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롯데 민병헌,
롯데 자이언츠 민병헌이 3일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진행된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서 타석을 준비하고있다. 대전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서장원기자] 민병헌(31·롯데)은 지난 시즌 종료 후 4년 총액 80억 원에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맺고 롯데로 이적했다. 이적 후 첫 시즌 민병헌은 22일까지 21경기에 나서 타율 0.308, 9타점을 기록했다. 아직 만족스러운 성적을 내진 못하고 있지만 새로운 연고지, 새로운 팀에서 빠르게 적응을 하면서 ‘롯데맨’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지난 2006시즌 1군 무대에 데뷔한 민병헌은 이후 11시즌을 두산에서만 뛰었다. 어느덧 베테랑 대열에 합류한 민병헌이지만 프로 생활 시작 후 처음으로 이적한 팀에서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그의 어깨를 무겁게 짓눌렀다. 민병헌은 “부담이 컸다. 잘해야한다는 마음이 앞서니 몸도 앞서게 되고 타석에서도 급해졌다. 수비야 잘 할 수 있지만 타석에서 마인드컨트롤이 잘 안되다보니 시즌 초반 어려웠다. 또 팀도 초반에 출발이 늦어져서 더욱 급해진 것 같다. 최근엔 (이)대호 형이나 (손)아섭 등 나머지 선수들이 잘 쳐줘 부담이 줄어들어서 편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병헌은 지난 18일 사직 삼성전에서 이적 후 마수걸이 홈런을 신고했다. 17경기 만에 나온 첫 홈런이었다. 이 홈런으로 장타에 대한 부담을 어느정도 털어버리는데 성공했다. 민병헌은 “홈런 나오기 전까진 ‘홈런 안 나오면 어떡하지’란 걱정이 컸다. 사실 시즌 초반 장타가 잘 나오지 않아 불안했다. 이제 홈런이 나왔으니 마음을 더 편하게 먹고 타석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 아직 타격감이 좋진 않지만 공을 끝까지 열심히 보고 치려고 한다”고 밝혔다.

민병헌은 후배들과 많은 시간을 보낸다. 그저 친목을 다지기 위한 것은 아니다. 야구에 대해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이를 통해 성장했으면 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민병헌은 “이젠 나도 후배들에게 많은 것을 알려주고 싶다. 많은 얘기 나누고 싶고 그러려고 노력하고 있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빨리 알려줘서 다같이 잘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라며 “예전에는 내 욕심이 많았지만 지금은 우리 팀 선수가 더 잘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선배가 먼저 밥 먹자고 말하면 부담스러울수 있으니 먼저 얘기하진 않지만 후배들이 먼저 얘기할 때는 어지간하면 간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종덕, 한동희, 신본기가 가장 적극적으로 조언을 구한다”며 “진짜 어려울 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만한 걸 해주고 싶다. 똑같은 프로선수라 기술적인 부분에는 큰 차이가 없다. 멘탈적인 부분에서 도와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자신보다 팀을 우선하는 마음이 후배들과 관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포토] 잠실의 민병헌, 롯데 유니폼으로...인사드립니다...
롯데 자이언츠 민병헌이 27일 잠실 구장에서 진행된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첫 타석에 들어서 홈팬들에게 허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 잠실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잠실을 홈구장으로 사용하던 민병헌에게 부산에 내려와 가장 달라진 환경은 이동거리다. 홈구장과 수도권 구장을 오가는 일정이 꼬여버리면 이동거리에 따른 피로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민병헌도 이동거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어우”라며 혀를 내둘렀다. 그만큼 힘들다는 의미다. 그는 “진짜 힘들다. SK와 개막전을 치르러 인천으로 갔는데 5시간 반이 걸렸다. 개막전부터 충격받았다. 어느 곳을 가도 멀다. 상상도 못한다. 두산에 있을 땐 가장 먼 부산이 4시간이 안 걸린다. 여기서는 수도권 어디를 가도 기본 4시간이다. 지옥이다”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그래도 민병헌은 “그것도 이겨내야한다”며 이내 마음을 다잡았다.

이적 후 첫 시즌, 민병헌의 목표는 무엇일까. 그는 “홈런을 치겠다는 생각보다 더 많이 나가면서 더 많은 기회를 만들어주고 찬스가 오면 타점을 올리는데 신경쓰고 있다. 욕심을 부리면 끝도 없다. 지금도 그나마 좋아진게 급하게 치고 크게 치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이다”고 힘줘 말했다. 그렇게 민병헌은 롯데의 일원으로 착실히 적응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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