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코 열풍

[스포츠서울 김선우기자]그 여름, 디스코 바람이 분다.

어느덧 추억의 장르로 여겨졌던 디스코가 다시금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월드스타 방탄소년단부터 자칭 ‘영원한 딴따라’ 박진영, ‘트로트퀸’ 주현미까지 디스코로 하나 됐다. 방탄소년단은 깜짝 신곡으로 디스코를 택했다. 전세계를 휩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지친 이들에게 유쾌하고 긍정적인 메시지로 위로의 메시지를 건네겠다는 포부다.

영어 가사로 이뤄진 ‘다이너마이트’는 흥 나는 디스코 리듬에 ‘인생은 꿀처럼 달콤해’, ‘디스코 충분해, 난 빠졌어 준비됐어 / 난 다이아몬드, 빛나는거 알잖아. 그럼 가보자’, ‘신사숙녀 여러분, 고민은 내게 맡기고 집중하시죠’ 등 유쾌한 가사로 지친 심신을 달랜다. 앞서 선보인 ‘블랙스완’이나 ‘온’과 같이 강렬한 카리스마에 칼군무가 아닌 디스코로 돌아온 방탄소년단이지만 마치 하늘 위 구름 같은 방탄소년단의 무대를 보고 있노라면 잠시나마 유토피아의 시간을 안긴다. 이들의 바람이 통했을까. 국내 뿐 아니라 전세계 아이튠즈 1위는 물론, 세계적인 음악차트 빌보드 핫100 1위를 차지하며 ‘K팝 국가대표’의 위상을 떨쳤다.

박진영도 디스코 열풍에 공을 세웠다. 그는 지난달 12일 발매한 신곡 ‘When We Disco(웬 위 디스코)’로 돌아왔다. 과거를 추억하는 듯한 곡으로 원더걸스로 연을 맺은 선미와 듀엣으로 재회했고, 실제 박진영이 학창시절 추던 춤을 안무로 승화시켰다. 중독성 강한 멜로디라인과 ‘찌른 건 하늘이 아니라 서로의 마음이었었지’, ‘흔든 건 골반이 아니라 서로의 인생이었었지’라는 재치 있는 가사로 꾸준히 음원차트에서도 상위권에 랭크돼있다. 그 시대를 살지 않았어도 과거의 추억이 있는마냥 듣는 이로하여금 회상에 젖게 한다. 이외에도 엑소 세훈&찬열도 ‘10억뷰’로 디스코 힙합에 도전했다. 장르와 분위기는 다르지만 주현미도 ‘돌아오지 마세요’로 디스코 리듬의 트로트곡을 선보였다. 부르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20대부터 60대까지 남녀노소, 세대불문 모두가 디스코에 취하고 있다. 방탄소년단과 박진영 모두 각각 뮤직비디오 조회수 기록을 세우기도 했는데, 그만큼 디스코 장르는 듣는 것 뿐 아니라 보는 재미도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디스코로 파생되는 ‘흥겨움’과 ‘추억’이라는 키워드가 리스너들의 마음을 자극했다. 코로나19로 지친 시국에 현실을 잊고 잠시라도 즐거움에 젖거나 오히려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반영된 탓이다. 1970년대에도 한차례 이런 현상이 일어났다. 디스코 열풍이 한창인 시기에 오일쇼크 등으로 경제가 힘든 상황이었고 분위기를 상승시키는 디스코가 더 큰 열풍을 몰고 왔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단순하고 경쾌한 멜로디와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안무가 국민에게 위안을 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기성세대에게는 과거를 떠올리게 하고, 새로운 세대들 에게는 레트로 열풍이 더해져 더 큰 향수와 시너지를 자극한다”고 말했다.

오히려 힘을 뺀 방탄소년단이 더욱 전세계적으로 각광받은 이유기도 하다. 또 다른 관계자는 “디스코라는 장르가 연령대 포용 범위가 넓어서 대형 아티스트들이 디스코 카드를 꺼내드는 거 같다”며 “이미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대형 그룹들도 디스코를 재해석한다는 건 특정 팬덤 겨냥을 넘어서 좀 더 다양한 대중, 일반 리스너에게도 다가가고자 하는 마음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고 덧붙였다. 앞서 트로트가 전세대를 아우르며 열풍을 일으킨 가운데, 새로운 자극으로 다가온 디스코는 신바람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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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빅히트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