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하은 기자] 가수 아이유 소속사 이담 엔터테인먼트(이하 이담)가 공연 티켓 부정거래 신고제인 ‘암행어사 제도’를 폐지한다. 이담 측은 지난 9일 아이유 공식 팬 카페를 통해 콘서트 표 부정 거래의 포상 개념으로 운영해 온 ‘암행어사 제도’를 폐지하겠다고 밝히며, 소속 가수 아이유에게도 사과했다. 이담 측은 “아이유의 2024 월드투어 서울 단독 콘서트 티켓 예매 관련해 당사의 과도한 소명 절차로 인해 피해받은 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 전한다”며 “이번 일로 당사에게 실망하고 마음 아팠을 아티스트(아이유) 본인에게도 사과를 전한다”고 밝혔다.
◇암표 잡으려다 팬 잡았다…‘암행어사 제도’ 허점에 비난 폭주
앞서 아이유의 팬이라고 밝힌 A씨는 티켓 결제 때 오류가 생겨 친구에게 티켓 대금 입금을 부탁했다. 이후 A씨는 티켓 판매처인 멜론티켓으로부터 부정 거래자로 지목돼 소명 요구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신분증, 티켓 입금 내역, 공식 팬클럽 카드, 매표를 도와준 친구와의 대화 내용 등 여러 자료를 증빙해 소명했지만 끝내 공연을 보지 못했다.
현장에서도 ‘친구가 대신 입금한 사실’을 설명했으나, 대리 티켓팅에 속한다는 이유로 거절당하고 환불도 받지 못했다. 설상가상 팬클럽에서 영구 제명됐다. 이같은 사연이 알려지면서 이담 측의 대응이 과도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암행어사 제도’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동원해 대량으로 표를 구매한 뒤 비싼 프리미엄을 붙여 되파는 ‘리셀러’를 막기 위해 도입됐다. 초기에는 부정거래 근절 차원에서 좋은 예방책이 될 것이란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실제로 이담 측은 지난달 열린 ‘2024 아이유 허 월드 투어 콘서트 인 서울’ 공연을 앞두고 부정 티켓 거래로 확인되는 40여 건의 예매에 대해 티켓 취소, 팬클럽 영구 제명, 공식 팬카페 강제 탈퇴 조치를 취했다.
가요계는 암행어사 제도가 선례로 자리잡아 여타 콘서트에도 순차 적용되길 바랐다. 그러나 예매 정보만 알고 있다면 누구나 부정 거래로 신고할 수 있는 탓에 누명을 쓴 팬들이 자신의 티켓임을 증명하기 위해 일일이 소명해야 하는 제도의 허점이 드러났다.
이번 사례 외에도 미성년자인 자녀를 위해 부모 자신의 이름으로 티켓 사이트를 가입해 티켓을 구매했으나 자녀의 티켓이 아니라는 점 때문에 콘서트를 관람하지 못했다는 증언이 나오기도 했다.
◇정부·권익위까지 나섰지만, 암표 방지책 여전히 ‘깜깜’
이담 측은 부정 거래 관련 개편안에서 “암행어사 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부정 거래·프리미엄 티켓 예매 관련해서는 내부 모니터링 팀을 더 강화하겠다”고 했다.
티켓 수령 본인 확인 절차 완화 및 문제점도 보완하기로 했다. 어린이 및 청소년 관객의 본인 확인 절차에 대한 개선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신분증으로 본인 확인이 어려운 대상의 경우 가족관계증명서 및 주민등록등본으로 본인 확인 후 티켓 수령할 수 있도록 한다.
하지만 이런 개선안이 티켓을 불법적으로 판매하는 ‘암표상’을 잡을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될리는 만무하다. 이담 측이 과한 대응으로 질책받았지만 공연 암표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가 민원정보분석시스템을 통해 민원제기 현황을 분석한 결과, 암표 민원은 최근 5년간 549건으로 집계됐다.
최근 임영웅 소속사 역시 불법 거래로 간주되는 예매 건에 대해 사전 안내 없이 바로 취소시키는 등 강한 대처에 나섰다. 그러나 아이유처럼 선량한 팬들까지 피해를 보는 사례가 나오면서 아티스트의 자발적 대응만으로는 역부족이란 시선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공연 입장권과 관람권 등을 구매한 후 웃돈을 받고 거래하는 부정 판매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인 ‘공연법 개정안’을 작용했다.
하지만 법 개정안 적용 뒤 진행된 나훈아 콘서트에서도 암표가 성행했다. 귄익위는 지난 4일 가요계 관계자들을 만나 암표 근절을 위한 논의를 진행했다. 제도 실효성 제고 방안에 입장권 예매 시 추첨제를 도입하는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추첨제가 암표 근절의 본질적 대안이 될지는 미지수다. 암표를 근절하지 못한다면 팬들이 피해를 입는 악순환은 반복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매크로와 암표 거래의 조직화된 실체를 파헤치는 게 우선된 뒤 관련 정책과 유통 질서 확립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jayee212@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