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는 “처절한 주인공인데 나까지 뺏어가 버리면 어디까지 가야하나 하는 생각이 나조차 들더라. (시청자가)현빈형을 사랑하는 마음이 나까지 이어진 것 같다”며 미소지었다.
실제 현빈과의 호흡은 브로맨스 이상을 연상시킬 정도로 좋았다. 민진웅 역시 “(tvN'혼술남녀' 당시) 김원해 선배님 때도 그랬는데 내가 잘한 것이 아니라 주신 것을 잘 받았다. 사소한 것부터 형이 너무 챙겨주셨다. 현장이 어렵기도 한데 형이 ‘혹시 한번 더 가고 싶으면 말하라’며 마치 슬램덩크에서 송태섭과 강백호가 덩크하기 전에 신호를 보내는 것처럼 암호를 정하기도 했다. 게다가 감독님과 촬영감독님이 잘해주셔서 잘 연착륙 한 것 같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특히 현빈 손에 들린 '천국의 열쇠'에 찔려 소멸되는 마지막 장면에서는 NPC이지만 눈물이 날 뻔하기도 했다. “‘혼술남녀’ 당시 김원해 선배님과 장례식장 장면은 그냥 얻어 맞는 기분이라면 현빈형 한테는 무너지는 느낌이 있었다. 내가 삭제되는 NPC로 어떻게든 형을 안보려 했는데 인간이라 눈이 가더라. 나를 안고 연기 하는 형의 호흡이 가슴으로 이어지다 보니 감정이 차올라 걱정했는데 다행히 촬영 감독님이 피해서 잘 찍어주셨다.”
민진웅은 이번 드라마를 통해 생애 첫 해외 로케이션을 경험하기도 했다. “‘알함브라’ 덕분에 오래간만에 국제선 비행기를 탔다”며 너스레를 부린 그는 “5월말에 스페인은 3~4주 정도, 8월에 슬로베니아·헝가리를 3주 정도 갔다. 다른 현장보다는 터프하게 촬영을 못하니깐 배우들끼리 같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는데 그것이 드라마의 케미스트리로 반영된 것 같다”며 만족했다.
그는 “박신혜도 처음 봤는데 모두를 오라버니라고 부르며 배우 뿐만 아니라 현장의 모든 스태프를 살뜰하게 잘 챙겼다. 어릴 때부터 활동해서 그런지 생각도 깊고 프로이자 선배님의 향기가 느껴졌다. 촬영 중간에 단체 대화방에 먼저 밥을 먹자고 했는데 자연스럽게 모두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에서 민진웅은 AR 게임 속 NPC를 연기하는 새로운 도전을 하기도 했다. “박훈 형은 작품 전부터 친해서 그 (버그가 된 NPC) 연기를 보긴 했는데 볼 때마다 형이 참 멋지더라. 어느 순간 나도 그 연기를 해야 하는데 생각보다 선이 잘 안 잡히더라. 인간이어도 안되고 완전히 어색해도 안되는데 적절한 수위를 조절하는게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감정을 배제해야 하는데 사람이라 근육이 움직이고 3단계로 빠져야 하는게 어려웠다.(웃음)”

과거 민진웅의 캐릭터는 세거나 악역에 가까운 안타고니스트(Antago-nist) 쪽이 강했는데 ‘혼술남녀’를 비롯해 영화 ‘동주’ ‘박열’ ‘말모이’ 그리고 드라마 ‘아버지가 이상해’ ‘저글러스’ 등에서는 친근하고 선한 모습으로 대중에게 다가오고 있다.
“초반에 했던 부정적이고 폭력적인 모습이 있지만 거의 영화 ‘동주’부터 ‘혼술남녀’를 기억해 주신다. 영화 ‘재심’에서는 살인범으로 나오고 그 정도로 착한 놈은 아닌데...(웃음) 나를 더 알게 되시면 실망하실까 하는 생각도 들고 항상 감사하다. 여기 저기 화려하거나 특출나지 않지만 없으면 허전하고 있으면 적당히 좋은 수더분함이 나의 매력인 것 같다.”
특히 민진웅은 최근 스크린 속 ‘동주’ ‘박열’에 이어 ‘말모이’까지 시대극에서 존재감을 내비치고 있다. “다른 배역과 이야기가 다르지만 항상 다른 부분을 찾아내야 한다는 생각이 많았다. ‘말모이’에서도 감독님이 많이 챙겨주셔서 힘이 많이 됐다. 개인적으로 시대가 만들어 낸 선택을 했지만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할 줄 아는 인물인 ‘말모이’의 역할이 너무 좋고 감사했다.”
불과 2년여전 인터뷰 당시 민진웅은 자신의 목표를 ‘한달에 꾸준히 15일 이상 일하는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아직도 가야할 길이 한참 멀었다”던 그는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내 기준에 스스로 배우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 것인가. 나라는 아이가 사람들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을까. 그렇다면 객관적인 지표와 주관적인 선이 어디인지 알고 조금 더 알아가고 있다”고 속내를 밝히기도 했다.
그래도 민진웅은 조금씩 스크린은 물론 작품 속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자신감도 조금씩 붙기 시작했다. 그는 “전에는 고개를 90도로 돌려 스크린을 봤다면 이제는 5~10도 정도 돌아온 것 같다. 조금씩 익숙해지고 한발씩 나아가고 있다고 느낀다. 아직은 ‘배우입니다’라고 함부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이제 조금 더 당당해 질 수 있을 것 같다”고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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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화이브라더스코리아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