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등판할 때마다 기대감을 불러일으킨다. 대체로 기대를 충족하는 투구를 한다. 두 번째 팔꿈치 수술 후 돌아온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6·토론토) 얘기다.
류현진은 지난 2일(한국시간) ‘투수들의 무덤’으로 불리는 쿠어스필드에서도 이름값을 했다. 5이닝 동안 마운드를 지키며 2점 홈런을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위기를 맞지 않았다.
해발 1600m에 위치한 쿠어스필드는 공기 저항이 다른 구장보다 낮아 타구 비거리가 증가하는 곳으로 악명높다. 이날 류현진은 콜로라도 타선을 상대로 땅볼 유도에 적합한 볼배합으로 장타를 피했다.
두 번째 팔꿈치 수술 후 돌아온 류현진은 3일 현재 3승1패 평균자책점 2.48로 빼어난 투구를 하고 있다. 여섯 차례 등판 가운데 타구에 다리를 맞고 강판한 클리블랜드전을 제외하고는 5회까지는 마운드를 지켰다. 지난 2일 콜로라도전에서도 5회까지 76개를 던지는 효율적인 투구를 했다.
미국 CBS스포츠는 “류현진은 최근 다섯 경기에서 자책점 2점 이상 내주지 않았다. 평균자책점은 1.50에 불과하고, 24이닝을 던지면서 삼진 20개를 잡아냈다”고 평가했다.
류현진이 돌아온 뒤 포스트시즌 진출 경쟁 중인 토론토는 확실한 동력을 얻은 것처럼 보인다. 때문에 류현진이 더 긴이닝을 던지지 않는 것에 의아한 시선을 보내는 사람이 많다. 선발 투수는 통상 투구수 100개를 임계점으로 잡는데, 류현진은 80개도 채 던지지 않고 강판하는 빈도가 잦기 때문이다.
당연한 얘기이지만, 류현진은 현재 재활 시즌을 치르고 있다. 수술 후 14개월이 지났을 뿐이어서 근력이나 유연성이 정상으로 보기 어렵다. 근력과 회복력을 강화하는 단계로 볼 수 있어, 정상 수준의 70~80%를 임계점으로 보는 게 합당하다. 이닝을 떠나 투구수 80개를 한계로 설정하는 게 맞다는 의미다.
9월에는 점차 투구수를 늘려갈 가능성도 있다. 90개로 끌어올려 토론토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한다면 한두 경기 정도는 100개까지 던질 기회를 주는 수순이다.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든 아니든 다음 시즌을 위해 투구 후 팔 상태를 점검하는 쪽에 더 큰 비중을 둘 수밖에 없다. 두 차례 팔꿈치 수술 후 성공적으로 복귀하는 게 그만큼 어렵다는 의미다.
AP통신은 3일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두 차례 받으면 첫 번째 때보다 더 회복까지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과거에는 50%에 불과하던 성공적인 복귀 사례가 60~70%가량 높아진 게 위안거리”라고 밝혔다.
팬그래프닷컴은 “2014년에 총 11명이 두 번째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받았는데, 이 중 네 명만 긴 세월을 거쳐 빅리그에 복귀했다. 다른 네 명은 복귀하지 못했고, 세 명은 명맥만 이어가는 중”이라고 분석했다.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수술대에 오른 18명 중 13명이 복귀에 성공해 AP통신이 밝힌대로 복귀 확률은 조금 더 높아졌다.
류현진은 ‘성공적인 복귀 사례’를 만들기 위한 과정을 밟고 있는 셈이다. 이닝이나 승리보다 건강하게 시즌을 마치는 것이 더 중요한 이유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