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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토비체=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20세 이하(U-20) 월드컵 현장에서 선수, 감독, 코칭스태프, 취재진만큼 분주한 사람들이 있다. 바로 선수를 관리하는 에이전트다.
U-20 월드컵은 전 세계 유망주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대회다. 이미 A대표팀에서 활약하는 자원은 찾기 어렵지만 상대적으로 몸값이 싼 대신 나이가 어리고 재능이 풍부한 선수들이 대거 월드컵에 참가한다. 무엇보다 아시아나 아프리카, 남미 등 상대적으로 보기 어려운 선수들을 눈 앞에서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미 2000만 유로 이상의 비싼 몸값이 책정돼 여러 클럽의 러브콜을 받는 포르투갈의 제드송 페르난데스 같은 선수에게는 기량을 검증하는 무대다. 클럽은 U-20 월드컵을 보고 관심 있게 지켜보던 특정 선수 영입을 확신하기도 한다.
덜 유명한 대신 잠재력이 있는 유망주들도 많다. 적은 돈을 쓰고도 효율 높은 영입을 할 절호의 기회라 주로 시장이 가장 큰 유럽 주요 클럽의 스카우트나 에이전트들이 월드컵 현장을 방문하다. 대회가 진행 중인 폴란드에서도 많은 관계자들을 볼 수 있다. 각 경기장에서는 일반 관중뿐 아니라 스카우트, 에이전트들이 자리해 매의 눈으로 선수 한 명 한 명을 자세히 관찰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국내 에이전트들도 현재 폴란드에 체류하며 다양한 업무를 보고 있다. 의외로 할 일이 많다. 선수가 미처 챙기지 못한 축구화나 용품을 공수하고 영양제나 음식까지 제공한다. 국내 에이전트와 선수들에게도 월드컵은 중요한 무대다. 일종의 ‘쇼케이스’로 단기간의 활약을 통해 유럽 관계자들에게 어필할 기회이기 때문이다. 실제 구체적인 사례가 있다. 2013년 터키 대회에 출전했던 류승우는 당시 프로가 아니라 대학생 신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월드컵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며 독일 분데스리가 명문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의 제안을 받았고 결국 바이엘레버쿠젠 이적에 성공했다.
최근에는 어린 선수들의 유럽 진출을 향한 열망이 전보다 강해지고 있다. 영국이나 독일, 스페인 등 빅리그 뿐만 아니라 크로아티아나 오스트리아 같은 중소무대도 적극적으로 노크한다. K리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무대 진출이 쉽기 때문이다. 에이전트들은 자신이 관리하는 선수가 월드컵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 더 좋은 리그로 갈 수 있도록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인다. 유럽 현지에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 에이전트를 만나 선수를 소개하는 데도 여념이 없다. 유럽 파트너를 직접 만나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은데 이렇게 월드컵이 유럽에서 열리면 겸사겸사 미팅을 할 기회가 열린다. 폴란드 현지에서 만난 한 에이전트는 “월드컵은 여러모로 좋은 기회다. 선수들도 이 점을 잘 알아 동기부여가 된다. 에이전트에게도 새로운 길을 개척할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경험”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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