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이승록 기자] 츄는 ‘아이돌’이라는 틀을 스스로 깼다. 세 번째 미니앨범 ‘온리 크라이 인 더 레인(Only Cry in the Rain)’이 그 파괴의 기점이다.

아이돌이 솔로로 전환할 때 흔히 택하는 방식에서 벗어난 앨범이다. 아이돌 이미지의 연장이나 형식적인 성장 서사는 찾을 수 없다. ‘인간 비타민’으로 대표되던 밝고 천진한 이미지는 보이지 않는다.

대신 츄는 앨범의 중심을 자신의 ‘내면’으로 설정했다. 감정, 기억, 청춘처럼 예민하고 섬세한 정서를 정면으로 다뤘다. 타이틀곡부터 마지막 5번 트랙까지, 츄의 정서가 유기적인 흐름으로 연결돼 있다.

특히 타이틀곡 ‘온리 크라이 인 더 레인’은 사운드와 메시지가 역설적이다. 사랑의 기억을 눈물과 비에 빗대 우울한 정서를 담았지만, 사운드는 뉴웨이브 기반 신스팝이다. 업템포 리듬과 몽환적인 멜로디가 곡을 이끈다. 애달픈 감정을 유지하면서도, 경쾌한 리듬이 주도해 곡을 단편적인 슬픔에 가두지 않는다. 아이러니한 구성 덕분에 청자는 하나의 곡으로 복합적인 정서를 체험하게 된다.

츄는 청음회에서 “마냥 슬픈 곡은 아니”라며 “자신의 감정이나 상황에 따라 다르게 들릴 수 있는 곡”이라고 설명했다.

수록곡 역시 저마다 다른 감정을 세밀하게 다룬다. 그 중 드림팝 트랙 ‘쥬 뗌므(Je t’aime)’는 극과 극을 오가는 사랑의 마음을 청각적으로 흥미롭게 구현했다. 마치 ‘어린왕자’ 속 장미와 어린왕자의 관계처럼, 성숙해지는 감정에 따라 노래가 변주한다. 츄도 “신기하게 들을 때마다 다른 감성이 느껴진다”며 “어떤 때에는 수줍게 고백하는 소녀 같은 마음이 들다가도, 어느 날에는 사랑을 놓쳐 애절하고 원망하는 감정이 휘몰아친다”고 했다.

인상적인 것은 앨범을 대하는 츄의 태도다. 청음회 당시 츄는 다섯 곡에 담긴 각각의 메시지를 자신의 언어로 매끄럽게 설명했다. 감정의 흐름과 곡의 구조를 명확하게 짚었다. 통상적인 아이돌 쇼케이스와는 달랐다. 소속사에서 가르친 기계적인 답변, 사전에 정제된 표현과 문장은 없었다. 츄는 앨범을 자신의 일부로 온전히 받아들인 모습이었다.

“마음이 달라졌어요. 기술적으로 잘 부르고 예쁘게 보이는 것보다, 제가 하고 싶은 메시지를 진심으로 전달하는 게 더 중요해졌어요. 노래의 소중함을 다시 느끼게 된 계기였어요.”

단지 태도의 문제만은 아니다. 가수가 자신의 작업을 어떻게 내면화했느냐에 따라 앨범의 무게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노래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노래할 수 있는 사람은, 단순히 곡을 외워서 부르는 사람과는 깊이의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 그 차이는 음악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청자에게 그대로 전이된다.

아이돌 출신에게 자신의 목소리를 발견하는 일은 중요한 과제다. ‘온리 크라이 인 더 레인’은 츄가 스스로 찾아낸 대답이다. 더이상 과거의 수식어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이제 츄는 자신의 언어로 노래를 만들고, 그 음악을 책임지는 아티스트로 진입했다. roku@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