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두준-김정현

[스포츠서울 조성경기자] 드라마 사전제작이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그동안 열악한 드라마 촬영 현실을 개탄하며 사전제작을 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오던 제작 관계자들에게 최근 잇따른 주연 배우 하차는 사전제작을 더욱 절실하게 하는 또 다른 이유가 되기 시작했다.

지난 22일 그룹 하이라이트 멤버 겸 배우로 활동하던 윤두준의 입대가 훈련소 입소일 이틀전 갑작스럽게 결정되면서 출연중이던 tvN 월화극 ‘식샤를 합시다3:비긴즈’(이하 식샤3)가 조기종영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26일에는 MBC 수목극 ‘시간’의 남자주인공으로 열연 중이던 김정현이 16부작중 절반밖에 출연하지 못한 가운데 건강상의 이유로 중도하차를 결정하면서 이목을 집중시켰다.

다행이라면 두 드라마 모두 전개상 물의 없이 마무리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식샤3’는 16부작 중 2회 모자른 14회로 28일 종영한다. 윤두준이 현역 입대한 24일 전까지 계획됐던 스토리를 압축해 촬영해 기존의 기획 방향에 흔들림 없이 담아낼 수 있었다. ‘시간’은 김정현이 맡았던 남자주인공 천수호가 시한부 인생이었기 때문에 죽음으로 자연스럽게 처리한 뒤 조기종영 없이 예정된 날짜까지 방영 후 끝낼 수 있을 전망이다.

이처럼 두 드라마 모두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다며 애써 표정관리를 하지만, 씁쓸한 마음이 드는 건 부정할 수가 없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주당 근로시간에 맞춰 쫓기듯 일하기도 힘들지만, 주인공 단속(?)까지 해야하는 현실이다. 예전에는 어쩌다가 드물게 일어났던 주인공 중도하차가 요즘은 비일비재하니 말이다”라며 한숨을 쉬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결국 사전제작을 하는 수밖에 없다. 한참 방영 중에 이런 사건사고가 벌어지면 정말 난감하고 수습할 길을 생각하면 정말 골치 아프다. 특히나 다른 대체 배우를 찾아야 하는 상황은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고현정

올해만 해도 지난 2월에는 SBS ‘리턴’의 고현정이 제작진과의 불화로 방영 도중 하차하며 새 주인공으로 박진희가 결정되기 까지 수일을 제작진이 마음고생을 했고, 뒤이어 불거진 배우들의 잇딴 미투 사태로 여러 드라마들이 대체 배우를 찾느라 동분서주 했다. 또한, 갑작스러운 입대로 인해 도중하차하는 남자주인공의 사례도 윤두준이 처음은 아니라서 다년간의 경험치가 사전제작을 촉구하게 만들고 있는 실정이다.

이 관계자는 “자의든 타의든 사전제작을 받아들여야하는 상황이 되고 있다. 최근 잇따르는 배우들의 도중하차는 드라마를 방영하는 방송사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사전제작이 좀더 수월하게 진행될 수 있게 편성을 좀더 일찍 결정해주기만 하면 좋겠다”고 바람을 나타냈다.

물론, 이 모든것을 제작시스템의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배우 및 모든 스태프들이 드라마를 끝까지 마무리하는 책임감도 함께여야 한다는 게 전제조건이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이다. 아무리 사전제작시스템이라도 배우와 제작진과의 마찰 및 여러가지 여건상 잡음이 빚어질 경우 드라마 제작이 쉽지 않다는 사실을 최근 중단됐다가 다시 촬영을 시작하기로 한 박해진 주연의 ‘사자’로도 충분히 경험했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일을 할 때 모두 다 한 마음일 수는 없다. 하지만, 시작을 했으면 끝까지 마무리를 짓는 책임감 정도는 배우부터 스태프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가져야 할 것”이라면서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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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강영조·최승섭기자 kanjo@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