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연봉 3000만원. 10개월간 월급을 받는 프로야구 선수에게는 크다면 큰 돈이다. KBO리그 최저 연봉이니, 신인 선수 한 명의 1년 몸값이다. 그러나 이미 2억원 이상 연봉을 확정 받았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거리두기 탓에 시름하는 소상공인이 들으면 자다가 벌떡 일어 날 일이다.
KT 투수 주권(25)이 11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연봉조정신청을 했다. 당초 몇몇 선수들의 이름이 거론됐지만, 사회적 분위기 등을 고려해 조정신청 뜻을 철회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권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외로운 싸움이다.
|
주권은 KT로부터 올해 연봉 2억 2000만원을 제시 받았다. 지난해 1억 5000만원보다 7000만원 오른 액수다. 지난해 불펜 필승조로 활약하며 77경기에 등판해 70이닝을 던졌고, 6승 2패 31홀드로 생애 첫 타이틀 홀더(홀드왕)에 올랐다. 큰 기대를 안고 연봉 협상 테이블에 앉았는데, 본인 생각에는 인상액이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다. 팀이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고, 타이틀홀더로 공헌도를 평가받을 수 있으니 내심 1억원은 인상될 것으로 판단했을 수 있다.
연봉조정신청은 선수의 권리다. 선수는 권리행사를 했고, 구단도 이견을 제시하지 않았다. 연봉조정신청을 한 선수는 18일까지 자신이 원하는 연봉 2억 5000만원의 산출 근거를 KBO에 제출해야 한다. 공인선수대리인(에이전트)가 있어 자료를 대신 만들겠지만, 구단의 연봉 고과 시스템을 모두 파악하고 있지 않은 이상 이기는 싸움을 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KBO는 ‘18일까지 구단이나 선수 어느 한쪽이 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조정을 포기한 것으로 간주하고, 서류를 제출한 쪽으로 조정한다. 양쪽 모두 미제출 시에는 조정이 취하된 것으로 본다’고 알렸다. 최종 조정일은 오는 25일이다.
|
정당한 권리를 행사한 것을 비난할 명분은 없다. 특정인의 희생을 강요할 이유도 없다. 그러나 ‘위드 코로나 시대’에 고액연봉자에게 요구하는 사회적 책임의 잣대는 매우 높다. 시대를 탓할 수도 억울하다고 하소연할 수도 있지만, 연봉 2억 2000만원을 확보한 프로야구선수가 3000만원을 더 받겠다고 연봉조정신청을 하는 행동은 자칫 이기적으로 비칠 수 있다. 자의든 타의든 주변을 돌아보지 못한 것에 비난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는 의미다. 선수 입장에서도 아쉬운 부분이다.
KBO리그에서 연봉조정신청이 나온 것은 2012년 당시 LG 소속이던 이대형(은퇴) 이후 처음이다. 협의에 실패해 연봉조정위원회가 열린 것은 2011년 이대호(롯데)가 마지막이었다. LG 류지현 감독이 현역시절인 2002년, 구단 제시액 1억 9000만원(1000만원 삭감)에 이의를 제기해 2억 2000만원을 받은 게 역대 연봉조정 사례 중 선수가 이긴 유일한 사례다. 이 때도 양측의 차이는 3000만원이었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