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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도영인기자]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의 A매치 데뷔전이었던 9월 2차례 평가전이 끝났다. 결과에서는 코스타리카(2-0승)와 칠레(0-0무)를 상대로 1승1무를 기록했고 2경기 모두 무실점으로 마친 것은 고무적이었다.
벤투 감독이 데뷔전을 통해 한국 축구에 던진 화두는 빌드업과 정체성이다. 코스타리카와 칠레전 직후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태극전사들은 “벤투 감독께서 빌드업을 중요하게 생각하신다”고 입을 모았다. 현대 축구에서 꼽는 강팀의 필수요소 중 하나가 바로 빌드업이다. 다만 선수들의 역량이 일정 수준 이상 올라와야 하기 때문에 의지만으로 가능한 문제는 아니다. 벤투 감독은 평가전을 앞두고 “공격의 경우 후방에서부터 이뤄지도록 하고 싶다”며 빌드업을 강조했다. 한마디로 맥락 없는 롱패스를 통한 뻥축구는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코스타리카전에서는 수비라인부터 시작된 빌드업이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했다. 하지만 코스타리카에 비해 전력이 한 수위였던 칠레전에서는 무리한 빌드업이 실점 위기를 부르는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빌드업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볼 키핑, 탈압박 능력, 정확도 높은 패스 등 삼박자를 고루 갖춰야한다. 하지만 한국은 칠레의 강한 압박에 허둥지둥하는 모습을 여러차례 보였다.
첫 술에 배부를순 없는 만큼 벤투 감독은 후방 빌드업을 계속해서 대표팀에 이식해 나갈 생각이다. 그는 칠레전 직후 “우리 선수들의 능력을 믿는다. 상황에 따라서 이런 부분이 어려울 땐 다른 방식을 취할 수 있다. (후방 빌드업을)유지할 것이냐는 질문에 답하자면 100%라고 할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9월 A매치 2연전에서 벤투 감독에게 주어진 과제는 이전 사령탑의 색깔을 서서히 지워가면서 자신만의 팀 컬러를 태극전사들에게 입혀가는 것이었다. 그래서 벤투 감독은 경기 결과보다는 훈련과 미팅을 통해 강조한 팀의 정체성이 두 경기에서 유지되길 기대했다. 벤투 감독은 대표팀 사령탑에 선임된 지 열흘만에 9월 A매치에 나설 24명의 선수 명단을 발표했다. 이번 명단은 물리적으로 새 사령탑의 의중이 많이 담겼다고 보기 어려웠다. 러시아월드컵 멤버들을 대거 차출했고 아시안게임에서 활약을 펼친 영건들을 불러 모았다. 벤투 감독은 첫 소집에서 자신의 축구 철학을 태극전사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세밀하고 다양한 훈련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축구가 어떤 것인지를 알렸다. 벤투 감독은 두 차례 평가전에서 같은 전술을 활용하고 선발 명단에 큰 변화를 주지 않은 것도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으로 볼 수 있다.
벤투호는 이제 첫발을 내디뎠다. 10~11월 A매치 2연전을 통해 과도기를 거친 다음 내년 1월 열리는 아시안컵에서는 확실한 자신만의 컬러를 보여줘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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