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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포항=김동영기자] “장민재에게 기분 좋게 속았다.”
한화 카를로스 수베로(50) 감독이 전날 선발로 나서 호투를 펼친 장민재 이야기에 흐뭇한 미소를 보였다. 장민재에게 속았다고 했다. 나쁜 뜻이 아니다. 좋은 의미다.
수베로 감독은 27일 포항구장에서 열리는 2022 KBO리그 정규시즌 삼성과 주중 3연전 두 번째 경기를 앞두고 “장민재가 인상적인 투구를 했다. 상대 팀도 속이고, 우리 벤치도 속였다. 사실 7회까지 갈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다”며 웃었다.
이어 “경기 전에 플랜을 짜지 않나. 장민재의 경우 5이닝 정도, 길면 6회까지 갈 것이라 내다봤다. 그런데 7회에도 올라갔다. 어제 정말 좋았다. 좋은 퍼포먼스가 나왔다. 낮은 제구가 정말 잘됐다”고 덧붙였다.
장민재는 전날 삼성전에 선발로 나서 6이닝 4피안타 무사사구 5탈삼진 1실점의 퀄리티스타트(QS) 호투를 뽐내며 승리투수가 됐다. 6월24일 대전 삼성전에서 5.1이닝 무실점으로 승리를 따냈고, 다시 삼성을 울렸다. 팀의 원정 17연패 사슬을 끊은 호투이기도 했다.
6회까지 무실점으로 막았다. 포크볼이 무적의 위용을 뽐냈고, ‘제3의 구종’ 커브를 적극 활용하며 삼성 타자들의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었다. 7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구자욱에게 2루타, 호세 피렐라에게 안타를 맞아 무사 1,3루에 몰렸다.
여기서 한화 벤치가 움직였고, 김범수를 올렸다. 김범수가 승계주자 1실점을 기록하면서 장민재의 최종 기록이 6이닝 1실점이 됐다. 차라리 6회까지만 기용하는 것도 방법이었으나, 투구수가 적었다. 6회까지 단 77개 밖에 던지지 않았다. 뺄 이유가 없었고, 7회에도 장민재로 갔다.
수베로 감독은 “7회는 처음에 계산에는 없었다. 장민재가 어제 우리 계산 이상을 해줬다. 6회에서 끊어줄 수도 있었다. 만만치 않은 결정이었다. 결과적으로 1실점이 됐다. 더 좋은 선물을 줄 수도 있었는데 감독으로서 책임감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선발투수가 게임 플랜 이상의 활약을 해주는 것은 어느 팀이나 반기는 부분이다. 특히 한화는 올 시즌 선발진에 애를 먹고 있다. 토종 투수 중에는 6월24일 장민재가 승리투수가 된 것이 마지막이었고, 32일이 흘러 다시 장민재가 승리를 따냈다.
장민재가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선발투수로 자리를 잡는다면 한화도 걱정을 덜 수 있다. 수베로 감독이나 코칭스태프 모두 이렇게 속는 것은 마다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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