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즈마
아즈마 종합운동공원내 빨간색 물음표로 표시된 곳은 방사능 오염토를 마대자루에 넣어 쌓아둔 곳이다. 올림픽에 앞서 모두 이동조치 되겠지만, 제염되지 않은 오염토를 현지 지역주민들은 검은 피라미드라고 부른다. 구글지도 캡쳐

[스포츠서울 배우근 기자] 2020도쿄 올림픽 야구경기는 두 곳에서 개최된다. 요코하마 구장과 아즈마 구장이다. 명색이 도쿄올림픽인데 5만 명까지 수용하는 도쿄돔에서 야구경기가 열리지 않는다. 일본프로야구는 내년 올림픽 기간 동안 리그전이 중단된다. 그렇다면 도쿄돔 뿐 아니라 인근지역의 야구장을 사용 가능하다. 특히 돔구장은 무더위를 피할 수 있고 우천에도 지장을 받지 않는다. 일본엔 도쿄돔 외에 교세라돔, 나고야돔 등 5개의 돔구장이 더 있다.

그럼에도 도쿄올림픽에서 야구경기는 개방형구장 두 곳에서 열린다. 요코하마 구장은 도쿄에서 남쪽으로 30㎞ 정도 떨어진 가까운 곳이라 납득이 간다. 그런데 후쿠오카 아즈마 구장은 도쿄에서 북쪽으로 230㎞ 이상 떨어져 있다. 그 정도 거리에서 경기를 할 정도면 요리우미의 홈구장인 도쿄돔이 아닌 다른 프로야구단이 사용하는 돔구장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다. 특히 세이부 라이온스의 홈구장인 매트라이프돔은 도쿄에서 북서쪽으로 30㎞ 거리에 위치한다.

올림픽야구 경기를 도쿄돔에서 하지 것에 대해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인 무로이 마사야 씨는 가장 큰 이유로 경비의 어려움을 들었다. 그는 “도쿄 올림픽이니 도쿄에서 하는게 맞지만, 도쿄돔 주변에는 호텔, 유원지, 음식점 등 각종 위락시설이 많다. 올림픽을 치르기에 공간확보의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도쿄에는 도쿄돔 외에 야쿠르트 스왈로즈의 홈구장인 진구구장도 있다. 그러나 올림픽 주경기장과 가까운 이곳은 야구가 아닌 각국 관계자와 내빈의 대기장소, 그리고 자재 창고로 사용될 예정이다.

도쿄올림픽 조직위가 요코하마 구장에 이어 도쿄에서 멀리 떨어진 아즈마 구장을 야구장으로 선정한 이유는 후쿠시마 부흥과 연결된다. 2011년 원전 사고 후 일본정부는 ‘먹어서 응원하자’라는 슬로건을 내걸며 후쿠시마 재건에 매달렸다. 조직위는 한발 더 나아가 ‘후쿠시마산 농산물을 올림픽 선수촌에 제공하겠다’는 입장이다. 전세계를 향해 ‘후쿠시마는 안전하다’는 인식을 심겠다는 속셈이다. 야구경기를 굳이 방사능 논란이 있는 후쿠시마에서 하는 속내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후쿠시마가 일본 정부의 발표처럼 과연 안전한가에 있다. 비근한 예로 체르노빌은 사고 후 30년이 지났지만, 주변 30㎞ 지역은 여전히 사람이 출입하지 못한다. 원전사고에서 70㎞ 떨어진 아즈마 구장 주변도 2014년 4월까지 입장금지 지역이었다. 일본정부는 후쿠시마의 안전성을 강조하지만 곳곳에서 허점이 발견되고 있다.

아사히 신문은 ‘후쿠시마 제1원전 건물지하에 고농도 1만8000t이 제대로 제어되지 않고 있다’고 고발했고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제거 작업은 효과가 없으며 올림픽을 앞두고 피난주민들이 가설주택에서 쫓겨나 귀향을 강요받지만, 국제안전기준 보다 100배 높은 방서선 방출로 귀향을 주저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미국 시사주간지 더네이션은 ‘멜트다운이 진행중인 원전에서 불과 70㎞ 떨어진 곳에서 야구경기가 열리고 올림픽 성화는 고농도 오염지역 일부를 통과한다. 실제 현장을 다녀온 결과 방사능으로 부터 안전하지 않다’라며 선량계 수치를 공개했다.

올림픽을 향해 많은 선수들이 수년간 노력했고 지금도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그러나 선수들의 그런 노력과 별개로 아베정부는 올림픽을 군국주의 회귀와 후쿠시마 재건의 정치적 기회로 삼고 있다. 분명 지난 1964년 도쿄올림픽은 일본 부흥의 상징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2020도쿄올림픽은 ‘평화의 제전’이라는 기본 가치를 상실하고 있다. 아베 정부가 후쿠시마 부흥에 무리수를 둘수록 되레 방사능 올림픽이라는 낙인이 찍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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