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 기자] 많은 이들이 군침을 흘리지만 꿈쩍도 하지 않는다. 아직은 결단을 내리기 이른 시기. 더불어 좀처럼 끊이지 않는 부상까지 고려하면 섣불리 변화를 주는 게 해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 KIA 심재학 단장이 현시점에서 트레이드는 없다고 강조했다.

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는 경기의 연속이다. 경기가 마지막을 향할수록 배트가 뜨겁게 타오른다. 15일 기준 7회부터 9회까지 리그 타율은 0.279. 1회부터 3회까지 0.266, 4회부터 6회까지 0.274보다 높다. 리그 불펜 평균자책점 또한 4.80. 지난해 4.27에서 0.50 이상 치솟았다. 불펜 평균자책점 4.50 이상만 8구단. 이 부문 최하위 KT는 불펜 평균자책점이 7.41에 달한다.

생존자도 있다. 불펜 평균자책점 2.97의 KIA다. 승리 공식이 뚜렷하다. 정해영과 곽도규가 각각 8경기, 11경기 무실점 행진이다. 최지민 전상현 장현식 이준영까지 중간 투수 6명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강한 뒷문으로 변수를 제거하고 순위표 정상에 섰다. 지난주 6경기 전승으로 독주 체제도 바라본다.

부러움을 사지 않을 수 없다. 풍족한 좌투수 라인이 특히 그렇다. 현재 필승조로 활약하는 선수 외에도 독보적으로 좌투수가 많은 KIA다. 엔트리에 빠져있으나 신예부터 베테랑까지 언제든 필승조로 올라설 왼손이 두루 보인다. 토종 선발진도 전원 왼손인데 불펜 또한 어느 팀보다 왼손이 많은 KIA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트레이드 제안을 받는다. 엔트리에 없는 선수의 상태를 물으며 협상을 원한다. 하지만 KIA 입장은 단호하다. 심 단장은 지난 15일 스포츠서울과 전화 통화에서 트레이드 가능성을 두고 “여러 선수에 대한 문의가 온다. 하지만 답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유가 분명했다. 심 단장은 “작년부터 뎁스를 중요하게 여기며 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제 조금씩 결실을 맺고 있다고 본다”며 “지금 우리 마운드가 풍족해 보일 수는 있다. 그렇다고 카드가 안 맞는 트레이드를 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심 단장 말처럼 KIA 불펜 주축은 20대 젊은피다. 마무리 정해영부터 곽도규, 최지민까지 모두 20대 초중반이다. 곽도규는 프로 2년차, 최지민은 3년차에 불과하다. 육성 시스템을 재편한 결과물이 보인다. 이들 외에도 2군에서 도약을 준비하는 영건이 많다. 늘 과제였던 육성에 비로소 청신호를 밝혔다. 이 흐름을 트레이드로 끊을 필요가 없다.

선수단 분위기도 고려했다. 절묘한 신구조화로 최근 10경기에서 8승을 거뒀다. 시즌 전 기대가 현실로 다가온다. 심 단장은 “현재 선수단 분위기가 정말 좋다. 이상적인 캐미스트리를 이룬다. 지금 이 캐미스트리를 깨고 싶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무엇보다 아직 시즌 초반이다. 시범경기부터 부상 이탈자가 나오는 가운데 마운드 또한 부상에서 벗어날 수 없다. 섣부르게 투수 트레이드를 단행했다가 시즌 중후반 부상자로 인해 불펜이 흔들릴지도 모르는 일이다. 심 단장은 “아쉽게도 부상자도 계속 나온다. 부상으로 인해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고 했다.

트레이드 문을 마냥 닫는다는 뜻은 아니다. 언제든 상황은 변할 수 있다. 그래도 지금은 트레이드를 논하기에 이른 시점이라는 게 KIA 입장이다. 지명권 거래도 그렇다. 이제 첫 전국대회가 진행 중이다. 고교 유망주 평가도 출발선에 있다.

급한 쪽이 더 많이 내주기 마련이다. KIA는 급하지 않다. 정말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 올 때까지 기다릴 수 있다. bng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