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실제 나이보다 어려보이는 ‘동안 외모’는 때론 배우에게 핸디캡으로 작용한다. 역할의 폭이 좁을 수 밖에 없다. 늘 맡던 인물군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 큰 변화를 주기 위해 한동안 활동을 중단하는 강수를 두기도 한다. 그런 가운데 박보영은 새로운 인물을 도전하면서 ‘동안 핸디캡’을 이겨내고 있다.

EBS 드라마 ‘비밀의 교정’으로 데뷔해 2008년 영화 ‘과속 스캔들’로 단숨에 스타덤에 오른 박보영은 tvN ‘오! 나의 귀신님’을 통해 절정의 귀여움을 그려냈다. 이른바 ‘뽀블리’란 수식어를 얻을 정도로 큰 사랑을 받았다. 어떤 행동을 해도 귀엽고 사랑스러운 이미지 덕분에 로맨스 장르의 주인공으로 활약했다.

국민 여동생 이미지를 훌륭히 구축한 터라 이를 유지만 해도 됐지만, 박보영은 ‘뽀블리’에 머물지 않았다. 끊임없이 새로운 인물을 도전했다. 밝고 명랑한 얼굴에서 벗어나려 했다. ‘뽀블리’를 지우는 시간을 가진 셈이다. 결과적으로 다양한 감정과 얼굴, 성격을 표현하면서 성숙한 여인으로 탈바꿈했다. 무기가 더 많아졌다.

드라마 ‘힘쎈여자 도봉순’(2017)에선 강인한 면모를 드러냈고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선 재난 속에서 뚝심 있는 여성을 표현했다. 넷플릭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에선 귀여운 면을 드러냈다가, 극심한 우울증을 묘사했다. 디즈니+ ‘조명가게’에선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애쓰는 간호사로 중심을 잡았다.

오는 14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멜로무비’에선 극 내향형 성향의 영화 감독을 표현한다. 주위에 곁을 주지 않고 홀로 있고 싶어하는 김무비가 그 이름이다. 사람들과 엮이는 것을 원치 않아 하는 김무비에게 극 외향형 성향으로 늘 친구가 많은 고겸(최우식 분)이 다가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주로 장르물 위주의 작품에서 진폭의 큰 역할을 담당한 박보영은 이번에는 철저히 끼를 감추고 중심을 잡는 역할을 보여준다. 시니컬한 톤을 극 전반으로 유지한다. 끼를 최대한 감추지만, 박보영이 워낙 재기발랄한 매력이 있어 인물 자체는 호감이다. ‘멜로무비’에선 귀여운 여동생 이미지를 벗고 성숙한 여인의 매력을 그려낸다.

한 ‘멜로무비’ 관계자는 “처음부터 재능이 넘친 가운데 꾸준히 성장한 배우다. 주머니에 넣고 싶을 정도로 귀여운 외형이 강점이면서도 넘어야할 숙제였는데, 점점 탈피하고 있는 느낌”이라며 “‘멜로무비’에서는 성숙하고 깊다. 이전에 본 적 없는 박보영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intellybeast@sportssoe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