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춘천=장강훈 기자] 올해는 개화(開花)가 다소 늦었다. 강원도 춘천에는 20일 현재 이화(梨花)는 만개했고 도화(桃花)는 이제 막 봉우리를 틔우기 시작했다. 예년보다 열흘가량 늦게 개막한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에서도 늦게 꽃을 피운 우승자가 탄생했다.

프로 데뷔 2년차인 김백준(24·속초아이)이 자신의 19번째 대회에서 생애 첫 승을 따냈다. 아마추어 시절을 포함하면 25번의 도전 끝에 따낸 프로 첫 승이다. 국가대표 동기들이 차례로 우승을 따내는 모습을 보며 “부러웠다. 큰 동기부여가 됐다”며 구슬땀을 흘린 결실을 데뷔 1년 만에 본 셈이다.

1m 남짓 ‘챔피언 퍼트’가 홀에 떨어진 순간 두손을 번쩍 들어올린 김백준은 동료들이 뿌려주는 물을 시원하게 맞으며 우승 기쁨을 만끽했다.

김백준은 20일 강원도 춘천 라비에벨 골프&리조트 올드코스(파71·7181야드)에서 열린 KPGA투어 시즌 개막전 DB손해보험 프로미오픈(총상금 10억원) 최종라운드에서 버디와 보기 2개씩을 맞바꿔 이븐파(71타)를 적었다. 단독선두로 출발해 스코어를 지켜냈고, 추격자들의 역전을 허용하지 않고 11언더파 273타로 꿈에 그리던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시즌 개막전에서 데뷔 첫 승을 따낸 김백준은 “언제나 목표를 향해 도전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오늘 우승으로 목표에 다가서는 선수가 된 것 같아 기분좋다”고 말했다. 생각보다 담담한 표정을 지은 그는 “우승은 하늘이 결정하는 것이니 흔들리지 말고 내 플레이를 하자고 다짐했다. 긴장하긴 했지만, 최대한 침착하려 노력한 게 우승이라는 좋은 결과로 돌아왔다”고 밝혔다.

‘개막전의 사나이’로 등극한 것도 기분좋지만, 개인적으로 설욕에 성공한 점도 기쁘다. 지난해 KPGA투어에 데뷔한 그는 시즌 막판까지 신인왕 선두를 달렸다. 그러다 최종전인 투어 챔피언십에서 부진해 송민혁에게 생애 한 번뿐인 명출상(신인왕) 타이틀을 내줬다.

전지훈련 기간 동안 체중을 늘리고 스윙 스피드를 향상하는 등 칼을 갈았고, 개막전에서 당당히 우승을 차지했다. 장유빈 조우영 최승빈 등 국가대표 동기뿐만 아니라 신인왕 경쟁자였던 송민혁에게 ‘꽃은 시기가 되면 반드시 핀다’는 것을 알린 셈이다.

이날 33번째 생일을 맞은 이상희는 7번홀(파3·180야드)에서 짜릿한 홀인원을 기록하며 김백준을 압박했다. 생일날 생애 첫 홀인원 선물을 받은 이상희는 마지막홀까지 1타 차 공동 2위를 유지했지만, 역전 우승으로 잇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김백준은 이상희와 함께 스페인 전지훈련을 소화했는데 “이상희 선배께 투어활동 노하우나 멘탈관리 등을 많이 배웠다”고 귀띔했다. 겨우내 동고동락한 둘은 챔피언조로 마지막홀까지 동행했고, 우승-준우승으로 뜻깊은 결실도 맺었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