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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지석기자]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주연 배우는 김고은, 정해인이지만 ‘제3의 주연배우’가 있다. 바로 음악이다.
영화 제목에 걸맞게 이 영화에는 수많은 팝과 가요의 명곡들이 나온다. 영화에 나온 노래는 총 10곡이다. 이 곡들을 사용하게 된 뒷이야기도 많다.
KBS 쿨FM ‘유열의 음악앨범’ 실제 오프닝 시그널로 쓰였던 야니의 ‘원스 어폰 어 타임’ 그리고 콜드플레이의 ‘픽스유’가 나온다. 유열의 ‘처음 사랑’을 비롯해서 신승훈의 ‘오늘 같이 이런 창밖이 좋아’, 윤상이 부른 토이의 노래 ‘우리는 어쩌면 만약에’, 핑클의 ‘영원한 사랑’, 모자이크의 ‘자유시대’, 이소라의 ‘데이트’, 루시드폴의 ‘보이나요’와 ‘오 사랑’ 등이 영화에서 쓰였다.
라디오 ‘유열의 음악앨범’ 방송작가 출신인 이숙연 작가의 실제 시나리오에 처음부터 꼭 쓰여야 한다고 구체적으로 지목한 곡들은 루시드폴의 노래들이었다. 이 작가가 루시드폴의 열혈 팬이라 영화 속에서도 중요 장면에서 루시드폴의 노래들이 다뤄졌다.
다른 수록곡은 제작진과 출연진의 논의를 거쳐 결정됐다. 수백여 후보곡 중 최종 수록곡을 추린 뒤 가요 원저작권자들의 허락을 받는 과정은 어렵지 않았다. 영화 제작진들에 따르면 어떤 아티스트는 저작권료를 거의 안받기도 하고, 적정 금액의 절반 정도만 받겠다고 한 아티스트도 있었다.
저작권 등 여러 문제로 쓸 수 없게된 라디오 프로그램 로고송은 다시 작업을 하기도 했다. 재즈피아니스트 겸 프로듀서 등으로 활동 중인 윤석철이 로고송 작업을 총괄했다.
‘유열의 음악앨범’ 영화에 실제 출연까지 한 유열은 기술시사회에 참여하고서야 자신의 노래 ‘처음사랑’이 영화에 나온다는 사실을 알고 반가워했다고. 90년대 최고의 작사가였던 박주연의 노랫말이 영화와 잘 어울린다고 판단한 스태프가 유열의 노래를 영화에 쓰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저작권 허락 과정이 가장 쉽지 않았던 노래는 콜드플레이의 ‘픽스유’였다. ‘슈퍼밴드’인 콜드플레이는 영화에 자신들의 노래가 삽입되는 걸 쉽게 허락하지 않는 편인데, 처음으로 콜드플레이 노래를 쓴 영화는 리차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2014년작 ‘보이후드’다.
‘픽스 유’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제작진은 모든 인맥과 프로세스를 총 동원해 콜드플레이와 접촉했다. 이 과정에서 배우 김고은의 인맥까지 활용했다는 후문이다. 결국 콜드플레이 메인 프로듀서 겸 제작자의 이메일 주소를 알아낸 제작진은 영화 관련 자료들을 보내 콜드플레이 측의 허락을 얻어내는 ‘쾌거’를 일궈냈다.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총 제작비는 85억원 규모. 이중 마케팅 비용을 제외한 순제작비는 50억원대인데 이중 6억원 가량을 음악 저작권료에 사용했다. 기존 50억원대 영화들이 음악에 투자하는 비용이 평균 5000~6000만원, 많이 쓴 영화가 1억원대 정도임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액수다.
기존 한국영화 중 음악 저작권료를 많이 쓴 영화로 꼽혔던 작품으로는 ‘국제시장’, ‘마약왕’ 등과 비틀즈의 음원을 쓴 ‘스윙키즈’, 보니엠의 노래를 써서 화제가 된 ‘써니’ 등이 거론된다. 기존에 많은 저작권료를 지불한 작품들의 경우 대략 3~3억원대의 비용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열의 음악앨범’처럼 90년대 감성을 전면적으로 다룬 ‘건축학개론’은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 한곡에 올인하는 전략을 취했다.
원래 저예산 영화로 기획하는 방안도 논의됐던 ‘유열의 음악앨범’이 제작비 규모를 키운 데는, 음악을 제대로 사용하는 ‘음악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제작진의 바람도 반영됐다는 전언이다.
영화음악의 경우 1차 저작권인 ‘복제권(영화 속에 음악을 사용할 권리)’ 외에 2차 저작권인 ‘공연권(극장에서 영화를 통해 음악을 사용할 권리))’이 존재한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가 기존 곡이 삽입된 극장 상영작을 대상으로 별도의 공연권료를 책정하는데 ‘유열의 음악앨범’의 경우 복제권이 아닌 공연권료로 지불한 금액만 2억여 원에 이른다.
공동제작사 필름봉옥의 김명진 대표는 “우리 영화 예산 안에서 할 수 있는 최선으로, 그 이상으로 음악 저작권료를 확보했다”며 “라디오를 배경으로 이어진 인연을 다룬 영화라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소소한 일상의 긴 시간을 다루고 있는 영화 특성상 시대의 공기, 분위기를 소환하려면 음악이 필요했다. 지금의 관객들이 그 시기를 경험하지 못했더라도 당시의 좋은 음악을 많이 들려주는 것이 결국 이야기의 공감세포를 끌어올릴 것이라고 믿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어 “멜로 영화로서 김고은, 정해인 두명의 주연배우가 있지만 음악이 또다른 주연이라는 생각으로 최대한 음악에 신경쓰고, 그 음악을 대우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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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배우 정해인(왼쪽)과 김고은(가운데), 정지우 감독. 사진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