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선 제가 논문을 바탕으로 소셜 미디어 마케팅에 관한 제안서를 제출 했던 만큼 아스톤 빌라의 한국 시장 진출을 위한 소셜 미디어 마케팅 활동에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한국 팬들이 어떤 콘텐츠를 원하고 어떻게 온라인에서 활동하는지, 그리고 각기 다른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어떻게 활용하는지를 조사하고 구단 측에 직접 주요 몇몇 온라인 커뮤니티에서의 전략을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주로 아스톤 빌라의 소셜 미디어 팀과 함께 근무했습니다. 소셜 미디어 팀은 말 그대로 아스톤 빌라의 소셜 미디어 계정을 관리 하고 콘텐츠를 제작 하는 역할을 합니다. 한 번은 반슬리와의 원정 경기에 동행해서 직접 기자석에 앉아 직원들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어떻게 실시간으로 정보를 전달 하는지를 보고 배울 수 있었습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스냅챗 등 서로 다른 플랫폼에 각각의 성격에 맞는 콘텐츠를 제작하고 게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소셜 미디어 마케팅 이외에 지역 커뮤니티 활동에 참여한 적도 있습니다. 그 중 인상 깊었던 것이 버밍엄 지역 대학교 중 한 곳인 아스톤 대학교가 아스톤 빌라를 공식 스폰서로서 후원하고 있는데, 아스톤 대학교 학생들을 경기장에 초청해서 경기를 관람하게 하고 그에 대한 인터뷰를 실시했습니다. 또 그것을 소셜 미디어를 통해 지역 커뮤니티 에 알리는 일에 참여했습니다."

3. 아스톤 빌라에서 보낸 일주일에 대한 소감과 앞으로의 목표
일주일이라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다. 그러나, 일주일이라도 잉글랜드 클럽 내부에서 실무를 경험해본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아주 큰 차이가 있다. 그가 직접 말하는 소감이다.
"우선 저로서는 역사가 있는 클럽에서 잠시나마 일 할 수 있어서 정말 영광이었습니다. 경기가 있는 날, 없는 날 축구 클럽이 어떻게 마케팅 활동을 하고 운영되는지에 대해 전반적인 이해도를 높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짧더라도 직접 경험을 하고 나니 제가 앞으로 하고 싶은 분야에 대해서 동기부여도 생기고 확고한 목표도 생겼습니다."
"아스톤 빌라라는 구단에 대해서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만큼 '클럽 고유의 특성을 팬들에게 잘 전달 하는구나'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활발한 소셜 미디어 활동으로 팬들과의 인터뷰, 팬들이 궁금할 만한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다양한 지역 커뮤니티 활동도 하면서 팬들과 가까운 거리를 유지하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이런 활동이 오랜 시간 쌓이다보니 클럽 자체가 팬들의 삶에 녹아 든 것이 아닐까 싶었어요."
황준철 씨의 목표는 축구 클럽의 정식 마케팅 직원으로 일하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잉글랜드에서 지냈던 당시 느꼈던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제가 영국 생활을 통해 가장 중요하게 느낀 것이 있다면 바로 팀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관심 이었습니다. 영국에서 관람했던 경기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 중 하나로 지금 3부리그에 있는 옥스포드 유나이티드의 경기였습니다. 인구 15만 명 밖에 되지 않는 소도시 임에도 불구 하고 당시 4부 리그였지만 5000여 명의 관중이 모였습니다. 남녀노소 지역주민들이 그들의 연고지 팀인 옥스포드 유나이티드에 대한 관심이 많았고 그들에게 있어서 홈경기는 하나의 행사였습니다."
"아무래도 영국의 축구 문화는 역사가 오래됐고 자연스럽게 축구가 그들의 삶에 녹아 있다고 생각 합니다. 한국 축구도 영국에 비해 역사는 짧지만 시간이 흐른 뒤에는 관중이 더욱 많이 찾는 스포츠가 될 거라고 믿습니다. 따라서 지역 주민들에게 그들만의 소속감,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 마케팅 활동이 중요 하다고 생각 합니다. 저는 앞으로 그런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버밍엄(영국)=스포츠서울 이성모 객원기자 london2015@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