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초반부터 1강 1약이 뚜렷히 갈리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겨우 팀당 11~12경기 정도 소화했으니 현 판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는 이들은 별로 없죠. 지난 한 주간도 그라운드는 선수들이 흘린 굵은 땀방울로 뜨거웠습니다. 돌아온 스포츠서울의 ‘주간 방담’도 관계자들 사이에서 큰 화제였는데요. 이른바 ‘도시락 투정’사건은 특히 중계사 관계자들 사이에서 뜨거운 감자였다는 군요. 지난 한 주간 있었던 그라운드의 뒷얘기 풀어 봅니다. <야구팀>
구자욱
2019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가 23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렸다. 삼성 구자욱이 9회말 끝내기 홈런을 친 후 환호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구)자욱이는 안물어보네요

삼성 허삼영 감독은 지난 17일 수원 KT전에서 취재진에게 주축 선수들의 결장 소식을 알렸습니다. 최근 타격 컨디션이 나쁘지 않은 김상수를 선발에서 제외하며 “(김)상수가 많은 이닝을 소화해 관리 차원에서 뺐다”고 설명했어요. 브리핑이 끝난 후 돌아가려던 허삼영 감독은 홍보팀 직원에게 “(구)자욱이도 오늘 빠졌는데 그 이유는 안물어보네요”라고 말했습니다. 김상수의 선발 제외 소식에만 집중한 나머지 취재진이 구자욱의 선발 제외를 미처 신경쓰지 못한 것이죠. 허삼영 감독의 말을 들은 취재진은 다시 구자욱의 결장 이유에 대해 물었고, 돌아가려던 허삼영 감독은 다시 브리핑 자리로 돌아와 “자욱이도 부상자 명단에서 돌아온지 얼마 안 돼 휴식을 줬습니다”라고 재차 설명해 웃음을 안겼습니다.

◇우연하게 발각(?) 된 킹엄의 커피선물

SK의 외국인 투수 닉 킹엄은 지난 17일 문학 NC전에 앞서 선수단 전체에 커피 50잔을 선물했는데요. 승리투수가 되면 이런 경우가 있지만, 킹엄은 그날 자신의 선발등판이 무산됐습니다. 팔꿈치 근육이 뭉쳐 백승권이 대신 선발로 나섰죠. 안그래도 팀이 연패중이라 마음이 불편했던 킹엄은 커피를 돌리며 동료들에게 미안함과 함께 응원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답니다. 여기까진 훈훈한 이야기인데, SK프런트가 킹엄의 커피숍 인증샷까지 미디어에 제공하자, 각본에 따른 미담이 아니냐는 조작설(?)이 제기됐습니다. 이에 SK프런트는 때마침 그 커피숍에 갔다가 목격한 장면을 찍었을 뿐이라고 해명했는데요. 다시 말해 시간차가 있었다면 킹엄의 마음씀씀이는 알려지지 않을뻔 했다는거죠.

[포토]LG 류중일 감독, 비디오판독 해주세요!
LG 류중일 감독이 6일 잠실구장에서 무관중으로 열린 2020 KBO리그 LG와 두산의 경기 6회말 무사 만루 채은성의 땅볼 때 3루 주자 정근우가 홈에서 포스아웃된 상황에 대해 비디오판독을 요청하고 있다. 잠실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역시 더블헤더는 힘들어…이겨도 허리아퍼

지난 16일 올시즌 처음으로 잠실구장에서 LG와 키움의 더블헤더가 열렸어요. LG 류중일 감독과 키움 손혁 감독 모두 후유증이 만만치 않다고 토로했습니다. 초보 사령탑인 손 감독은 더블헤더 2차전 불펜운용을 돌아보며 고민했던 부분들을 털어놓았는데요. 뼈아픈 2패를 당했지만 시즌 초반인 것을 고려해 무리하지 않았다는군요. 마무리 조상우 투입을 고민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일단 시즌 중반까지는 기본적으로 9회 세이브 상황에 내보낼 방침이랍니다. 덧붙여 손 감독은 “24시간 동안 거의 세 경기를 하는 느낌이다. 선수들이 느끼는 피로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더블헤더 다음날에는 오후 5시나 6시 경기로 시간을 조정해줬으면 한다”고 건의했어요. 반면 하루에 2승을 추가한 류중일 감독은 함박웃음을 지었는데요. 그러면서도 “아침에 일어나니 허리가 아프더라. 왜 아픈가 생각해보니 전날 너무 오래 서 있었다. 오랜만에 더블헤더를 하려니 힘들다”고 통증을 호소했습니다. 16일 더블헤더 1차전은 오후 2시, 2차전은 5시 9분에 열렸고 17일 경기가 오후 2시에 열렸으니 선수들을 사실상 24시간 동안 3경기를 소화한 것 맞네요.

◇우천 취소 힘든 것도 코로나19 때문?

18일 오후 서울에는 장대비가 내렸어요. 천둥번개까지 요란해 혼전 중인 KBO리그 중위권 판도를 떠올리게 하더군요. 비 얘기가 나온 김에 얘기를 하나 하자면,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개막이 늦어졌죠. 팀당 144경기를 소화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으니 예년에 비해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것을 당연지사에요. 그런데 비가 내리면 경기운영위원이나 심판진 모두 강행과 취소 사이에서 장고를 거듭하죠. 일정을 고려하면 강행이 맞지만, 이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군요. 비를 맞고 경기를 하면, 밤사이 떨어진 체온을 끌어 올리기 위해 몸에서 열을 낸다는 군요. 체온이 37.5℃를 웃돌면 코로나19 의심증사자로 분류되는데, 기초체온이 높은 선수들은 이 수치에 도달할 수 있다고 해요. 이런 사례가 나오면 코로나19 확진 여부와 관계없이 당연히 구단이 발칵 뒤집어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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