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소영 “인간이 짐승과 다른 게 뭘까, 약속을 지키는 것”

■최태원,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금 1조3808억원 지급해야

■‘세기의 이혼’ 이대로 마무리되나?

[스포츠서울 | 최규리 기자] “남의 가정을 훼파하는 건 폭력이나 다름없어요. 완벽한 사람이 없듯, 완벽한 가정도 없죠. 각자의 숙제를 해가면서 인격이 성장하는 건데, 불륜은 외부에서 누가 들이닥쳐 그 소중한 인생 숙제장을 짓이겨 버리는 것이나 다름없죠.”

지난해 11월,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상간녀 소송에 대해 답했던 내용이다. 노 관장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 기자와의 인터뷰를 회고하면서 ‘가정의 가치’에 대해 이렇게 정리했다.

“결혼은 언약이다. 계약이 아니다. 인간이 짐승과 다른 게 뭘까, 약속을 지키는 것. 자신이 불편하고 손해를 보는 것 같아도 신뢰를 저버리지 않는 것”이라며 “그래서 사회도 돌아간다. 결혼이 언약이 아닌 계약이 되고 결국은 사람이 물건처럼 너는 얼마, 나는 얼마 이렇게 되는 것이 싫어서 끝까지 (가정을) 지켰다”고 밝혔다.

재벌총수의 장남과 대통령 딸의 만남으로 ‘세기의 결혼’으로 시작했던 두 사람의 결혼이 끝을 향해 치닫고 있다. 두 사람의 이혼 소송 2심 재판부는,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이혼에 따른 위자료 20억원, 재산 분할로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세기의 이혼이다.

◇ ‘1조원의 이혼’

고(故) 최종현 SK 선대회장의 장남인 최 회장과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인 노 관장은 미국 시카고대 유학 중 만나 인연을 맺었으며, 1988년 결혼해 세 자녀를 뒀다. 당시 결혼식은 청와대 영빈관에서 노 관장의 은사인 이현재 당시 국무총리의 주례로 성대하게 치러졌다.

이후 세 자녀를 출생하고 혼인 생활을 지속하는 것으로 보였으나 돌연 2015년 최 회장이 세계일보에 “내연녀(김희영 T&C재단 이사장)와 혼외자가 있다. 부인과 결혼 지속이 어렵다”고 이혼 의사를 밝혔다.

당시 최 회장은 “기업인 최태원이 아니라 자연인 최태원으로서 ‘부끄러운 고백’을 하려 한다”며 “노 관장과 10년 넘게 깊은 골을 사이에 두고 지내왔다”고 언급했다. 더 이상 결혼 생활을 유지할 수 없다는 심경을 토로한 것.

그러나 노 관장은 최 회장의 이혼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결국 최 회장은 2017년 7월 노 관장 상대로 협의 이혼을 위한 이혼 조정을 신청했다. 그러나 2018년 2월 양측이 합의에 이르지 못해 정식 소송 절차에 돌입한다.

그 과정에서 재산 분할 판정, 정경유착 논란, 비자금 등에 얽혀 서로에 대한 비판이 오고 갔다. 그리고 2015년 최 회장의 ‘혼외자 고백’ 이후 10년 가까이 지나, 이혼 소송 항소심 법원은 노 관장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노 관장이 SK그룹의 가치 증가나 경영활동의 기여가 있다고 봐야 한다”며 “최 회장의 재산은 모두 분할 대상”이라며 최 회장이 보유한 주식회사 SK 지분은 분할 대상이 아니라는 1심 판단을 뒤집었다.

◇ “일부일처제, 존중하지 않아”

현행 대한민국 민법 제810조에는 “배우자 있는 자는 다시 혼인하지 못한다”라는 중혼(重婚) 금지 규정이 있다.

서울고법 가사2부(김시철 김옥곤 이동현 부장판사)는 지난달 30일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에서 “혼인 관계가 해소되지 않았는데도 2019년 2월부터는 신용카드를 정지시키고 1심 판결 이후에는 현금 생활비 지원도 중단했다”며 “소송 과정에서 부정행위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일부일처제를 전혀 존중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지난 2019년, 자신의 SNS에 “목숨을 바쳐서라도 가정은 지켜야 하는 것이라 믿었다”라고 호소하던 노 관장의 심경을 대변하는 판결이다.

노 관장은 당시 “저의 지난 세월은 가정을 만들고 이루고 또 지키려고 애쓴 시간이다”며 “힘들고 치욕적인 시간을 보낼 때도 일말의 희망을 갖고 기다렸다. 그러나 이제는 그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그사이 큰 딸도 결혼하여 잘살고 있고 막내도 대학을 졸업했다”며 “이제는 남편이 저토록 간절히 원하는 ‘행복’을 찾아가게 하는 것이 맞지 않나 생각한다”며 끝까지 가정을 지키지는 못했으나, 사회에 도움이 되는 사람으로 남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지난달 30일 나온 재판부 판결에 대해, 노 관장은 “아주 휼륭하다”고 흡족한 마음을 표시했다.

노 관장 대리인인 김기정 변호사는 판결 직후 “혼인의 순결과 일부일처제 주의에 대한 헌법적 가치를 깊게 고민해주신 아주 훌륭한 판결”이라며 “무엇보다 거짓말이 난무했던 사건이었는데 실체적 진실을 밝히느라 애써주신 재판부에 감사드린다”고 했다.

다만 최 회장 측이 즉각 대법원 상고를 예고했기에, 갈등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최 회장 측 대리인은 “재판의 과정과 결론이 지나치게 편파적인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의 뜻을 밝힌다”며 대법원 판단을 받겠다는 입장이다. gyuri@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