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항저우=김동영기자] “아 맞다. 나 지금 중국에 있지.”

최첨단 시설과 친절한 자원봉사자들 덕분에 잠시 잊고 있었던 사실이 있다. 중국은 여전히 사회주의 국가라는 점이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막식을 통해 새삼 느낄 수 있었다.

23일 오후 9시(한국시간) 중국 저장성의 성도 항저우의 올림픽 스포츠 센터 스타디움에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막식이 성대하게 열렸다.

중국은 ‘녹색 아시안게임’을 표방하고 있다. 동시에 코로나 사태 이후 중국의 힘을 세계에 다시 내보이려는 대회이기도 하다. 코로나 엔데믹(풍토병화) 시대 최초의 메가 스포츠 이벤트다.

대국답게 돈도 아낌없이 쏟아부었다. 한화로 41조원을 썼다. 덕분에 역대급 시설을 갖췄다. ‘하드웨어는 확실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

자원봉사자들도 곳곳에서 이방인을 돕는다. 말이 통하지 않는 것을 제외하면 크게 불편함은 없다. 그만큼 친절하게 도와준다.

개막식도 환경을 생각해 디지털 불꽃놀이를 하는 등 ‘녹색’에 방점을 찍었다. 성화 점화도 가상세계와 현실세계를 연결하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놨다. ‘역대 최고’라 하기는 어려울 수 있으나 꽤 ‘인상적인’ 개막식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다른 부분도 있다. 일단 단연 눈길이 쏠린 쪽은 당연히 시진핑 국가주석이다. 거대한 나라 중국의 최고권력자. 세계가 주목하는 지도자다.

식전 행사가 끝나고 개막식 시작 시각인 9시가 임박하자 공연을 위해 무용수들이 대거 스타디움으로 입장했다. 아직 조명은 켜지지 않은 상태였다. 공연을 준비하는 듯했다.

뭔가 살짝 결이 달랐다. 마침 시진핑 주석과 펑리위안 여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조명이 일제히 켜졌고, 모든 무용수와 연기자들은 기다렸다는 듯 큰 동작으로 시진핑 주석 내외를 환영했다. 관중들도 열렬한 환호를 보냈다.

왕하오 조직위원장과 가오즈단 중국올림픽위원장은 축사, 환영사를 했다. 둘 다 시작은 시진핑 주석이다. 왕하오 위원장은 “시진핑 주석과 정부의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대회를 잘 준비할 수 있었다”고 했다.

가오즈단 위원장은 “시진핑 주석과 펑리위안 여사가 참석해주셔서 영광이다. 힘이 된다”고 시작했다. 이어 란디르 싱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회장 직무대행,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의 이름을 말했다.

47억 아시아인의 축제라 한다. 그러나 어쨌든 가장 앞에는 시진핑 주석이 있다. 개막식 도중 대형 스크린에 시진핑 주석의 모습이 비치면 즉각 환호와 박수가 터졌다. 시진핑 주석은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박수를 보냈다.

이처럼 개막식이 벌어지고 있는 사이, 밖에는 다른 풍경이 연출됐다. 일단 ‘통제’가 만만치 않았다. 개막식에 입장하는 취재진도 두 차례에 걸친 보안 점검을 통과해야 했다.

일차적으로 메인미디어센터(MMC)에 들어갈 때 보안검색을 한다. 이후 개막식 취재를 위해 버스에 오르기 전 강도 높은 보안검색이 다시 진행됐다.

자연히 행렬이 느렸고, 줄이 길게 늘어섰다. 개막식이 임박할수록, 사람이 몰릴수록 검색의 강도가 살짝 약해진 것처럼 느껴진 것은 기분 탓이었을까.

또 있다. 개막식이 열린 올림픽 스포츠 센터 스타디움 일대 수㎞가 ‘텅’ 비었다. 차량 통제를 아예 막은 탓이다. 공안 차량과 대회에서 운영하는 버스 등만 보였다.

시민들의 도보 이동도 막았다. 23일 밤 11시경에는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한 중국인 여성이 고통을 호소하며 쓰러져 있었으나, 구급차가 들어오지 못하는 일도 벌어졌다.

항의하는 사람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조용히 당국의 통제를 따르는 모습. 개막식이 끝난 후 일정 시간이 흘러 통제가 해제됐고, 그제야 차들도, 사람들도 길에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도 주요 행사가 있을 경우 일부 도로를 막는다. 그러나 이렇게까지 완벽하게 틀어막지는 않는다. 아니, 못한다고 봐야 한다.

중국은 지난 수십년간 눈부시게 발전한 나라다. 최신식 시설과 최첨단 기술의 향연이 펼쳐진다. 괜히 미국과 함께 ‘G2’라 하는 것이 아니다.

이번 아시안게임을 통해 국력을 다시 한번 과시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사회주의 국가라는 점은 변하지 않았다. 잠시 잊고 있었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