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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논평위원] ‘벤투호’ 출범 이후 이제 A매치 4경기를 치렀을 뿐이다. 팀의 장점과 단점을 일목요연하게 끄집어내기엔 이른 시기다. 다만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은 3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시안컵에서 우승을 목표로 잡았고 그때까지 평가전이 얼마남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 2연전(우루과이, 파나마)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보완해야 한다.
우선 벤투 감독이 지향하는 공격지향적인 빌드업 축구는 측면이 핵심이다. 4-2-3-1 포메이션을 기본으로 양 풀백을 높은 지점에 두는 게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다. 그들의 공격 가담을 늘리고 기성용과 정우영 등 중앙 미드필더가 수비 진영으로 내려가 전체 공수 플레이를 주도한다. 초반 벤투 감독의 색깔이 나름대로 잘 드러난 이유는 두 가지로 요약이 된다. 첫 째는 선수들이 새 수장과 교감이 가장 잘 이뤄지는 시기라는 점이다. 선수 심리상 새 감독이 들어왔을 때 동기부여가 강해지고 집중력이 배가된다. 디테일을 중시하는 벤투 감독의 성향상 자신의 전술, 철학에 대해 선수들과 더 교감하려 했을 것이고 선수들도 감독의 지시를 잘 따르고 스폰지처럼 빨아들이기 위한 자세가 돼 있었다. 둘 째는 벤투 감독이 지난달 코스타리카, 칠레와 2연전을 시작으로 지난 12일 우루과이전까지 골키퍼를 제외하고 필드 플레이어 선발진 변화를 거의 주지 않았다는 것에 있다. 빌드업 자체가 조직력을 핵심 덕목으로 하기 때문에 지속해서 발을 맞춘 선수간의 힘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그 성과가 잘 드러난 게 우루과이전이다. 직전 칠레전에서 상대의 강한 압박에 고전한 것과 다르게 이 경기에선 패스 템포나 움직임이 비교적 부드러웠다. 또 상대 톱클래스 공격수를 상대로 선수들의 공수 전환이나 간격 조절도 수준급이었다.
16일 파나마전은 우루과이전과 비교해서 선발 요원이 5명이나 교체됐다. 벤투 감독으로서는 출범 이후 가장 실험에 가까운 경기였다고 볼 수 있다. 당연히 축구 색깔은 비슷하게 유지했다. 전반 40분까지는 좋았다. 새 얼굴들이 도전적인 자세로 빠른 공격 템포를 이끌면서 경기에 대한 몰입도가 컸다. 그러나 전반 막판 집중력이 떨어졌고 세트피스 실점으로 이어졌다. 후반 초반 조금씩 살아나는듯 했으나 상대가 전략적으로 한국 공격을 틀어막고 효과적인 역습으로 나서면서 우리의 조직력이 흔들렸다. 이전보다 많은 선수 변화로 상대의 전략에 대처했는데 조직적인 힘이 떨어져 보였다. 막판엔 손흥민, 황희찬 등 기존 주력 선수들의 체력 저하도 눈에 띄었다. 파나마에 후반 두 번째 골을 내준 것은 단순히 남태희의 실수로만 보기 어렵다. 전체적인 빌드업 집중력이 떨어진 결과다. 앞으로 일정에서 벤투 감독이 마음속에 둔 주전급 요원이 매번 경기에 나간다는 보장이 없다. 부상이나 기타 변수가 존재한다. 내달 호주 원정 2연전을 비롯해 아시안컵까지 실전 경기가 몇 차례 남지 않은 상태에서 기존 주전급 선수들로 장점을 극대화할지, 플랜B 마련을 위한 실험을 병행할지 고민이 될 수 있다. 메이저 대회에선 워낙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하기에 플랜B에 대한 고심은 필수적일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이날 처음 선발 출전한 조현우나, 공격수 석현준은 언제든지 주전으로 나서도 손색이 없는 자원이다. 그러나 조현우는 월드컵 당시 주전이었으나 지금 다시 경쟁 중인데 이날 초반 부담을 느낀 듯 이전보다 몸이 가벼워 보이지 않았다. 석현준도 현재 벤투호의 템포를 쫓지 못하는 느낌이었다. 이들이 더 대표팀에 녹아들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전 대표팀 코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