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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최진실기자]좀비가 습격하는 기차부터 증강현실(AR) 게임의 세계까지 영화, 드라마의 소재가 무한 확장되고 있다. 이 소재들이 표현된 화면 역시 전혀 어색하지 않다. 실감 나는 모습으로 보는 이의 몰입도를 높인다. 그야말로 새로운 세계로의 초대다.
이 같은 새로운 세계 구현에 있어서는 CG의 역할이 단연 빛난다.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하 알함브라)는 AR 게임을 소재로 주인공 유진우(현빈 분)이 게임 세계로 들어가 직접 게임을 펼쳤다. 게임과 현실을 오간다는 것을 쉽게 상상할 수 없었지만 ‘알함브라’는 이를 ‘리얼’하게 해낼 수 있었다.
‘알함브라’의 CG 작업에는 국내 최대 CG 회사 디지털아이디어가 참여했다. 지난 1997년 영화 ‘퇴마록’(박광춘 감독)을 시작으로 ‘태극기 휘날리며’(강제규 감독), ‘부산행’(연상호 감독) 등 굵직한 영화 작품은 물론 tvN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 등 드라마까지 대작에는 빠짐없이 함께한 회사다.
한국은 물론 중국에서도 10년 전부터 다양한 영화 CG 작업에 참여하며 그 명성을 인정받았고 지난해 영화 ‘앤트맨과 와스프’(페이튼 리드 감독)에 참여해 마블 영화 스크린X(3면 입체 상영 시스템) 가공 자격을 획득하기도 했다. 이처럼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는 디지털아이디어의 박성진(41)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알함브라’는 실감 나는 CG로 호평을 얻은 작품이다. 비결이 있다면?영화 ‘판도라’(박정우 감독), ‘군함도’(류승완 감독)에 참여하며 폭파 등 CG 기술을 이미 갖고 있었다. ‘알함브라’는 게임이지만 리얼리티도 중요했다. 드라마 속 동상이 움직이는 것도 우리가 갖고 있던 기술이 반영됐다. 물론 우리만 갖고 있는 기술은 아니지만 오래 해온 만큼 빠른 시간, 고퀄리티로 만들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도깨비’ 작업 당시에도 가지고 있었던 기존의 작업 패턴을 가지고 한 것이라 비교적 쉽게 작업을 한 것이었다. 좋은 퀄리티가 나오니 ‘미스터 션샤인’이나 ‘알함브라’ 때도 스태프들의 눈이 높아져 힘들더라.(웃음) 영화만큼 드라마 작업도 점점 힘들어진다.
-드라마는 영화와 달리 실시간으로 촬영을 하기에 CG 작업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도깨비’를 하면서 시스템을 갖출 수 있었다. ‘알함브라’도 초반 대본이 3~4부 정도 나왔기에 실시간으로 작업을 하게 됐다. 그래서 극중 무기상 장면도 우리가 갖고 있었던 무기들을 활용해 만들었고 빠르게 작업할 수 있었다. 갑자기 시나리오가 바뀌는 경우가 있었기에 쉽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인프라나 작업자들의 숙련도가 높아서 가능했다. 급할 때는 내부에서 밸런스를 조절하며 중요한 것 위주로 했다.
-‘알함브라’는 첫 회부터 남다른 CG의 스페인 그라나다 광장 신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는지?광장 신은 가장 공들인 장면 중 하나였다. 1부에서 어떤 내용의 드라마고 게임에 대해 설득이 안 된다면 앞으로 끌고 가기가 어렵다 생각했다. 촬영 전에도 한 컷, 한 컷 조절하고 CG 작업을 넣었다. 실제 공간에서 축소나 특수효과를 넣기 힘들었기에 건물도 CG였다. 드라마 속에서 3D화를 시키는 것에 있어서 어떻게 하면 잘 나올까 고민을 했다. 게임 UI부터 공을 많이 들이고 힘을 줬다.
-CG와 한 몸이 된 현빈의 연기도 호평받았다. 함께하며 어땠나?영화도 많이 해 숙달된 현빈 씨였기에 커뮤니케이션이 굉장히 편했다. 콘셉트나 비주얼에 대해 미리 보여줬는데 이해도가 굉장히 빠르다. 연기를 하면서도 CG를 살리면서 배우가 생각과 이해를 빠르게 한다. 그래서 쉽게 할 수 있었다. 서로 믿음이 있으니 잘할 수 있었다.
-영화도 그렇지만 ‘도깨비’를 시작으로 드라마에도 많은 VFX(시각특수효과)가 도입되고 있다.드라마에서도 연출가 분들이 비주얼에 대해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2~3년 후에는 드라마에서 영화 ‘안시성’과 같은 것을 하고 있을 것 같다. 여러 가지 효과를 쓸 수도 있다. 고퀄리티 영상을 안방에서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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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앤트맨과 와스프’에 참여하는 등 마블 영화 스크린X의 가공 자격을 획득했다. 어떤 계기로 함께 하게 됐나?
‘타워’가 흥행이 돼서 화면의 양옆을 볼 수 있는 기술을 처음 해보게 됐다. 처음엔 ‘이게 뭘까’라 생각했다. 만들기는 어려웠는데 특히 아이들이 좋아하더라. ‘앤트맨’을 보면서도 초등학생들이 스크린X를 좋아했다. 어린 친구들은 모든 장면이 스크린X였으면 좋겠다고 했고 4DX도 좋아하더라. 하나의 문화라 생각했다. 그래서 향후 스크린X를 선호하는 관객들이 더 많아지지 않을까 보고 있다. CGV를 통해 마블 영화 스크린X 가공에 대한 문의가 왔고 보안 등급을 운 좋게 한 달 만에 통과했다. 보안 등급 통과 과정이 굉장히 많다. 직접 디즈니에서 직원 분이 파견돼 인터뷰도 하고 전문가가 와서 살펴보고 내부 보안망도 갖춰야 한다.
-스크린X에 참여한 ‘보헤미안 랩소디’는 이를 통한 싱어롱 상영이 많은 인기를 얻은 영화기도 했다.‘보헤미안 랩소디’는 잘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림만 연장한 영화가 아니라 모션 그래픽 쪽으로 했는데 영화와 잘 맞더라. 콘서트 같은 느낌이었다. CGV에서도 스크린X로 방탄소년단 관련 영화와 같은 것들을 많이 하더라. 기술이 좋아졌다. 스크린X는 한국이 만든 기술이다. 마블 측에서도 퀄리티를 보고 놀랐고 관심이 많더라.
-많은 중국 작품도 하고 있는데 해외 진출 계획은?중국에서 10년 동안 서극 감독 등 거장들과 함께 하며 인정을 받을 수 있었다. 함께한 감독님들이나 스태프 분들과 함께 하며 신뢰가 쌓아져 오래 할 수 있게 됐다. 중국에서도 한국 기술이 높아지니 자체적으로 CG 회사들이 많이 생기고 있다. 더 큰 회사나 작품들이 만들어지더라. 기술도 많이 따라왔다. 한국은 정부에서 지원을 많이 해주지 않는 편이다. 중국으로 인력 유출도 많은 현실이다. 앞으로 유지하는 것이 힘든데 향후 이쪽 기술의 수요가 더 많아질 것이다. 때문에 정부에서 지원을 많이 해주면 좋을 것 같다.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인력이 유출되면 유지하는 것이 작품을 하는 것보다 더 힘든 현실이다.
-한국 영화는 해외에서 상상할 수 없는 예산으로 고퀄리티 CG를 해낸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미국처럼 더 많은 예산을 할 수 있다면 한국에서도 ‘어벤져스’를 충분히 만들 수 있다. 지금은 중국에서 큰 영화를 담당하고 있는데 기술력을 확보하고 꾸준히 한다면 할리우드에서도 분명 기회가 올 것이라 믿는다.
-한국의 CG 기술은 리얼리티가 강하다는 이야기가 많다. 이와 관련된 강점은 어떤 것이 있을까?우리나라에서는 리얼하지 않으면 티가 난다는 지적을 받는다. CG는 특별한 장르의 영화만 하는 것이 아니다. 임권택 감독님의 영화에서도 초기 CG를 담당했었다. 유명한 감독님들도 영화에서도 티가 나지 않는 자연스러운 CG를 사용한다.
-한국 CG나 VFX만의 차별점이 있다면?말 그대로 한국적인 소재를 가진 도전적인 것이 많다. ‘알함브라’도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 흥미로웠다. 스태프들의 실력도 아시아에서 높기에 시너지를 낳을 수 있었다. 좋은 감독님과 제작사와 함께 하며 더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었다. 지금까지는 아시아 톱이라 자부하는데 중국의 거대 자본력이 있다 보니 방심한 사이 뺏길 수도 있다. 어렵게 여기까지 왔는데 하루아침에 자본력 때문에 뺏길 수는 없다. 그래서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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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 들어오게 된 계기도 궁금하다.
‘로보캅’이나 ‘스타워즈’와 같은 CG가 많은 영화를 좋아했고 연출 쪽으로 공부를 하게 됐다. 임권택 감독님의 조감독을 하며 일을 시작했고, 시각 효과 쪽을 담당했다. 디지털아이디어에 들어오며 본격적으로 CG를 하게 됐다. 중국에서 작품을 많이 받고 있지만 아무래도 태생이 한국이다 보니 한국 작품을 절반 이상은 꼭 하려 한다. 자부심이 더 큰 것 같다.
-디지털아이디어가 타 회사와 차별점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20주년이 됐는데 회사 자체가 브랜드다. 나름 이 쪽에서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젊은 친구들이 많이 온다. 10년 이상 다닌 직원들도 꽤 많다. 경영을 하며 직원들의 관계가 중요하다. 작업자들이 크리에이티브 작업에 몰두할 수 있게 한 것도 있다. 그런 것이 강점인 것이 있다. 직원을 뽑을 때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을 뽑는다. 좋은 작품을 많이 하니 지원하는 분들도 많다.
-회사를 이끌며 박 대표는 어떤 스타일의 리더인지?커뮤니케이션을 많이 하는 편이다. 아무래도 작업을 많이 하니 같이 밤을 새는 경우도 많다. 이야기를 하며 아이디어도 많이 얻는다. ‘알함브라’를 작업한 매니저가 공대 출신인데 기술에 대해서 공대 출신 친구들의 정보도 많이 듣곤 한다. 창조적인 작업을 많이 하다 보니 아티스트가 창의적으로 작업을 할 수 있게끔 한다. 작품에 대해 이해를 더 많이 하고 집중할 수 있도록 하려 한다. 올해 중점은 집중화와 전문화다. 팀별로 전문화를 시키려 했다.
-디지털아이디어의 목표는?더 좋은 작품이 와서 내년에도 많은 작업을 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다. 올해는 어느 정도 정리됐지만 내년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한다. 좋은 작품을 좋은 감독님과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년에도 감독님들과 힘내서 좋은 작품을 했으면 좋겠다. 올해는 영화 ‘사바하’와 ‘엑시트’, ‘미스터 주’ 등의 개봉을 앞두고 있고 드라마는 ‘배가본드’, ‘델루나 호텔’ 등에 참여한다. 한국 작품들이 잘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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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