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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LA=문상열전문기자] WBC 한국대표팀은 2023년 대회 1라운드 탈락 이후 뭇매를 맞고 있다. 한마디로 십자포화다. 대표팀의 코칭스태프, 선수들은 해명과 변명없이 조용하다.
주변에선 저마다 해법이라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라면 애리조나 투산으로 대표팀이 가기 전에, 왜 먼 그곳까지 가서 합동훈련을 하느냐고 지적을 했어야 한다. 결과를 놓고 이에 꿰맞춰서 분석하는 것은 누구든지 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이런 것을 두고 ‘세컨드 게스(Second guess)’라고 한다. 결과를 놓고 이러쿵 저러쿵 하는 지적인 터라 가급적하지 않는다. 그랬다가는 오히려 비난을 받는다. 세컨드 게스라고 전제를 하고 문제점을 지적한다.
1라운드 탈락 후 나온 여러 해법 가운데 가장 웃긴게 정신력 타령이었다. 지금은 2023년이다. 1980~1990년대 프로야구 선수들이 아니다. 정신력 때문이 맞다면 호주, 일본전에서 드러난 정신력 패인이 무엇인지 지적해주길 바란다. 호주전에서 양현종의 3점 홈런이 정신력 허약으로 얻어 맞은 것인가.
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 개념을 잘몰랐던 1980~1990년대 야구단 사장이 강조했던 정신력은 이제 시대착오적이다.
대표팀에 뽑혀 태극마크를 달 정도면 자신이 어떻게 해야할지 몸가짐부터 경기에 임하는 자세를 누구보다 잘알고 있다. 선수들은 SNS 시대에 자칫 꼬투리를 잡힐까봐 행동 하나하나에 신경썼다. 투산 캠프에서 이런 장면을 목격했다. 예전과 달라졌던 점은 고액연봉에 의한 선수들의 경제적 여유로움이었다.
이번에 KBO는 투산 전지훈련 때 대형버스를 임대했다. 숙소에서 훈련장까지 럭셔리 대형버스로 이동했다. KBO는 좋은 숙소를 찾으려고 훈련지와 먼곳을 택했다. 그런데 버스로 이동한 선수들은 절반에 불과했다. 선수들은 렌트카를 빌려 이동했다. 자신만의 프라이버시를 갖고 싶은 것이었다.
2002년 10월 NFL 뉴욕 제츠 험 에드워즈 감독의 “여러분, 이기기 위해서 경기를 하는 거에요(Hello! You play to win the game)”는 스포츠의 유명한 문장이다.
에드워즈(68)는 NFL에서 10년 활동하고 2011년 뉴욕 제츠 감독으로 부임했다. 그때 성적이 부진했는데, 당시 기자들의 질문을 받으면서 논쟁을 벌이며 한 대답이다. 선수는 프로라며 이기려고 경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드워즈 감독의 말처럼 모든 선수는 이기려고 경기한다. 대표팀의 이강철 감독을 비롯해 코칭스태프, 선수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에서 어머니의 나라 한국까지 와서 태극 유니폼을 입은 토미 현수 에드먼은 잠시 한국, 일본에 관광하려고 갔던 게 아니다. 모두가 최선을 다했다. 결과가 팬들이 받아 들이기 어려운 성적을 낸 터라 모두 고개 숙이고 자숙하는 것이다.
우리가 게임에 임하는 디테일에서 약했을 뿐이다.
우리나라처럼 큰 경기에 패했을 때, 정신력 운운하는 지적이 많은 경우도 없다. WBC 대회를 출범시킨 미국은 그동안 4차례 대회에서 4강 진출 2회, 우승 1회를 기록했다. 4강에 진출하지 못했을 때도 정신력 때문은 아니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미국농구대표팀은 소련에 져 동메달에 그쳤다. 미국이 인정한 올림픽 소련전 첫 패배다. 1972년 뮌헨올림픽은 미국이 심판의 오심으로 (50-51)졌다고 시상식에 불참하고 메달도 받지 않았다. 소련에 패한 뒤 미국은 1992년 바르셀로나에서 프로가 참가하는 드림팀을 만들었다.
정신력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프로 선수에게 정신력을 요구하는 것은 넌센스다. 제도부터 점검하는 게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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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sy1028@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