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
피겨 유영.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배우근기자] 한국 피겨의 ‘미래’ 유영(16)은 지난 8일 서울 목동실내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20 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 피겨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자신의 우상 김연아가 2009년 이 대회에서 우승한 뒤 11년만의 쾌거였다. 그런데 유영은 이날 깜짝 놀랐다. 시상대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김연아와의 만남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김연아는 이날 시상대에 선 후배 유영에게 축하의 인사말과 함께 인형을 선물로 건냈다. 경기 직후의 긴장이 아직 풀리지 않았던 유영은 김연아인 줄 몰랐다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어야 했다.

한국 피겨는 김연아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피겨스케이팅의 불모지에서 김연아의 탄생은 사실 그 자체로 기적이었다. 그의 등장과 여러 난관을 극복하며 세계정상까지 오른 행보는 많은 꿈나무에게 걸어가야할 길을 열어주었다. 유영에게도 김연아는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그가 밟고 간 자리를 따라가기 위해 끝없이 노력했다. 그렇게 해서 얻게 된 자랑스런 닉네임이 ‘제2의 김연아’다. 유영은 “그렇게 불린다는 것 자체로 영광스럽다”라고 했다.

유영은 아직 성장하고 있는 선수다. 김연아가 올라선 정상까지 도달하기엔 여전히 많은 난관이 남아있다. 그러나 유영은 이제 막 고교 입학을 앞둔 샛별이다. 그 당시 김연아와 비교해 결코 뒤쳐지지 않는다. ‘포스트 김연아’를 넘어 ‘유영’이라는 자신의 브랜드로 나아갈 준비를 착착 하고 있다. 경쟁자인 임은수(17·신현고) 김예림(17·수리고)를 제치로 이젠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도우미는 지난해부터 만난 하마다 미에(60·일본) 코치다. 유영은 하마다 코치의 격려속에 잠든 재능을 더 끄집어 냈다. 유영은 최근 트리플 악셀 성공률을 높이며 양쪽 어깨에 날개를 달았다.

아직 완벽하진 않다. 이번 4대륙 피겨선수권 대회에서 여자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선 트리플 악셀을 깨끗하게 선보였다. 그러나 쇼트프로그램에선 착지에서 아쉬움을 보였다. 그러나 발목 부상을 안고 있는 상황에서 유영의 도전은 높은 점수를 받았다. 트리플 악셀은 많은 선수들이 도전하지만 부상 위험도가 높아 어려운 기술이다. 선의의 경쟁 상대가 있다. 하마다 코치 밑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는 일본 에이스 키히라 리카(18)다. 리카는 지난 대회에 이어 이번 4대륙 대회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며 2연패에 성공했다. 유영에게 리카는 현실에서 극복해야 하는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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