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최규리 기자] 신세계그룹이 30일 전격적으로 계열 분리를 선언하면서 정용진 그룹 회장과 신세계(백화점) 회장으로 승진한 정유경 총괄사장 남매간 실질적인 독자 경영이 본격 시작됐다. 이는 정유경 회장이 지난 2015년 12월 신세계 총괄사장으로 승진한 지 9년 만이다. 앞으로 정유경 회장은 계열 분리되는 백화점 부문을 진두지휘하게 된다.

10년 넘게 이어져 온 ‘한 지붕 두 가족’ 체제가 막을 내리고 있다. 사업 리스크 분산과 본업 경쟁력 강화 등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2011년 이마트가 신세계에서 인적 분할해 별도 법인으로 출범하면서 외형적으로는 사실상 두 개의 지주회사 형태로 운영돼왔다.

이후 장남인 정용진 회장은 대형마트와 슈퍼, 편의점, 복합쇼핑몰,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호텔, 건설 사업을 주력으로 키웠고 동생인 정유경 회장은 백화점, 아웃렛, 면세점, 패션·뷰티 등을 안착시켰다.

지난 2016년에는 두 사람이 가진 신세계와 이마트 주식을 맞교환하며 얽혀있던 지분 구조를 정리했다.

당시 정용진 회장은 신세계 지분 7.31%를 정유경 회장에게, 정유경 회장은 이마트 지분 2.52%를 정용진 회장에게 각각 양도하면서 ‘분리 경영 체제’의 완성도를 높였다.

상장사 기준 상호 보유지분이 3% 미만이어야 한다는 공정거래법상 친족 계열 분리 조건도 자연스럽게 해소됐다.

뒤이어 지난 2019년 이마트와 신세계가 실질적인 지주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이마트부문과 백화점부문을 신설하는 등 계열 분리를 위한 밑작업이 시작됐다.

실제 이마트와 신세계 간에는 이후 영업과 재무, 인사 등에서 서로 관여하지 않는다는 게 불문율처럼 인식되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0년에는 정 회장 남매의 모친인 이명희 총괄회장이 보유한 이마트·신세계 지분 8.2%씩을 정 회장과 정 총괄사장에게 각각 증여했다. 이에 따라 두 사람의 각 회사 지분율이 각각 10.3%에서 18.5%로 올라가며 최대 주주가 됐다.

2021년에는 정용진 회장이 보유하던 광주신세계 지분 52.1%를 신세계에 양도했다.

현재 이마트와 신세계가 공동으로 지분을 보유한 업체는 SSG닷컴(쓱닷컴)이 유일하다. 이마트가 45.6%, 신세계가 24.4%를 각각 갖고 있다.

이같은 승계와 계열 분리, 지배구조 개편의 마무리 작업에서 이명희 총괄회장이 보유한 이마트·신세계 각 10% 지분도 정용진·정유경 회장에게 양도하는 수순으로 갈 것이라는 전망도 지배적이다.

한편 신세계그룹 측은 이번 계열 분리 선언을 기점으로 법적, 제도적 준비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gyuri@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