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개그계 대부’ 전유성이 영면에 들었다.

28일 오전 7시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故 전유성의 영결식과 발인이 엄수됐다. 이 자리에는 김학래 대한민국방송코미디언협회 회장, 김민경, 김신영, 김영구, 김원효, 김지선, 김학도, 박준형, 심진화, 양배차, 이홍렬, 이경규, 이수근, 이영자, 이정용, 임하룡, 정종철, 조세호, 최양락, 표인봉, 팽현숙 등이 참석했다.

이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BS 일대에서는 노제가 치러졌다. 고인이 1999년 방송을 시작한 KBS ‘개그콘서트’의 원년 멤버인 만큼 녹화장인 KBS 공개홀도 찾았다. 영결식과 발인에는 수백 명의 개그맨들이 함께했다.

앞서 전유성은 지난 25일 오후 9시 5분 폐기흉으로 입원 중이던 전북대학교 병원에서 별세했다. 향년 76세. 지난 6월 기흉 시술을 받고 건강이 악화해 급히 병원에 입원한 고인은 최근 건강이 급격히 악화됐고 가족과 지인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하며 생을 마무리했다.

고인이 남긴 유언처럼 장례는 희극인장으로 진행됐다. 희극인장은 개그맨들의 장례식을 일컫는 말로, 동료 개그맨들이 주도해 장례를 치르는 방식이다. 대한민국방송코미디협회가 주관한다. 앞서 故 송해, 故 서세원 등의 장례가 희극인장으로 치러졌다.

‘개그계의 대부’로 불리는 고인은 1968년 TBC 방송작가로 방송계에 입문해 이듬해 MBC 개그콘테스트로 데뷔했다. 1990년대에는 SBS ‘좋은 친구들’에서 자신의 이름을 내건 코미디 경연 ‘전유성을 웃겨라’를 선보였고, KBS 대표 개그 프로그램 ‘개그콘서트’의 개국 공신으로도 꼽힌다.

이후 ‘유머 1번지’ ‘쇼 비디오 자키’ ‘개그콘서트’ 등에서 웃음을 선서했다. 희극인이 코미디언이라고 불리던 시절에 ‘개그맨’이라는 단어를 처음으로 사용한 인물이기도 하다. 2011년에는 경북 청도군에 국내 최초 코미디 전용 극장인 철가방극장을 열었고 4400회가 넘는 무대를 선보였다.

고인은 평소 후배 양성에도 힘을 썼다. 예원예술대 코미디연기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조세호, 김신영 등을 제자로 키웠다. 최양락, 이윤석은 물론 김신영, 황현희, 김민경 등 여러 개그맨 후배가 전유성의 지지 덕에 활동했다고 고마움을 표한 바 있다.

김대범은 SNS에 “받아들일 준비가 아직은 안 됐다. 너무 빠른 것 같아서 믿을 수 없다”며 “나이를 떠나서 항상 젊은 감각의 신선한 개그를 하셔서 늘 감탄하며 배울 수 있었다”고 올렸다. 이어 “스승님의 성함처럼 하늘에서 유성으로 계속 빛나며 여행하시길 바란다”고 글을 남겼다.

또 양희은도 “잘 가요 유성형! 안녕히 가세요”라며 “며칠 전 가서 뵐 때만 해도 마지막이 될 줄 몰랐어”라며 추모했다. 박준형은 “공식 석상에서 축사하시는데 어지럽다고 손잡아달라고 해서 부축해드렸던 기억이 난다”며 “손은 가늘고 야위었으나 말씀하시는 기백과 유머는 참 대단했다. 그게 불과 석 달 전인데 오늘따라 참 삶이 짧다”고 전했다. 이어 “웃음은 길게 남기셨으리. 좋은 곳에서 편히 쉬시길”이라고 적었다.

이경실은 “녹화가 끝나고 지금이 아니면 늦을 것 같다는 생각에 전북대병원에 5시 30분 도착해 오빠를 뵐 수 있었다. 숨 쉬는 걸 힘들어하셔서 너무 안타까웠다. 오빠 수고하셨다. 오빠의 삶은 멋지고 장하셨다. 이제 아프지 마시고 편안하게 잠드셔라”며 “함께하는 시간이 늘 행복했고 고마웠다”고 회상했다.

한편 전유성의 장지는 고인의 생전 유언에 따라 고향인 전북 남원시 인월면에서 수목장으로 진행된다. khd9987@sportsseoul.com