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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지석기자]작곡가 홍진영(46)은 지난달 국내 최대 음악 저작권 신탁단체인 사단법인 한국음악저작권협회(회장 윤명선, 이하 한음저협)의 새로운 회장으로 당선됐다. 홍 회장은 2018년 2월부터 4년간 한음저협의 회장직을 수행하게 됐다.

최근 서울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홍 회장은 인터뷰에 앞서 자신의 공약집에 수록한 ‘음악인의 권리장전’을 보여줬다. 본인이 직접 ‘사유재산권은 정당한 보상 없이는 공익 목적을 위하여 수용되어서는 아니 된다’는 미국 수정헌법 5조에서 모티브를 얻어 만든 내용이라고 했다.

“우리는 진정한 음악의 주인입니다. 우리가 만든 음악의 가치는 우리가 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은 우리의 권리입니다. / 우리는 누구의 간섭도 지배도 받지 않으며 자유로운 표현을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세상을 바꾸는 근원이며 힘입니다. / 우리의 정당한 권리는 반드시 지켜져야 하며 누구라도 자신의 음악에 있어 가치를 부여 받아서는 안 됩니다. / 우리가 음악의 가치를 둘 수 있어야 하며 자신의 음악에 있어 권리와 재산이 박탈당해서는 안됩니다. 그것은 우리의 권리입니다.” 회장직을 맡게 된 그의 열의와 생각을 느낄 수 있는 글이었다.

-한음저협은 어떤 단체인가.

음악을 작곡하고 작사하고 편곡하는 저작권자들, 작품자들로 구성된 비영리 단체다. 저작권에 대한 모든 것들을 신탁하고 저작권자들의 입장을 대변한다. 신탁된 음악저작물의 공연권·방송권·복제권·전송권 등을 관리하고, 징수한 사용료를 분배규정에 의거해 회원들에게 분배한다.

-지난 8년간 한음저협의 제 18~19대 이사를 역임했다. 본업이 작곡가인데 어떤 사명감으로 협회 일을 하게 됐나.

2010년부터 8년간 한음저협 이사로 활동하며 많이 싸웠다. 내 자신을 위해 싸운 게 아니라 ‘바꿔달라’, ‘이 부분은 부조리하다’고 주장하며 ‘싸움꾼’으로 인정 받았다. 나를 지지해준 회원들은 ‘우리를 위해 싸워주는 사람’, ‘잘못된 부분은 바꿀 수 있는 사람’이라고 나를 생각한다.

한음저협 외부로 나가면 나는 싸움꾼이 아니라 음악인이다. 음악을 듣다가, 영화를 보다가 감동을 받아 우는 사람이다. 한음저협 임원일 때는 나를 위해 싸우는 게 아니라 정말 바꿔야 되는 부분이 있어서 나서는 것이다. 내 이득을 위해서가 아니라 음악계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될 때만 싸워왔다.

-당선 소감은.

사심이 있어 시작한 일이 아니다. 우리 음악인이 좋은 대우를 받고, 제대로된 권리를 보장 받을 수 있도록 권익 보호에 앞장서고 싶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선 음악인들이 사회에서 마땅히 누려야할 권리를 정당히 누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내가 회장직을 맡은 가장 큰 이유는 사명감이다. 회장 자리에 굳이 연연하고 싶지 않다. 회장은 작가들의 손발 역할을 하는 일꾼이다. 첫번째도, 두번째도 음악인, 작가들의 권리과 권익 보호가 우선이다. 물론 저작권 수탁 증대도 중요하다.

-음악인이 권리를 제대로 못 누리는 사례를 꼽자면.

프로야구 구단들의 응원가 저작인격권 침해 사례를 보면 안타깝다. 롯데 자이언츠 구단은 수십년간 ‘부산갈매기’를 쓰면서 한번도 노래의 창작자에게 고마움을 표현하지 않았다. 존경심과 합당한 이야기만으로 잘 풀어갈 수도 있는 문제였다. 롯데만의 문제는 아니다. 프로야구는 수십년간 응원가를 쓰면서 기본 예의를 지키지 않았다.

노래가 없는 야구장을 상상할 수 있는가. 프로야구단들은 야구의 즐거움 뿐 아니라 엄밀한 의미에서 음악도 판매해 온 것인데 창작자들이 누려야할 마땅한 가치가 보장되지 않는다. 음악 저작인이 마땅히 누려야할 권리 자체가 훼손돼 왔다.

한 보험업체가 그룹 이글스의 노래를 광고에 잘못 사용해 7억5000만원을 내야했던 사례가 있다. 개별 저작권자들이 프로야구단들에 저작인격권 문제를 제기하고, 소송을 걸면 큰 문제가 될 수 있는데 KBO와 구단들이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하는게 안타깝다. 음악인들의 기본적인 권리가 무시당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구단들이 각 저작권자에 개별접촉해서 ‘50만원에 쓰게 해달라’, ‘공짜로 쓰게 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우리 사회에 얼마나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지 알려주는 단편적인 사례다.

한음저협 간판

-오는 2월 이임하는 윤명선 회장의 개혁, 공적을 잇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는데.

윤명선 회장을 존경한다. 이유는 단 하나다. 언행일치다. 자신의 말을 끝까지 지켰다. 마지막까지 해외 출장 때 이코노미 클래스를 타고, 일반 비지니스 호텔에 머물렀다. 누가 감시하는 것도 아닌데 실천했다.

한점 의혹도 받지 않기 위해 이권과 관련된 모든 사업에 대해선 위원회를 구성해 직원, 이사의 합의로 결론내게 했다. 예전엔 직원 채용시 특채, 청탁 채용이 많았는데 모두 공채로 바꿨다. 다음 회장이 와도 인사 청탁을 들어줄 수 없도록 정관에 못박아놨다. 굉장히 우수한 인재들이 한음저협에 몰려오고 있다.

윤명선 회장은 방만한 경영을 줄여 매년 한음저협 예산 60~70억원을 아끼는 동시에 임기 4년간 음악 저작권 수탁액을 1250억원에서 1770억원 가량으로 약 500억원 늘렸다. 일부 반대하는 세력은 해외 출장이 많았다는 지적을 하기도 하는데, 한음저협의 국제저작권관리단체연맹(CISAC)내 위상이 엄청나게 올라갔다. CISAC내에선 “한음저협은 다른 나라가 40년 동안 하는 걸 4년간 해냈다”며 한음저협의 개혁과 혁신에 찬사를 보낸다. CISAC 총장이 2월 한음저협 회장 이취임식에 올 예정이다.

-새 회장으로서 핵심공약은 무엇인가.

징수규정 승인제 폐지가 핵심 공약이다. 징수규정이란 음반의 저작권료, 방송 저작권료, 음원사이트에서 음악을 듣는 대가로서의 저작권료를 규정으로 표준화한 것이다. 징수규정 승인제는 징수규정의 저작권료를 문체부가 정하는 제도인데 헌법 제22조 제 2항 ‘저작자·발명가·과학기술자와 예술가의 권리는 법률로써 보호한다’를 위배하는, 명백한 위헌이다. 사유재산을 인정하지 않는 제도로, 전세계에도 유례가 없다. 중국등 공산국가 일부를 제외하면 모두 신고제를 적용한다.

왜 정부에서 음악 가격을 정하나. 사유재산권은 헌법에 보장된 권리다. 지적재산권, 저작권 모두 사유재산이다. 정부 논리는 ‘공익 목적’이다. 한음저협 2만 7000 회원도 모두 국민이다. 관련 종사자 수를 모두 합하면 숫자는 수십만명까지 늘어난다.

현행 제도로는 신중현이나 조용필이나 똑같이 낮은 요율을 적용받는다. 문학 작가에게 ‘모든 작가가 무조건 책을 1만원에 팔아라’하면 작가들이 인정할 수 있겠나. 이런 말도 안되는 상황을 음악인은 강요받고 있다. 각 음악인 각자가 보낸 세월과 경력, 다양성을 인정해줘야 하는데 그런게 없다. 문체부가 나서서 음악인의 편을 들어야 하는 게 맞는데 오히려 방송사 등 이용자 편을 들고 있는 형국이다. 현재 음악저작권자들의 방송 요율은 세계 평균의 절반 이하다.

음원사용료 징수를 승인제에서 신고제로 바꾼다고 해서 음악인들이 ‘갑질’을 할 수 있는 위치는 아니다. 일을 한만큼, 자신의 권리를 존중받아야 한다

-현재 저작권 징수금액 1770억원(2017년 추정)을 임기 내에 약 5000억원으로 늘리겠다는 공약이 있다.

방송사, 유통사, 음원 사이트 등과 불합리한 계약이 현재 많다. 시장이 급변하고 있는데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에 대한 징수 규정이 제대로 없다. 다변화된 매체에 대한 징수규정을 만들고, 합리적인 계약을 해야 한다.

지상파 방송 3사의 징수액도 세계 평균요율을 적용하도록 노력하겠다. 또 올해 8월부터 공연권 징수 대상이 6개 업종(커피숍, 호프/주점, 헬스클럽, 복합쇼핑몰, 기타 대규모점포)에 적용되는데 국제 기준에 맞춰 12개 업종(패스트푸드, 일반음식점, 제과점, 미용실, 전자매장, 편의점 등)으로 점진적 확대될 때 현실적인 징수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음악들이 한글 제목일 경우 국제표준화가 안돼 있어 해외에서 징수가 안되는 사례가 있는데 국제 표준화, 영문화 작업을 통해 누수 금액을 없애려 한다. 우리 작가들을 위해 꼭 해야 할 정책 중 하나다.

-4년 임기가 끝났을 때 어떤 말을 듣고 싶나.

한국 사회에서 음악 저작권자들의 권리가 제대로 지켜지고, 제대로 보호받는데 기여하고 싶다. 4년 뒤 내 가족에게 떳떳한 사람이 되고 싶다. 역대 어느 회장보다 일을 잘했다는 말을 듣겠다.

monami153@sportsseoul.com

사진 | 한국음악저작권협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