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사직=김동영 기자] “부담이 있는 것 같더라.”

새로운 환경이다. 그것도 전혀 경험하지 못한 환경이다. 2만 단위 관중을 처음 본다. SSG 시라카와 케이쇼(23)가 쓴맛을 제대로 봤다. 극복해야 한다. 일본프로야구(NPB)가 목표라면 더욱 그렇다.

시라카와는 로에니스 엘리아스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SSG에 입단했다. 두 번 등판했다. 시작은 좋았다. 1일 고척 키움전에서 5이닝 3안타 4볼넷 6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승리투수가 됐다. 초반 위기를 넘고 5이닝을 책임졌다.

7일 사직 롯데전에서 두 번째 등판을 치렀다. 이번에도 초반 힘들었다. 앞선 등판에서는 버텼는데 이날은 안 됐다. 1.1이닝 7안타 3볼넷 1삼진 8실점(7자책)이다.

키움전에서는 최고 시속 150㎞, 평균 시속 146㎞의 속구를 뿌렸다. 스피드가 되니까 포크볼도 힘을 발휘했다. 롯데와 경기에서는 최고 시속이 147㎞였다. 평균으로는 시속 143㎞ 수준. 힘이 떨어졌다. 제구마저 안됐다. 붕괴 이유다.

일단 환경 자체가 낯설다. 일본 밖으로 나온 것 자체가 처음인 선수. SSG와 계약하며 여권을 처음으로 만들었다. 야구장도 다르다. 일본에서는 독립리그에서 뛰었다. 일본도 당연히 프로야구가 정점이다. 독립리그는 관중이 많지 않다. KBO리그는 한국 최고 인기 스포츠로 꼽힌다.

키움전 관중은 1만462명. 사직구장에는 2만678명이 들어찼다. 두 배가 들어왔다. 하물며 둘 다 원정이다. 압박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처음에는 됐는데, 두 번째는 압박을 넘지 못했다.

이숭용 감독은 “복합적인 요인이 있다고 봐야 한다. 일단 시라카와가 긴장을 많이 했다. 초반에 고비를 넘겨야 했는데 안 됐다. 자기 공을 못 던졌다. 상황이 그렇게 흘러갔다”고 짚었다.

이어 “구속도 덜 나왔다. 2회부터는 안정을 찾을 것으로 봤는데 안되더라. 롯데 팬 열정이 또 뜨겁지 않나. 견제할 때 팬들이 ‘마!’ 하는 것도 처음 경험 들어봤을 것이고, 여러모로 쉽지 않았다. 부담 느낄까 봐 대화를 자세히 나누지는 않았다. 다음 등판 다시 보겠다”고 설명했다.

차라리 홈이면 좀 나을 수도 있는데, 계속 원정 경기에 등판했다. 5일 쉬고 들어간다고 하면, 다음 등판이 13일 문학 KIA전이다. 그나마 홈이라 다행이지만, KIA 원정팬을 고려하면 또 만만치 않다. 결국 선수에게 달렸다. 이 상태면 관중이 전부 ‘적’일 수밖에 없다.

NPB 드래프트 지명이 목표인 선수라면 더 극복해야 한다. 미리 적응한다고 생각해도 괜찮을 듯하다. NPB는 2023년 평균 관중 2만9221명을 기록했다. 경기당 거의 3만명이라는 의미다. 도쿄돔은 4만 단위 관중이 들어차는 곳이다.

짧게 있다가 갈 수도 있는 선수다. 그렇다고 해도 SSG는 당연히 잘 던지기를 바란다. 시라카와가 다음 등판에서는 또 어떤 모습을 보일까.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