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영상이 올라온 지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댓글창이 들끓었다. 누군가는 유쾌하다 했고, 누군가는 불쾌하다고 했다. 영상은 결국 편집됐고 사과문이 올라왔다.
보아와 김원훈은 서로 다른 플랫폼에서, 다른 방식으로 던진 말들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보아는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 중 전현무와 박나래의 열애설 이야기를 하던 중 “안 사귈 것 같다. 오빠가 아깝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박나래를 ‘덜 가치 있는 사람’처럼 표현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으로 번졌다. 평소 이미지와 동떨어진 언행이라는 점에서 충격은 더 컸다.
김원훈은 웹예능 ‘네고왕’에서 일반인 커플과 인터뷰하며 “여기 모텔촌 아니냐”는 발언을 했다. 이어 남성 출연자의 입가를 보며 “여기 루즈 자국이”라는 말을 던졌다. 방송 직후 온라인 “성희롱 아니냐”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결국 해당 장면은 삭제됐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비판의 핵심은 ‘편집의 문제가 아니라 인식의 문제’라는 데 있었다. 웹예능이라는 이름 아래 느슨해진 경계감각이 결국 사람을 웃음의 소재로 만들었다는 지적이었다.
두 사건은 공통적으로 ‘웃음을 위한 발언’에서 출발했지만, 그 웃음이 누군가를 깎아내리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문제였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흐름에 대한 피로감도 감지된다. “이 정도 농담도 못 받아들이느냐”는 의견이나 “연예인의 말 한마디에 과하게 반응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와 함께 규제가 논의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웹예능과 라이브 방송은 지상파나 종편과 달리 방송법의 직접적인 규제를 받지 않는 영역이다.
자율적인 윤리 기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 속에서, 사후 편집이나 사과문 게시 정도가 사실상 유일한 통제 수단으로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한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스포츠서울과 통화에서 “아직 논의 단계이지만 방송과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등 신·구 미디어의 동반 성장을 지원하고 일관된 규율 체계를 정립하기 위해 미디어 통합법제를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에 대해 플랫폼의 책임보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출연자 개인의 윤리의식’이라고 지적한다.
콘텐츠의 형식이 아무리 자유롭더라도, 발언의 책임까지 면제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법적 규제 이전에 출연자 스스로가 ‘경계’와 ‘기준’을 자각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지금 필요한 것은 강제적 규제 이전에, 콘텐츠 제작자와 출연자 모두가 ‘어디까지가 웃음이고, 어디서부터는 조롱인가’에 대해 스스로 묻고 답하는 윤리적 감수성이다. 경계가 흐려진 시대, 가벼운 콘텐츠일수록 무거운 책임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khd998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