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동영 기자] “올림픽 끝나고 밝히겠다.”
2024 파리 올림픽이 끝났다. ‘대성공’이다. 역대 최다 금메달 타이 기록을 썼다. 목표치를 한참 넘어섰다. 기분 좋은 마무리다. 그러나 ‘끝’은 아니다. 이제 안세영(22·삼성생명)의 입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안세영은 지난 8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마음이 매우 무겁다. 선수분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한 마음 전한다. 올림픽 경기가 끝나고 모든 선수가 충분히 축하를 받은 후 생각을 말하겠다”고 적었다.
시작점은 지난 5일이다. 배드민턴 여자 단식에서 당당히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996 애틀랜타 방수현 이후 28년 만에 여자 단식에서 금맥을 캤다.
마음껏 기쁨을 즐길 줄 알았다. 정작 안세영은 대한배드민턴협회를 겨냥했다. “대표팀과 함께 할 수 없을 것 같다. 내 금메달의 원동력은 분노”라 했다. “협회는 자유라는 이름으로 방임하고 있다”는 묘한 말도 남겼다.
7일 한국에 돌아왔다. 여기서는 제대로 입을 열지 않았다. “싸우려는 의도가 아니다”며 “협회, 팀과 얘기를 나눈 후 말씀드리겠다. 지금은 말을 아끼겠다”고 했다. 황급히 떠났다.
침묵하던 협회는 7일 안세영의 발언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자료를 냈다. 9일에는 항공권 이용 명세까지 공개하며 ‘비즈니스석 이용 논란’을 적극 해명했다. 협회 김택규 회장은 “안세영과 불화는 없다”고 했다.
시간이 흘러 2024 파리 올림픽이 끝났다. 금메달 13개, 은메달 9개, 동메달 10개라는 성과를 냈다. 역대 최다 금메달 타이 기록이다. 총 메달 32개는 역대 공동 2위다. 하나만 더 땄으면 1988 서울 대회와 같은 숫자를 찍을 뻔했다.
성과를 즐기고, 부족한 부분을 짚을 때다. 안세영과 배드민턴협회 쪽으로 관심이 집중된다. 대한체육회는 이미 조사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발표한 상태다. 체육회 이기흥 회장은 “안세영 이야기를 듣겠다. 제도 개선이 필요하면 손보고, 오해가 있었다면 진솔한 대화를 통해 정리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쟁점을 꼽자면 개인 스폰서, 국가대표 개인 자격 출전 등이다. 안세영은 "스폰서나 계약적인 부분을 막지 말고 많이 풀어줬으면 좋겠다. 모든 선수를 다 똑같이 대하면 오히려 역차별 아닌가 싶다"고 생각을 내놓기도 했다.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이미 체육회나 협회에서 끝날 일이 아니다. ‘판’은 일찌감치 커졌다. 일단 문체부가 조사를 예고했다. 유인촌 장관이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면 바꾸겠다”고 했다.
국회도 있다. 사격 레전드 출신 진종오 의원(국민의힘)이 “묵과하지 않겠다. 꼼꼼하게 조사하겠다”고 했다. 다른 의원들도 반응했다. 권성동 의원(국민의힘)은 문체부 감사를 촉구했다. 용산 대통령실에도 “윤석열 대통령도 사안을 보고받아 인지하고 있다”고 했다.
이 모든 것이 올림픽 이후다. 대회는 끝났지만, 안세영의 입이 ‘또 다른’ 시작점이 될 전망이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