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이승록 기자] 오픈AI의 챗GPT가 만들어낸 ‘지브리 화풍’ 이미지가 일반 사용자뿐 아니라 배우, 가수, 코미디언 등 연예계에도 유행하고 있다. 하지만 열풍 이면에는 저작권 침해와 창작 윤리를 둘러싼 날 선 논쟁이 함께 일고 있다.

챗GPT가 최근 새롭게 추가한 ‘이미지 생성 기능’은 간단한 텍스트 입력만으로도 고퀄리티의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어 전 세계적으로 호응 얻고 있다. 특히 사용자가 사진을 업로드한 뒤 “지브리 스타일로 그려줘”라고 지시하면, 실제 지브리 애니메이션처럼 섬세한 그림으로 변환돼 SNS 프로필 사진 등에 급속도로 유행 중이다. 김영희, 윤종신, 전현무, 한예슬 등 연예인들도 자신의 사진을 지브리 스타일로 바꿔 대중에 공유하고 있다.

오픈AI 샘 올트먼 CEO 역시 자신을 지브리 화풍으로 그린 이미지를 직접 SNS에 게시하며 트렌드를 주도했다. 브래드 라이트캡 COO는 챗GPT 이미지 생성 기능으로 “출시 1주일 만에 7억 장 이상의 이미지가 생성됐다”고 밝혔다. 챗GPT 주간 이용자 수는 5억 명을 돌파했다.

그러나 열풍만큼 반발도 거세다. 특히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 내부에서 AI 이미지 생성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원피스’ 애니메이션의 이시타니 메구미 감독은 최근 X(구 트위터)를 통해 챗GPT 지브리 이미지 유행을 정면 비판하며 “지브리의 이름을 더렵혔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또한 “일본인 중에도 지브리 AI를 사용하는 사람이 있다는 게 절망스럽다”며 “지브리 브랜드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브리 스튜디오는 현재까지 챗GPT의 지브리 스타일 이미지 생성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설립자인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2016년 NHK 다큐멘터리에서 AI 기술로 애니메이션을 창작하는 것에 대해 “삶에 대한 모독”이라며 “내 작업에는 이 기술을 사용하고 싶지 않다”고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저작권 침해 여부를 두고 의견은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그림체나 색감 등 단순히 ‘화풍’을 따라하는 것으로는 문제 삼기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다만 지브리의 특정 캐릭터를 재현하는 경우에는 저작권 침해 소지가 분명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챗GPT가 학습을 위해 실제 지브리 작품을 허가 없이 활용해 지금의 생성 능력이 가능해졌다면, 무단 학습에 의한 침해로 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국내에서도 지브리 스타일 이미지를 두고 호불호가 갈린다. 특히 창작 윤리와 저작권에 민감해야 할 연예인들까지 앞장서 동참하는 상황에 대중의 시선은 복잡해지고 있다. “시대의 흐름을 따르는 것일 뿐”이라는 반응부터, “저작권 논란이 분명한데 유명인들이 가볍게 소비하는 건 문제”라는 회의적 목소리도 나온다. roku@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