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축구박물관
상파울루의 파카엥부 경기장에 마련된 축구박물관의 외관. 상파울루(브라질) | 이정수기자 polaris@sportsseoul.com

브라질 최대도시 상파울루는 19세기 이후 브라질 경제성장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 수도인 브라질리아보다 많은 인구가 모여살고 있으며 브라질 프로축구 팀들의 고향같은 곳이기도 하다. 상파울루 도심에 위치한 축구박물관(Museu do Futebol)에는 브라질 축구역사의 장면들이 고스란히 복원돼 있다. 박물관을 방문한 26일(한국시간) 시립경기장인 파카엠부 경기장에 함께 들어선 박물관은 64년만에 브라질에서 열린 월드컵의 영향으로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축구박물관은 단순히 볼거리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사료들을 모으고 정보를 체계화하는 작업을 통해 브라질에 축구가 전해진 19세기 말 이후의 130년을 정리하고 있었다.

줄리메 컵
상파울루의 파카엥부 경기장에 마련된 축구박물관 1층 전시실에서 줄리메컵의 복제품이 진열돼 있다. 브라질은 지난 1970년 멕시코 대회에서 통산 3회 우승을 차지하며 줄리메컵을 영구히 보유하게 됐지만 1983년 진품을 도난당한 이후 찾지 못해 복제품을 만들어 보관하고 있다. 상파울루(브라질) | 이정수기자 polaris@sportsseoul.com

◇다채로운 볼거리, 영광의 순간과 통한의 기억이 함께하는 곳
박물관은 3개층으로 나뉘어있다. 1층에 들어서면 브라질이 월드컵을 통해 세계속에서 축구 강국으로 자리매김해온 지난 날의 역사가 펼쳐진다. 1962년 칠레 대회에서 통산 2회 우승을 차지할 때 체코슬로바키아를 상대로 한 결승전에서 사용됐던 매치볼을 비롯해 1970년 멕시코 대회 우승으로 통산 3회 우승을 달성하며 영구 소유하게 된 줄리메컵의 복제품도 전시돼 있다. 2층에는 브라질 축구를 빛낸 축구 스타들의 과거 행적을 영상으로 관람할 수 있다. 역사 속에 남은 주요 사건들에 대한 인터뷰 형식의 증언과 설명을 들으며 경기영상을 관람할 수 있다. 3층 전시실에는 영국인 항해자들을 통해 축구가 브라질에 전파됐던 19세기 말의 사회상을 보여주는 사진들이 방 하나를 채우고 있다. 또한 지금까지의 월드컵에서 보여준 브라질의 활약상과 월드컵 당시의 세계적인 사건들이 사진과 영상으로 소개돼 과거를 회상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특히 눈길을 끌었던 전시실은 ‘마라카낭의 비극’으로 불리는 1950년 브라질 대회 결승전을 소개한 곳이었다. 우루과이에 패해 목전에서 우승을 놓쳤던 그 당시 온 국민들의 가슴이 무너지는 듯했다며 심장박동 소리를 들려주고 있었다. 브라질 축구의 영광과 아픔을 함께 기억할 수 있는 곳이었다.

브라질 축구박물관
상파울루의 파카엥부 경기장에 마련된 축구박물관 3층에 브라질의 축구역사를 데이터베이스화한 자료실인 CRFB(Centro de Referencia do Futebol Brasileiro)가 마련돼 있다. 브루나 고타르두 연구사가 CRFB가 축적한 자료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상파울루(브라질) | 이정수기자 polaris@sportsseoul.com

◇박물관의 목적은 관람만이 아니다. 역사를 집대성할 CRFB의 개관
상파울루의 축구박물관이 의미를 더하는 것은 단순히 볼거리만을 제공하는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해 10월 CRFB(Centro de Referencia do Futebol Brasileiro·브라질 축구 정보센터)를 개관해 일반에 개방하면서 데이터베이스화 된 축구역사 자료들을 제공하고 있다. CRFB의 브루나 고타르두 연구사는 “CRFB는 브라질의 축구사와 정보를 취합할 목적으로 지난 2011년부터 프로젝트를 시작해 지난해 문을 열었다. 자료수집과 전산화작업을 지속적으로 하면서 연구도 함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서관 형태의 CRFB에는 축구관련 서적과 연도별로 정리된 잡지 등이 진열돼 있다.
이 곳에서는 역대 브라질 대표팀의 경기 기록과 선수들의 정보, 프로팀의 기록 등을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도서관 내에 비치된 컴퓨터에는 1894년부터의 브라질 선수 일람, 대회 기록, 프로팀 정보 등이 들어있어 검색어만으로도 원하는 정보들을 찾아볼 수 있다. 고타르두 연구사는 “예를 들어 펠레를 검색하면 그가 뛰었던 팀에서의 기록, 월드컵 출전정보, 친하거나 관련이 있는 선수들의 정보를 한꺼번에 볼 수 있다. 관련된 사진과 영상도 제공된다”고 말했다. 지속적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보완해 브라질 축구자료의 본산 역할을 할 계획이다. 개관이후 대학 교수와 관련 전공학생들이 일부러 찾을 만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월드컵을 맞아 최근에는 각국에서 모인 축구팬들의 응원문화를 연구하기 위해 자료를 모으고 있다. 고타르두 연구사는 “상파울루의 한인타운인 봉헤찌루도 한국의 거리응원 문화를 알아보기 위해 답사할 곳으로 포함됐다”고 전했다.


상파울루(브라질) | 이정수기자 polaris@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