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도하=강예진 기자] ‘특급 재능’ 두 선수의 맞대결이 무산됐다. 일본의 구보 다케후사(레알 소시에다드)의 표정에는 짙은 아쉬움이 묻어났다.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이 이끄는 일본축구대표팀은 3일 오후 8시30분 카타르 도하의 에듀케이션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전에서 이란에 1-2 역전패하면서 2015년 호주대회 이후 9년 만에 8강 탈락의 쓴맛을 봤다.
‘한일전’은 무산이다. ‘영원의 라이벌’ 한국과 일본의 맞대결이 성사되는 시점은 ‘결승’이었다. 한국은 호주를 8강에서 꺾고 4강에 선착했지만, 일본의 8강 조기 탈락으로 한일전 성사는 물거품이 됐다.
한일전뿐 아니라 기대를 모았던 건 ‘동갑내기 절친’ 이강인(파리생제르맹)과 구보의 만남이었다. 둘은 유년 시절 스페인에서 동고동락하며 함께 성장해 왔다. 어느덧 자국 대표팀의 ‘중심’으로 자리잡은 둘의 맞대결에 시선이 쏠렸다. 구보는 이번대회 왼쪽 허벅지 대퇴사두근 부상에서 복귀한 후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팀 공식훈련에서 “이강인과 결승에서 만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이야기했다.
일본이 조별리그 2차전서 이라크에 1-2 패하며 조 2위로 내려가 ‘16강 한일전’ 성사 가능성이 높아졌을 때도 구보는 “강인이와 더 빨리 만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주고받았다”고 밝히는 등 기대감을 드러냈지만, 먼저 짐을 싸서 돌아가게 됐다.
이란전 후 믹스트존(공식기자회견)에서 만난 구보는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내가 여기(아시안컵)에 더 있을 수 없다는 게 정말 아쉽다. 대회에서 우승하고 싶었다”고 했다.
대표팀에서의 맞대결은 무산됐지만, 소속팀인 파리생제르맹과 레알 소시에다드는 내달 15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16강에서 맞붙는다. 구보는 이강인에게 전할 이야기가 있냐는 물음에 “강인이와는 파리에서 얘기하겠다. 파리에서는 확실하게 만날 수 있다. 휴식을 좀 더 취하고 파리에서 기다리겠다”고 답했다.
‘충격의’ 조기 탈락에 구보의 어깨는 축 처져있었다. 구보를 향한 관심이 뜨거웠지만, 그는 취재진마다 하나의 질문만을 받겠다고 미리 양해를 구한 뒤 짧은 대답과 함께 믹스트존을 빠져나갔다.
모리야스 감독은 “지난 이틀간 선수와 스태프가 잘 준비했는데 감독으로 모두의 노력이 결과로 이어지지 않아 안타깝다”면서 “대회가 끝났으니 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 경쟁력을 더 키우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은 16강과 8강 2경기 연속 ‘극장승’으로 준결승에 올랐다. 오는 7일 오전 12시 요르단과 결승행 티켓을 놓고 맞붙는다. kk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