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두산 김태형 감독, 연승 갖고 대전으로 가야지~!
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이 11일 창원 NC전을 앞두고 국민의례를 위해 그라운드에 나서고있다. 창원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잠실=스포츠서울 이지은기자] “별로 축하하고 싶지가 않아.”

9일 롯데전을 앞둔 잠실구장, 두산 선수단에는 큰 경사가 있었다. 허경민(30)이 7월 최고의 활약으로 생애 첫 월간 MVP의 영예를 안은 것이다. 그러나 두산 김태형 감독의 최초 반응은 일반적인 축하와는 거리가 멀었다. 이날 사전 인터뷰에서는 ‘월간 MVP를 받은 허경민을 칭찬해달라’는 요청이 나왔고, 이를 들은 김 감독의 얼굴엔 금세 특유의 장난스런 미소가 번졌다. “지금 이미 다시 내려가는 추세다. 별로 축하하고 싶지가 않다. 진심에서 나오지를 않는다”며 축하 거부(?)를 선언하더니, 급기야는 번복을 기다리는 취재진을 향해 팔로 엑스자를 그렸다. 인터뷰실은 곧 웃음바다가 됐다.

이런 ‘뼈 있는’ 농담은 김 감독의 상징이다. 김 감독은 언론을 영리하게 이용하는 사령탑 중 하나다. 질책이 필요할 경우 직설적이고 솔직하게 표현하는데도 그 맥락에 풍자와 해학을 녹인다. 가볍게 지나가는 유쾌함 속 무거운 메시지가 숨긴다. 모두가 웃으면서 이야기를 들어도 당사자는 마음 한켠에서 말을 곱씹게 되는 셈이다. 소위 곰의 탈을 쓴 여우라고 불리는 김 감독의 ‘밀당 리더십’이다.

“허경민이 독할 것 같은데 순둥이다. 잘 맞다 안 맞으면 어쩔 줄을 모른다”며 투덜대던 김 감독은 ‘그래도 오늘은 덕담을 해달라’는 요청에 “잘했다”고 짧게 외쳤다. 다시 취재진에 웃음이 터진 사이 김 감독의 목소리는 조금 진지해졌다. “경민이는 테이핑을 온몸에 칭칭 감고 하는 선수다. 성격이 순해서 묵묵히 말없이 하는 스타일이다. 초반에 부상도 당하고 좀 안 좋다가 아빠가 되자마자 잘 되는 것 같다. 그만큼 올해 거의 풀타임을 뛰며 열심히 했다. 프리에이전트(FA)가 되는 만큼 부상 없이 올 시즌을 보냈으면 좋겠다”는 긴 덕담 뒤에는 한 마디가 더 덧붙었다. “정말 진심에서 나온 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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