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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피옥 연구가 박문원(왼쪽), 이금화 부부. 김효원 기자 eggroll@sportsseoul.com

흑피옥 연구에 자신의 인생을 헌신한 사람이 있다. 박문원(53·홍산문화학술원장), 이금화(42·한중 유물소장가협회 회장)씨 부부다.
최근 서울 강남구 선릉에 이금화흑피옥갤러리를 만들고 지금까지 수집한 수천점의 흑피옥을 전시하며 흑피옥 문화 알리기에 앞장선 이들 부부를 만났다.

◇흑피옥 수집에 온 열정 바쳐

흑피옥은 만주나 요서지역 등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발굴된 조각상으로 5000~8000년전 한국인의 조상인 동이족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옥 위에 검정 염료를 입혀 검은색 돌같은 느낌을 주는 이 유물은 고조선이 실제 존재했음을 증명할 수 있는 단서일 수 있어 주목받고 있다.

박문원·이금화 부부의 인생은 흑피옥을 만나기 전과 후로 나뉜다. 박문원 홍산문화학술원장은 흑피옥을 알게 되기 전까지 미술대학을 졸업한 뒤 형과 함께 미술학원을 운영하며 ‘잘 나가던’ 사업가였다.

흑피옥을 알게 된 후에는 중국 일대를 오가며 흑피옥을 수집하러 다니는 탐험가 및 연구자가 됐다. 자신의 전 재산과 형의 원조까지 받아 지금까지 수백억원을 흑피옥 수집에 바쳤다.

박 원장은 “1990년에 중국 교포 한 분이 북경대학에 디자인학부를 만드는 문제를 도와달라고 나를 찾아왔다. 그분을 따라 중국에 갔는데 자신의 수집품인 고조선 홍산옥을 보여줬다. 그때부터 우리 고대 유물에 관심을 두게 됐고 흑피옥의 아름다움에 빠지게 됐다”고 말했다.

홍산문화와 흑피옥을 심도깊게 연구하던 중국 교포 이인수 교수를 소개받아 흑피옥을 더욱 전문적으로 탐구하게 됐다. 흑피옥이 고조선의 역사를 알려주는 유물이라는 생각에 한 점이라도 더 수집하기 위해 중국 일대를 수없이 탐방했다. 홍산문화가 분포돼있는 지역은 길이 험하고 위험해 현지인들도 잘 다니지 않는 곳이다. 생명을 내놓고 흑피옥을 수집했다는 말이 거짓이 아니다.

박 원장은 “흑피옥이 중요한 것은 우리 상고사와 관련성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흑피옥을 후기 홍산문화로 보고 있는데 중국 사람들은 그보다 훨씬 이전으로 본다. 결국 고조선과 연관성을 추정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중국도 이들 부부의 흑피옥 연구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지난 5월에는 CCTV에서 흑피옥 발굴 과정을 동행 취재했다. 중국이 흑피옥에 관심을 갖고 있지만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관심도가 낮은 것이 안타깝다는 이 회장이다.

이 회장은 “중국은 국가적으로 흑피옥을 발굴하고 있다. 동북공정 식으로 북방문화를 발굴하는데 발해, 고조선까지 관심을 두고 있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흑피옥에 대해 우리나라에서도 관심을 가져야 하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흑피옥갤러리 오픈하고 수집품 공개

중국 북경에 홍산문화연구소를 두고 연구를 계속하다 최근 한국으로 돌아온 이들 부부는 서울 강남구에 이금화홍산문화갤러리를 오픈하고 지금까지 수집한 흑피옥을 전시해 일반에 공개했다. 지금까지 수집한 약 4000점의 흑피옥, 홍산옥 등을 순차적으로 공개할 계획이다.

흑피옥 수집에 수백억원을 썼지만 하나도 아깝지 않고 오히려 우리 문화재를 지킨다는 보람이 크다는 박 원장은 “간송 전형필 선생님을 존경한다. 그분은 수집을 통해 조선시대 유물이 외국으로 반출되는 것을 막으신 무척 훌륭한 분이시다. 그러나 간송 선생님도 우리처럼 오지를 다니면서 수집을 하지는 않으셨을 것이다. 흑피옥을 수집하다보면 어떤 때는 생명이 위태로울 정도다. 많이 걸을 때는 열흘 정도 걷는데 산짐승도 무섭고 먹을 것이 떨어지기도 한다. 그래도 우리 문화재를 지킨다는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앞으로 학술대회나 전시 등을 통해 흑피옥에 관한 국민들의 관심을 유발하는 것이 앞으로 남은 이들 부부의 숙제다.

“앞으로 홍산문화박물관을 만드는 게 꿈이다. 콘텐츠는 충분한데 박물관 건물을 지을 경제적 여건이 안돼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재단을 설립해 국가에 기부하는 방법도 생각하고 있다. 보다 많은 국민들이 흑피옥의 매력을 느껴보시기를 바란다.”

김효원기자 eggrol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