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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최진실기자]‘PD수첩’에서 배우 김태희부터 권상우까지 연예인 건물주의 투자 방법에 대해 집중 조명했다.
지난 21일 방송된 MBC ‘PD수첩’은 ‘연예인과 갓물주’를 주제로 건물주 연예인들의 특별한 투자 방법을 파헤쳤다.
청소년들의 꿈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직업 중 하나가 연예인과 건물주인 만큼 이를 선망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방송에서도 연예인의 건물 이야기가 자주 나오고, 소유 건물이 많은 연예인일 수록 능력자가 되는 모습으로 조명됐다.
이에 ‘PD수첩’ 측은 지난 5년 간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55명의 연예인이 총 64채의 건물을 매입했으며, 이는 매매가 기준 4730억 원에 달하는 액수였다. 특히 배우 전지현이 건물을 현금으로만 매입한 것이 화제가 됐을 정도로 고소득자인 연예인이더라도 자기 자본으로만 건물을 사기는 힘들었다.
이날 방송에서는 연예인들의 건물 매입과 이 중 자기 자본 비율에 대해 공개했다. ‘PD수첩’에 따르면 공효진이 지난 2013년 37억 원에 인수했던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건물에 대해 등기부등본 확인 결과, 대출은 26억 원이었고 상가보증금은 3억 원으로 자기 자본은 8억 원에 불과했다. 공효진은 4년 뒤인 2017년 해당 건물을 60억 8000만 원에 팔아 약 23억 8000만 원의 차익을 낼 수 있었다.
이어 공효진은 서울 마포구의 건물을 63억 원에 매입했고, 이 역시도 79% 정도인 약 50억 원을 대출했다. 공효진은 6층 건물을 신축했고, 건축비 역시 대출로 마련됐다. 현재 시가는 약 135억 원 정도로 알려졌다.
이는 공효진만의 특별한 비법이 아니었다. ‘PD수첩’은 권상우가 경기도 분당, 서울 청담동, 성수동에 이어 등촌동에 위치한 지상 10층짜리 대형 빌딩을 매입한 것에 대해 조명했다. 권상우는 빌딩 매매가 280억원 중 86%에 해당하는 240억 원의 대출을 받았고, 자기 자본은 21억 원에 불과했다. 이처럼 높은 비율의 대출이 가능한지 권상우가 대출 받은 은행에 찾아갔고, 은행 관계자는 “(권상우는)신용 등급이 1등급인 최고다. VIP라서 이야기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PD수첩’에서는 하정우의 건물도 분석했다. 하정우 역시 권상우와 같이 은행에서 고액 대출을 받아 건물을 매입한 경우였다. 2018년 12월 서울 종로의 건물을 81억 원에 매입한 하정우는 70%에 해당하는 57억 원을 대출 받았다. 이어 한 달도 되지 않아 서울 방이동의 건물을 더 매입했고, 이 때도 매매가의 80%에 달하는 99억 원을 은행에서 빌렸다. 해당 은행에서는 ‘PD수첩’ 제작진에게 “개인이 아닐텐데. 기업이 아니고요?”라 되묻기도 했다.
‘PD수첩’에서는 힙합 듀오 리쌍도 대출을 활용해 건물을 샀다가 5년 만에 42억 원의 시세 차익을 보게 됐다고 전했다.
또한 방송에 출연해 재테크 노하우를 말한 양현석의 소유 건물에 대해서도 매매가보다 훨씬 높은 은행 채권 금액이 설정돼있다 밝혔다. 한 감정평가사는 “연예인들이 투자를 잘 해 돈을 많이 벌은 것에 대해 자꾸 장려하고, 홍보하고 이런 사회적 분위기가 되는게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연예인들이 어떤 행동을 하면 대부분의 일반 사람들이 따라하고 싶어지는데 효과들이 부풀려지는 경우가 많다”고 우려했다.
이처럼 건물주가 되는 방법을 알려주는 부동산 강좌에는 코로나19 여파에도 사람이 북적였다. 직접 ‘PD수첩’ 제작진도 은행 대출 상담을 받았고, 일반인 임에도 80~90% 대출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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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에서는 건물주들의 세금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한 시민단체 활동가는 최근 들어 연예인들이 본인 명의로 건물을 사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권상우의 등촌동 건물 역시 소유자가 권상우가 아닌 한 주식회사의 이름이었다. 해당 회사에서 권상우는 사내이사, 대표이사로 재직했다. 제작진은 주소지에 적힌 회사를 찾아갔고, 해당 회사 사무실은 권상우가 소유한 세차장 건물과 동일한 주소의 사무실이었다. 관계자는 영화사냐는 질문에 “그냥 매니지먼트”라 답했다. 등기에 적힌 사업 목적으로는 부동산 매매와 임대업 포함이었다.
한효주도 법인 명의로 서울 은평구의 건물을 매입했다. 현재 세탁회사가 임대한 건물의 소유자는 한효주의 아버지가 대표인 가족 법인이었다. ‘PD수첩’ 측은 등록된 주소지를 토대로 사무실을 찾아갔으나 아무도 없었다. 관리인에 의하면 공실은 아닌 상태였다.
이에 대해 세무사는 “양도 차익이나 과세의 표준이 되는 금액이 5억 원이 넘게 될 때 개인은 양도 소득세 42%가 적용된다. 지방세를 포함하면 46.2% 정도다. 그러나 법인은 20%만 적용되고, 지방세를 포함하면 22% 정도다”고 말했다.
권상우는 법인 소유를 통해 강남의 건물에서 약 3억원의 세금을 줄인 것으로 추정됐다. 이에 권상우 측은 “본 법인은 다양한 목적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 설립된 법인으로 해당 목적사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법인세법에 따라 산정된 과세 표준에 대하여 법인세를 납부하고 있다”며 세제 혜택을 얻기 위함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병헌이 소유한 빌딩 역시 법인 명의의 건물이었다. 매입 당시 해당 법인의 대표는 그의 어머니였다. 그런데 법인 사업자 주소지는 서울이 아닌 경기도 안성에 위치한 한 오피스텔 건물이었다. ‘PD수첩’ 측은 주소지에 적힌 법인 사무실을 찾아가봤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건물 관리인을 만나 해당 회사에 대해 물었고, 관리인은 임대 회사라 답했다.
이병헌 측은 이에 대해 “해당 건물의 문제점을 개설하기 위해 부동산 관리업을 하는 법인을 설립하게 됐다”며 “건물 매입 당시 상담을 받았던 세무사, 법무사의 조언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김태희도 강남의 132억 원의 건물을 매입했는데 해당 건물 역시 법인의 소유였다. 법인 대표는 본인이었고, 언니가 이사인 가족 법인이었다. 해당 법인 또한 주소지가 서울이 아닌 경기도 용인이었다. 제작진은 법인 사무실을 찾아갔지만, 한 층에 70개 이상의 회사가 있는 소호사무실이었고, 김태희의 법인은 월 2만 7500원의 공유 사무실을 사용하고 있었다.
한 세무사는 “취득세 문제”라며 “서울에 법인이 있는 회사가 서울에 건물을 사서 부동산 임대업을 하게 되는 경우에는 취득세가 중과된다. 취득세가 일반적으로 4.6%인데 중과가 되면 9.4%의 세금이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서울이 아닌 용인에 법인을 설립한 김태희의 법인 취득세 절세 추정액은 약 9억 8200만 원이었다. 김태희 측은 “효율성 차원에서 상주 오피스가 아닌 비상주 오피스를 택하게 됐다”며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추가적인 부동산 투자 등에 대비해 별도의 본점 소재지를 선택하게 된 것이다”며 적법한 절차에 의해 사업을 영위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법인으로 건물을 사는 이들은 연예인 뿐이 아니었다. IMF 사태 이후 법인에 대한 혜택이 늘어나고, 규제도 사라졌다. 또한 부동산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법인을 설립하는 일이 급증하게 됐고 법인 설립 강좌까지 등장했다. 해당 강좌의 강사는 규제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고 호언장담했다.
뿐만 아니라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리쌍은 소유 건물의 임차인과 5년 동안 분쟁을 했고, 싸이 역시 이태원 건물 매입 후 임차인과 분쟁을 겪었다.
빌딩 중개업자들은 매입 후, 기존 임대인을 내보낸 후 리모델링 혹은 신축을 한 뒤 더 비싼 임대료를 낼 수 있는 임차인으로 바꾸라고 조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싸이와 리쌍의 건물은 리모델링 후 유명 프랜차이즈가 입점했고 40억 원 이상 가격이 뛰었다.
‘PD수첩’ 측은 “건물주가 건물의 가치를 올리는 사이 기존 임차인들은 수년 간 닦아온 삶의 터전을 포기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호재가 있는 곳에 연예인들이 건물을 살 경우, 지역 전체가 들썩이는 것에 대해서도 조명했다. 서울 성수동은 건물 매입에 대해 공개된 연예인만 9명이다. 이에 건물 가격만 오른 것이 아니라, 임대료도 전국서 가장 큰 상승폭을 보이게 됐다. 부동산 중개업자는 “연예인이 건물에 투자하면 처음에는 손님들이 늘어서 좋은데, 6개월 만 지나면 옆 건물주들도 월세를 올린다. 상인들만 죽어나게 된다”고 지적했다.
용산 해방촌 역시 연예인들이 건물을 많이 매입한 지역이다. 주민에 따르면 평당 2배 이상의 가격이 올랐다. 그러나 임대료를 감당 못해 많은 가게들이 떠났고, 새로운 가게들이 이를 채우게 됐다. 신흥시장의 경우 낡은 점포가 리모델링 되며 건물 가격이 더욱 많이 오르게 됐다. ‘PD수첩’에서는 “가게에서 먹고 자던 가난한 시장 상인들이 싼 임대료로 자리를 지켰지만 항의도 못해보고 짐을 쌌다. 나갈 때 대항권이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취재한 연예인 측 대부분에서는 문제가 될 줄 몰랐고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면서 “연예인은 대중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공인이기에 그만큼 책임이 따른다. 돈이 돈을 버는 세상보다 열심히 일한 사람이 소외 받지 않는 세상이 돼야한다”고 말하며 방송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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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MBC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