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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드라마의 보는 맛을 더욱 살려주는 빌런이 있다면 바로 이런게 아닐까. JTBC 금토극 ‘이태원 클라쓰’에서 ‘장근원’을 연기한 배우 안보현(33)을 두고 하는 말이다.
안보현은 그룹 장가의 회장 장대희(유재명 분)의 장남 장근원으로 분했다. 장근원은 소신을 지키며 살아가던 박새로이(박서준 분)를 나락으로 떨어뜨린 장본인이다. 박새로이의 아버지를 뺑소니 사고로 죽게 만들고, 안하무인적인 태도로 갑질과 악행을 일삼는다. 하지만 늘 박새로이에게 당하고, 짝사랑하는 오수아(권나라 분)에게 외면받으며 심지어 아버지에게까지 버림받는 그야말로 ‘지질한’ 빌런이다.
21일 방영된 ‘이태원 클라쓰’ 최종회 시청률은 전국 16.5%, 수도권 18.3%(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로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안보현은 “코로나19 때문에 힘든 시기에 저희 드라마가 힐링이 되고 웃음을 드릴 수 있어 더욱 보람된다”고 종영소감을 밝혔다.
장근원은 주인공만큼 빛난 악역이었다. 매력적인 악역 캐릭터를 완성시킨 안보현은 ‘이태원 클라쓰’의 최대 수혜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첫 악역 연기답지 않은 호연으로 ‘한국판 조커’ ‘만병의 근원’이라는 애칭까지 얻은 그다. 인기를 실감하냐는 말에 안보현은 “워낙 드라마가 인기를 얻다 보니 악역이지만 제 캐릭터까지도 좋아해주신 거 같다. 유튜브 채널 ‘브라보현’의 구독자가 2000명이었는데, 드라마를 하고 10만 명이 됐다. 하루에 5000명씩 늘더라”라며 기분좋은 미소를 지었다.
비록 악역이었지만 안보현은 장근원이란 인물에 많은 애정을 갖고 있었다. “드라마에서 장근원은 아버지의 사랑에 대한 목마름이 있고,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어하는 아이다. 또 오수아만 바라보는 인물이기도 했다. 죄를 짓고 감옥에 들어간 장근원의 결말은 알 수 없지만, 개인적으로 장근원에게도 해피엔딩을 주고 싶다.”
특히 10회에서 아버지 장회장에게 버림받고 안보현의 배신감에 젖은 눈물 연기는 모두를 짠하게 만들며 ‘이태원 클라쓰’의 명장면으로 기억되고 있다. 이는 안보현에게도 잊지 못할 장면이었다. “1회부터 9회까지 있는 그대로 못된 악역을 연기했다면 10회 때는 어떻게 하면 짠내 나면서 모성애를 살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다”는 그는 역할에 몰입하기 위해 일부러 현장에서도 유재명과 따로 이야기를 나누지 않은 채 촬영에 들어갔다고. “아버지를 안 보다가 보면 울컥한 마음이 들 거 같았다. 감독님도 그러셨지만 스스로도 이 신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감정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했다. 그래서 그런지 매 테이크마다 눈물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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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을 본 ‘이태원 클라쓰’의 광진 작가는 안보현에게 칭찬을 건넸고, 이는 배우 안보현에겐 터닝포인트가 됐다. “방송을 보시고 작가님께서 연락이 오셨다. ‘보현 씨는 더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데, 그 연기를 제 대본에 묶어놨던 거 같다’고 하시더라. 이 말씀 한마디가 저를 자신감 있게 만들었다. 원작자이신 작가님께 이런 칭찬을 받으니 더 부딪히고 고민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2회에서 닭의 목을 비트는 장면도 빼놓을 수 없다. 교통사고 이후 죄책감에 시달리던 장근원이 장회장의 지시로 닭의 목을 비틀며 유약한 내면을 버리고 진정한 장가의 후계자로 거듭나는 장면으로, 장회장-장근원 부자관계의 터닝포인트이자 장가가 어떤 그룹인지 보여주는 신이다. 실제 닭을 잡고 연기했다는 안보현은 “닭이 다했다”며 웃었다. “워낙 웹툰 원작에서도 유명한 장면이어서 부담도 됐다. 8시간 동안 닭장에서 찍었는데, 냄새도 나고 추운 데다 감정연기를 해야 해서 목이 쉬어가면서 연기했던 기억이 난다”고 회상한 그는 “닭의 목을 비트는 척만 하고 날개를 쥐었다. 살짝만 잡아도 진짜 죽는 것처럼 소리를 지르더라. 닭이 연기를 너무 잘했다”고 말했다.
안하무인 재벌2세지만 오수아 앞에서만은 순정남이었던 장근원. 안보현은 한 번도 돌아봐주지 않은 권나라의 모습이 연기였음에도 서운함이 들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오수아와 연기하는 장면마다 자세히 보면 근원이의 눈에 눈물이 글썽글썽 맺혀 있다. 한 번쯤은 봐줄 수도 있는데 서럽기도 했다”며 “댓글 중에 수아와 근원이 잘 됐으면 좋겠다는 반응도 있었는데, 악역은 악역답게 끝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박새로이가 더 빛나지 않나”라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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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JTBC 제공
영상ㅣ조윤형기자yoonz@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