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3년 연속이다. 한국 장편 영화가 칸 국제 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에 불발됐다. 이젠 명백한 위기다.
전 세계 영화인들의 축제 제78회 칸 국제 영화제가 13일(현지시간)부터 24일까지 프랑스 칸 일대에서 펼쳐진다. 영화제 최고상으로 꼽히는 황금종려상을 두고 경쟁 부문에서 총 22개의 작품들이 경합을 벌인다.
이 중 장 피에르 다르덴·뤼크 다르덴 형제의 작품 ‘더 영 마더스 홈’이 유력 후보다. 다르덴 형제는 올해로 10번째 칸 국제 영화제의 러브콜을 받았다. 아리 에스터 감독의 신작 ‘에딩턴’ 웨스 앤더슨 감독의 ‘더 피니션 스킴’ 등과 트로피를 두고 겨룬다.
한국 영화계는 성대한 축제를 관망할 수밖에 없다. 3년 연속 한국 장편 영화들이 경쟁 부문 진출이 불발된 탓이다.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2022)이 마지막 작품이다. 신진 감독 발굴의 발판이 되는 주목할 만한 시선과 대중성을 담보한 장르 영화를 다루는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도 전무하다.

가까스로 정유미 감독의 단편 애니메이션 ‘안경’이 비평가 주간 경쟁 부문, 허가영 감독의 ‘첫여름’이은 학생 영화 부문에 초청된 것이 전부다. 그나마 홍상수 감독이 경쟁 부문의 심사위원으로 이름을 올린 것에 위안을 삼을 뿐이다. 김고은과 한소희가 브랜드 앰배서더 자격으로 레드카펫을 밟는 게 그나마 이슈다.
한국 영화의 위기론은 팬데믹 이후 매번 제기됐다. 산업의 크기가 축소되면서 작품마저 부재한 상황이다. 현재도 미래도 어둡다.
한 영화감독 A씨는 “한창 칸에서 한국 영화에 러브콜을 보냈을 때 ‘정말 잘 나갔던 것이 맞냐’는 시선이 있었다”고 꼬집었다. 칸의 단골 손님은 홍상수, 박찬욱, 봉준호다. 이들의 신작이 없다면, 칸의 초대장도 없다는 해석이다.
A 감독은 신인 감독의 부재를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터전이 없으니 새싹이 크지 못한다는 것. 신인 감독에 대한 투자가 없어 발굴 자체가 어려운 형편이다. 반면 일본은 이번 칸 영화제에 하야카와 지에 감독의 ‘르누아르’를 비롯해 6편의 장편과 1편의 단편이 초대됐다.
A 감독은 “국내에도 젊고 참신하고 새로운 감독들은 많다. 근데 국내에선 상업영화가 아니라면 투자가 없다. 젊은 인재들의 시장 유입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른바 거장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크다는 말이다.
코로나19 이후 한국 영화시장은 반토막 났다. 영화에 대한 투자도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 올해 4대배급사 개봉 영화는 15편 이하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애초에 경쟁이 느슨해지다보니 웰메이드 영화가 없는 환경이라는 의견이다.
영화 마케팅사 스콘 이주연 대표 역시 “올해 유독 한국 영화 제작 편수가 적다. 그런 부분들이 영향을 끼친 것 같다”며 “국내 영화 시장이 활성화돼야 웰메이드 작품들의 토양이 마련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칸 영화제에서는 외면받지만, 다행히 베를린국제영화제, 토론토국제영화제 등에선 꾸준히 한국 영화를 향한 관심을 보내고 있다. 지난달 개봉한 ‘파과’는 일찍이 베를린, 브뤼셀, 베이징국제영화제 등 10개국 해외 유수 영화제 초청을 받았다.
이 대표는 “변명일 수도 있지만, 칸을 제외한 영화제에서 다른 성과들이 나오고 있다. 한국 영화 부진에 대한 빠른 해결은 어렵겠으나, 그런 성과들을 고려했을 때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전했다. sjay0928@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