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전 역투하는 김광현[포토]
SSG 김광현이 지난 3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한화전에서 볼 교체를 요구하고 있다.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고척=장강훈기자] 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 홈 팀이 준비하는 경기 시작 세 시간 전에도 익숙한 타구음이 들리지 않았다. 외야에서 일부 선수들만 러닝 등 가벼운 훈련을 할 뿐 주축 선수들은 휴식과 개인훈련으로 경기를 준비했다.

눈길을 끈 대목은 이날 SSG 선발인 김광현(34)의 투구 영상이 전광판을 통해 흘러나온 것이다. 지난 3일 문학 한화전뿐만 아니라 사직 롯데전 등 최근 경기 영상 하이라이트였다. 타격훈련을 했다면 주축 타자들이 상대 선발의 리듬과 타이밍, 볼 궤적 등을 볼 수 있도록 투구 위주로 편집한 영상이다.

키움은 지난 7일 현재 팀 타율 0.229로 9위에 머물러 있다. 중심타선에서 클러치 히터 역할을 하던 박동원은 KIA로 트레이드됐고, 테이블세터진에서 공격 첨병 역할을 하던 이용규는 몸에 맞는 볼 여파로 무리해 출장할 때가 아니다. 침체한 팀 분위기를 끌어 올릴 베테랑이 없으니 팀 밸런스를 추스를 동력도 보이지 않는다. 젊은 선수 위주의 라인업으로 경기를 치르는 키움은 일요일 경기 때는 팀 훈련 대신 개인훈련으로 컨디셔닝을 하는 게 루틴처럼 굳어있다. 김광현의 영상을 그라운드에서 지켜본 선수가 보이지 않은 이유다.

2000안타 이용규 축하하는 홍원기 감독[포토]
키움 홍원기 감독이 SSG와 경기에서 2000안타를 친 이용규와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딱 한 명이 진지한 표정으로 김광현의 투구를 지켜봤다. 가장 고민이 많은 키움 홍원기 감독이다. 상대와 싸울 전력은 부족하고, 시즌은 치러야 하니 속이 타들어갈 수밖에 없다. 홍 감독은 “젊은 선수들이 많아서 체력 부담을 느낄 시기는 아니라고 본다. 경험이 적은 선수는 분위기를 타면 상승세를 유지하기 마련이라, 기선을 제압하고 흐름을 끌어 올릴 분위기를 만들면 부진에서 벗어날 것으로 기대한다”며 답답한 속내를 감췄다.

그러면서도 진지하게 김광현의 투구 영상을 지켜본 이유가 있을까. 홍 감독의 촌철살인이 빛났다.

“정말 잘 던지더라고요. 투구에 매료돼 한참 쳐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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